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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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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20g | 128*188*30mm
ISBN13 9788925728827
ISBN10 892572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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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 봐요. 지금 하는 생각 다 말해요!”
세연은 견디다 못해 빌라를 나와 거리로 뛰쳐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달려들자 추워서 몸이 덜덜 떨렸다.
“생각을 표현하는 게 두려워요? 왜 말을 못 해요?”
태오가 붙들자 힘이 빠진 세연이 휘청하며 중심을 잃었다. 세연은 부축하려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한 걸음 떨어졌다.
“싫어요. 지금은 수업이 아니잖아요. 가르치듯 하지 마요.”
“가르치는 거 아니에요. 얘길 하고 싶어 이러는 거예요.”
“할 말…… 없어요.”
“왜 없어요?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요? 누가 들어도 그 말은 세연 씨에게 관심 있다는 표현이잖아요. 그런데 왜 할 말이 없어요?”
세연은 숨을 들이마시고 그를 보았다. 까만 눈동자가 두려움과 설렘을 품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세연 씨 보러 간 거예요. 내 진심보다 과거를 먼저 만나는 게 싫었어요.”
말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표백된 것처럼 하얗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덜덜 떠는데 그가 문득 깨달은 듯 부랴부랴 점퍼를 벗어 어깨에 걸쳐 주었다. 그가 입었을 땐 보통 사이즈 같았는데, 막상 몸에 걸치니 어릴 때 입었던 아빠 옷처럼 품이 아주 컸다. 세연은 그의 따뜻한 체온과 체취 속에서 놀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요. 많이 춥죠. 중간에 길이 막혀서 차 놓고 지하철 타고 왔어요. 그냥 끌고 올 걸 잘못했네.”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단단히 옷을 여미는 그의 손이 떨고 있었다. 언제나 당당하고 여유 있는 그였는데 지금 모습은 낯설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고도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점퍼에 머물러 있었다. 손이 금방이라도 건너와 차갑게 얼은 볼을 감쌀 것만 같았다. 긴장감을 견디지 못하고 세연이 한 발 뒤로 물러설 때였다. 그의 손이 잠시 떨어졌다가 옷소매를 잡아챘다.
“나 황세연에게 끌리고 있어요.”
망치가 머리를 탕탕탕 내리치는 것만 같다. 세연은 점점 얼굴이 붉게 변하는 태오를 빤히 보았다.
“내게 과분한 사람이라서 욕심 안 내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어요.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보고 있으면 키스하고 싶었어요.”
태오의 목소리와 눈빛이 몸과 마음을 흔든다. 세연이 넋을 놓고 보는 동안 그가 정신없이 말을 쏟아 냈다.
“가끔 미치도록 안고 싶어요. 세연 씨 집 앞에서 올려다 볼 때, 내 차 옆자리에 있을 때, 내 방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다가가서 꼭 안아 주고 싶었어요. 보고 있으면 예쁘고, 안쓰럽고, 설레요. 위로해 주고 싶고, 위로받고 싶고……. 내가 하는 모든 걸 같이하고 싶어요. 처음엔 이런 감정이 두려웠는데 지금은 아무 말 안 하고 서 있는 세연 씨가 더 두려워요.”
태오가 내뱉는 더운 숨이 밤하늘에 하얗게 흩어졌다. 복잡한 감정을 품은 눈동자가 서로를 보는 가운데 태오는 애타게 대답을 기다렸다. 너무나도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흐른 후 그녀가 간신히 속삭였다.
“태오 씨가 말하는 사람이…… 나예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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