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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보다 늑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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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보다 늑대 1

[ EPUB ]
최은경 | 가하 | 2012년 10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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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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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1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9만자, 약 6.2만 단어, A4 약 118쪽?
ISBN13 97889664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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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비장의 무기로 남겨 둔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어 줄 시간이 되었기에 세련은 재형을 문간에 내버려 두고 매우 바쁜 척 종종걸음을 쳐버렸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 선 재형은 침대 위에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슈트케이스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스커트에 블라우스, 원피스 와 슈트 그리고 하늘하늘한 실크 스타킹에 구두까지 완벽하게 들어 있는 슈트케이스가 탈선을 꿈꾸는 그녀의 욕망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취재여행을 겸한 1박 2일의 여행에 이렇게 바리바리 싸온 것을 보면 낯선 여행지에서 파트너를 구하겠다는 심보가 분명했다. 꼬리가 다 드러나는 저 정도의 차림이라면 손가락 한 번 까닥하는 것으로 호텔 안에 있는 어떤 남자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으리라.
‘손가락 움직일 필요도 없지. 침 질질 흘리고 있는 늑대가 대기하고 있으니. 환상의 궁합이네. 여우에 늑대.’
거기까지 생각하자 재형의 기분은 더더욱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스타킹 좀 던져 줘. 거기 돌돌 말아진 거 있지?”
이미 벌거벗은 승호와 세련이 뒤엉키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던 재형은 성의라고는 없는 동작으로 세련에게 살색 팬티스타킹을 던졌다.
“뒤 돌아 보지 마.”
“여자한테는 절대 좋은 사람 아니야.”
“뭐?”
“선배 말이야. 남자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여자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나쁜 놈이라고.”
재형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세련은 앙큼을 떨었다.
“혹시 게이야?”
“아니. 그 말이 아니고 심각한 바람둥이란 말이야. 우리 기수에서도 그 인간 때문에 인생 곤두박질 쳤다 겨우 살아남은 애 몇 이나 돼.”
“그러데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바람둥이랑은 저녁도 먹으면 안 되는 거니? 바람둥이라 옆에 앉아 있으면 내 무릎에 바람들어가는 거야? 호호호!”
세련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자 재형은 빙 둘러서 말하는 것 보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말리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 돌아서지 말라는 그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등을 돌렸다.
“절대 안 돼.”
“야!”
팬티스타킹의 팬티 부분을 끌어 올리느라 스커트를 허리부분까지 올린 세련이 정말 놀라 버럭 소리를 질러댔지만 재형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따지고 들었다.
“물론 누나이기 전에 한 여자이니까 그리고 성인이니까 분명 성욕이 있겠지. 하지만 꼭 내 앞에서 드러내놓고 이래야겠어?”
“너 오버야. 그만 해.”
“동생이니까 이만한 책임과 권리는 있어. 결혼을 전제로 하기 전에는 꿈도 꾸지 마.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 둘 다 발코니 아래로 집어 던져 버릴 테니까!”
재형의 으르렁거림과 다부지게 쥔 두 주먹이 세련을 전율케 했다. 주구장창 낚시 줄만 드리우고 있던 강태공의 손에 입질이 왔을 때의 희열과도 같았다.
‘오예! 예스! 바로 이거야!’
너무 흥분돼 무릎이 다 후들거리는 지경이었지만 내색을 해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릴 수는 없는지라 세련은 철저하게 분노를 가장했다. 그리고는 눈에 힘을 주어 파란 불꽃을 켜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연기를 펼쳐 보였다.
“네가 감히 나한테 권리를 남용해?”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재형의 대답에 세련의 가슴이 찌르라니 울어버렸다. 그가 애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부탁하는 것이었다.
“무릎이라도 꿇을까?”
무릎을 꿇고 머리라도 조아리고 싶은 자신을 들여다 본 재형은 순간 엄청난 혼란에 빠져버렸다. 세련이 승호가 아닌 어떤 다른 남자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는 것은 물론 안는다거나 입을 맞추는 스킨십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제 병증의 이름이 질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와락 겁이 달려들었다. 삼십년을 친 누나보다 더 믿고 의지했던 세련이다. 그런 그녀를 여자로 보고 탐내하고 있다는 사실에 진저리가 쳐졌다.
‘안 돼. 내가 어떻게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련이 누나인데, 내 누나인데! 그렇지만 누나가 다른 녀석과 그런다는 것은 지극히 불쾌해. 아! 이건 뭐지? 일단 지금은 너무 흥분한 상태라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으니 우선 만류를 한 다음 깊이 생각을 해봐야겠어. 그래.’
가까스로 혼란한 마음을 다잡은 재형은 세련에게 매달렸다.
“제발.”
심장을 녹여 내리는 것 같은 여운이 깃든 재형의 호소에 잠시 공황상태에 빠져 있던 세련은 눈을 깜빡거려 겨우 정신을 수습했다. 그런 후 불안정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그의 제안이 도에 지나침을 꼬집었다.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성생활에 대해서라면 난 너한테 무지 관대했어. 네 첫 여자 친구부터 서화까지 한 번도 간섭하지 않았다는 거 잊었니?”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한 적 없어. 그러니 그 부분은 관대가 아니라 오히려 일종의 유기였지 않나?”
“유우기? 그래서 어쩌라고? 그게 그렇게 억울하면 너도 유기해!”
“누나!”
세련은 자신의 단순무식한 대응에 큰 소리를 내는 재형을 싸늘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그를 완전히 자극시켜 줄만한 말들을 내뱉었다.
“너 그런 기분으로 승호 씨랑 저녁 먹기 어려울 것 같고 나도 원치 않아. 그러니까 좀 빠져줬음 좋겠다. 승호 씨한테는 네가 한 험담은 전하지 않을게. 이게 내 마지노선이야.”
“기어이 그 녀석과 그 짓을 하겠다는 거야? 윽!”
눈을 부릅뜨고 그 짓 운운하는 재형의 뺨을 기세 좋게 올려 부친 세련은 저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 악다구니를 내질렀다.
“그만 하라고 했지!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악!”
이번에는 세련이 비명을 질렀다. 아픔과 기쁨이 교차하며 내는 신음이었다. 자신이 구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제 손목을 그러쥔 재형의 눈은 이글거리다 못해 지글지글 타 오르고 있었고 뺨은 실룩거렸다. 다른 남자에게 가기 위해 제 뺨을 후려치고 저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세련에게 분노한 재형은 내면에 잠재워 두었던 야만성을 깨웠다. 투명한 안경알 너머의 눈에 분노가 가득 찼고 정직과 다정함만이 묻어 있던 입술에는 비열함이 발리어졌다.
“남자면 아무나 된 다는 말이지? 그럼 나랑 해. 나도 꽤 하니까 누나의 그 처참한 굶주림을 풀어주고도 남을 거야.”
‘오오오! 바로 이거야. 나이스!’
속으로는 성급한 오르가즘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세련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이 손 안 놔! 너 죽었어! 뭐가 어쩌고 어째? 아야! 놔! 노란 말이야!”
입을 꾹 다문 재형은 세련의 손목을 낚아 채 질질 끌어다 침대위에 있던 슈트케이스를 휘저어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다음 그녀를 그 곳에 패대기쳤다. 그리고 육중한 몸으로 버둥대지도 못하는 세련을 깔고 앉아 그녀의 두 손을 머리위로 끌어올려 우악스럽게 내리눌렀다.
“앗!”
“잘 들어. 아직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배가 아니라 어떤 놈이든지 간에 누나 옆에 서 있는 것조차 싫어. 그리고 발가벗고 섹스하는 것은 더 더욱!”
“미쳤어? 안 비켜!”
“가만있어. 소리 지르고 버둥대면 나도 거칠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죽여 버릴 거야!”
음산한 눈빛으로 저를 노려보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성미와 야성미를 물씬 풍겨내는 재형을 자극시키기 위해 세련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굴렀다. 그러자 기대했던 것에 200퍼센트를 초과한 섹시한 반응이 되돌아왔다.
“글쎄. 해보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누나 성질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장담하건데 누난 날 죽이지 못할걸? 왜냐하면 거듭 말하지만 난 꽤 잘하거든.”
투명한 안경알 너머로 입 꼬리를 들어 올리는 재형은 숨이 막힐 정도로 섹시했다. 세련은 왜 진즉 이런 보물을 알아보지 못했는지 발등을 다 찍고 싶을 정도였다. 다급해진 그녀는 앙탈의 과정을 끝내고 굳히기와 도약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는 멘트들을 날렸다.
“누나니까 동생이니까 안 된다는 말은 안 해. 쿨 한 거 빼면 시체인 박세련이잖니? 그런데 넌 별로 안 땡겨. 너무 오래 봐서 질려. 난 질린 상대하고는 안 해. 아악! 야! 이 새끼가 정말!”
재형은 별 효과도 없는 이유들을 늘어놓는 세련의 입막음을 위해 그녀가 공들여 차려입은 니트 원피스를 단번에 가슴까지 들어 올렸다.
“난 하고 싶어. 매우. 지금 나도 매우 나에게 놀란 상태라는 것을 알아 둬. 누나를 깔고 앉아서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자신을 보고 안서는 놈은 고자밖에 없다고 유빈과 시시덕대곤 하던 세련은 그 실체를 절실하게 체감했다. 발버둥을 치는 통에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 자리를 잡은 재형의 욕망은 차돌보다 더 딱딱하고 묵직했다. 그리고 옷을 불사르고 툭 튀어나올 것만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뜨거웠다. 목안이 바싹 타들어갔다. 어쩌다보니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 신세가 되어버렸지만 성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한 세련이다. 정상체위 이외에는 모두 변태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순진한 여성과 비교하면 그것은 자료조사라고 굳이 핑계대지 않고도 당당하게 수많은 야동을 섭렵한 박세련에 대한 평가절하다.
투시능력자처럼 이미 바지와 팬티를 뚫고 반쯤 발기해 있는 재형의 분신을 완벽하게 떠올리고 있는 그녀다. 아주 튼실하고 건실한 것이 어서 빨리 손에 넣어 봤으면 하는 욕구를 샘솟게 만들었다. 실물로는 본적도 만져본 적도 없는 처녀 주제에 세련은 그것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 몸이 뜨거워졌다. 말라버린 입술을 축이려 혀를 내밀다 생명력이 느껴질 그 욕망을 입에 머금고 있는 환상까지 떠올리고 난 그녀는 여유가 바닥나버렸다. 어서 빨리 재형의 뜨거운 몸에 그 보다 배는 뜨거운 제 몸을 밀착시키고 싶어 둥근 이마를 잔뜩 찌푸리며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다.
“하고 싶지 않다니까!”
“내가 책임질게.”
“뭐?”
세련은 책임이라는 말에 머리카락 끝이 뾰족 서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한 번 하면 내 여자라는 이런 네 가지 없는 공식을 대입 시키는 건가? 악! 안 돼!’
그러나 재형의 다음 말은 싸늘하게 식어버리려던 세련의 몸을 다시 39도 쯤으로 올려놓았다.
“언제나 누나가 원할 때 성심성의껏 봉사 하겠어.”
‘언제나라고?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때때로 새벽녘까지? 우우우! 이거 호박이 아니 피망이 통째로 굴러 오는 거잖아. 예스! 예스!’
코를 찡그려 가까스로 쾌재를 불러대고 있는 진심을 감춘 세련은 시니컬하게 대꾸했다.
“미쳤니?”
“아마도.”
“승호 씨랑 단순히 밥만 먹고 돌아오겠다고 맹세하면 비켜줄래?”
“아니.”
단박에 아니 라는 대답을 내놓은 재형은 스스로 적잖이 놀랐다. 승호나 어떤 다른 남자들이 주는 위기감을 젖혀두고도 엉덩이와 허벅지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탄탄한 세련의 허벅지가 제 허리를 감싸길 간절히 원하는 자신에게 놀랐다. 그러나 놀라움은 잠시뿐. 그는 이내 간당간당하던 브레이크를 과감히 박살내버리는 박력을 보여주었다. 어리바리한 초보도 아니고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필이 통하는 상대와는 의미를 두지 않는 섹스를 할 수 있는 농염한 세련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잘 익어 쩍 벌어진 붉은 석류 같을 그녀의 미궁이 저 아닌 다른 녀석을 품어 주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래서 삼십 여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는 깃털보다 더 가벼워 누나로서의 세련은 하얗게 지워버리고 고혹적인 여성으로 바꿔 보는 것은 그다지 버겁지 않았다. 그러기에 재형은 당당히 그녀를 원하고 있음을 밝힐 수 있었다.
열정이 찰랑거리는 뜨거운 눈으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재형의 뜻이 확고함을 확신한 세련은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음융하디 음흉한 그녀는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잘 따라와 주고 있는 재형에게 뜨거운 입맞춤을 퍼붓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될 대로 되라는 듯 툭 말을 던졌다.
“좋아. 하자.”
“응?”
“하자며?”
눈에 불을 켜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세련이기에 그녀의 수락을 믿을 수 없는 재형이 다시 의사를 확인해 왔다.
“괜찮겠어?”
“안 한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한다면서 갑자기 웬 기사도? 잔 말 말고 어서 내려오기나 해. 무거워. 손목도 놔 주고. 변태야? 자국 남기만 해봐. 코를 콱 깨물어 줄 테니까.”
세련의 연이은 협박에 재형은 압박하던 가는 손목을 조금 느슨하게 해주며 싱긋 웃었다.
“나름 잘 생겼다고 자부하는 코에 잇자국 낼 수는 없지. 그렇지만 왜 영화에 보면 이런 설정 많이 나오잖아? 남자가 여자를 믿고 손목을 풀어 주는 순간 팔을 물고 뜯는 다거나 사타구니를 차 준 다음에 도망치는 거. 그럴 수는 없어.”
“누가 도둑놈 아니랄까 봐 의심은.”
“일단 그 녀석에게 누나가 온종일 눈밭을 헤매고 다닌 통에 갑자기 열이 39도 9분까지 치솟아 저녁초대는 불참하겠다는 전화를 해야겠어. 그러고 나서 내 뒤통수를 치고 도망가지 못하게 옷을 잘 분리한 다음 놔줄게. 참아 줘.”
주도면밀한 계획을 줄줄 늘어놓는 재형에게서 지능범의 냄새를 맡은 세련은 불만을 터트렸다.
“양인 줄 알았더니 흉악한 늑대였잖아? 속았어.”
“양도 섹스는 해. 게다가 잘 하지. 양이 얼마나 번식력이 좋은 줄 알아? 후훗!”
“느끼하고 미련해. 아, 이것 좀 놔. 아프단 말이야.”
“안 된다고 했잖아.”
잠시 느슨하게 해주었던 손목을 지그시 내리누르는 재형을 어서 빨리 소유하고픈 세련은 그가 그 절차를 다 밟기 까지 기다려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의 다 넘어 온 그를 화르르 불타오르게 할 치명적인 유혹을 뿌렸다. 붉은 입술을 방긋 벌려 단 숨을 뿜어낸 그녀는 손 눈썹을 파르라니 떨어가며 저 역시 그를 미치도록 원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미 젖었어. 바보.”
지독하게 노골적인 세련의 고백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재형은 마녀의 주술에 걸린 기사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세련의 손목을 죄고 있던 그의 손에서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자유로워진 세련은 붉은 자국이 선명한 손목을 재형에게 보여주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그의 목을 휘감았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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