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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락의 정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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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락의 정원 1

[ EPUB ]
이기린 | 가하 | 2012년 10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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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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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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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27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8만자, 약 6.2만 단어, A4 약 118쪽?
ISBN13 97889664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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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째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십니까?”
“보고 싶어서 본다.”
서우는 제 목소리가 평소 같지 않게 가라앉아 있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보지 않아도 금세 알 수 있기에 어째서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고 있냐고 그에게 물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마름소랑이 한 걸음 더 곁으로 다가오자 그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달았다. 자꾸만 다가오는 그 때문에 서우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섰다.
“아, 흡!”
커다란 손이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틀어쥐며 억지로 입을 맞추었다. 희롱하였다. 혀를 밀어 넣어 쓰다듬자 어쩔 줄 모르고 악 다문 치아가 가지런히 느껴졌다. 서우는 마름소랑의 두터운 가슴을 밀어내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몸부림에 지쳐 서서히 힘이 빠져나갈 즈음, 마름소랑이 그녀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을 떼지 않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너를 보고 싶으면 볼 것이고 이리 안고 싶으면 안을 것이야.”
“이…… 이거 놓으세요.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닙니까. 산국 나리 내려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보아도 상관없다.”
“눈이 있고 귀가 있는데 여기서는…….”
“보면 어떠냐. 내가 하는 일을 아랫것들이 뭐라 할 것이냐.”
“저는 상관있습니다. 지금 절 안으실 참이면 안으로…… 아!”
예민한 귀 아래로부터 목으로 미끄러지는 마름소랑의 힘을 실은 입맞춤에 서우는 그의 옷깃을 잡고 매달렸다. 그의 뜨거운 욕정이 그대로 얇은 옷깃 사이로 느껴져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원망스러웠다.
“어째서 늘 이러십니까. 제가 당신에게 하찮은 한때의 장난과 같은 것이라, 필요한 것은 몸뿐이라 해도 이렇게는 안 됩니다. 저 스스로를 혐오하지 않도록 해주실 수는 정녕 없는 것입니까? 이거 놓으시오! 싫다 했습니다! 이렇게는 싫다지 않습니까!”
이제 막 떠오르려 하는 달이 너무 밝았다. 서우는 비명을 지르듯 그의 손을 쳐내며 도리질을 하였다.
“네가 언제는 내 몸을 받기를 기꺼워한 적이나 있어? 어차피 마지못해 몸을 줄 뿐이 아니더냐. 그런 것이 너인데 내가 널 무엇을 봐줄까. 나에게는 너의 처소나 이곳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의 말이 비수처럼 그녀의 심장을 잔인하게 찔러왔다. 굴욕감과 함께 희미한 분노가 가슴 깊숙하게 똬리를 틀었다. 평생을 아무것도 모르고 담장 안에서 곱게 살았더니, 여기 선 사내는 자신보고 음탕한 유화나 된 듯 허리를 들어 올리란다. 춤을 추고 눈웃음 지으란다. 잔인한 심술이 아니면 이것이 무어요. 날보고 어찌하라고요! 하고 비명이나 빽 지르고 혀나 콱 물고 죽었으면 싶다. 그것도 아니 된다면 그냥 아무것도 모르게 실신이나 해 버렸으면.
금방이라도 그가 광폭하게 자신을 들어 올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우는 숨을 헐떡거리며 그의 입술이 내려오기를 각오하고 있었으나 서늘한 기운만 아릿할 뿐 아무 기색이 없다. 천천히 눈을 뜨자 그녀의 얼굴 앞으로 완전히 고개를 숙인 그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 그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무슨…….”
무슨 의미냐 물으려 했다. 마름소랑의 눈은 언제나와 같이 매섭고 날카로운 짐승의 그것이었으나, 그의 눈동자는 등 뒤로 뜬 달빛이 조각조각 잘리어 담긴 무수한 감정들을 담고 파랗게 빛나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를 보고 어쩌라고 이러십니까. 참으로 잔인도 하시오.’
두려움이 사르르 가라앉고 펄떡거리며 뛰던 심장이 천천히 제 박자를 찾아가자 서우는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까칠하게 수염이 돋은 그의 턱을 만져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그녀는 결심한 듯 아주 천천히 까치발을 디뎌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마름소랑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자신의 입술을 벌려 그녀를 맞이했다. 뜨거운 숨결이 섞이고 서로의 혀가 닿았으나 더 이상은 들어오지 않고 멈춰만 있다. 그녀의 손은 돌덩이를 매단 듯 무겁기만 하였다. 한참을 그의 얼굴 위로 떠돌던 그녀의 손이 거친 사내의 뺨과 완벽한 대비를 이루며 유혹하듯 스르르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가세요. 어서요.”
마름소랑의 말대로 그녀는 늘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행위에 마지못해 몸을 열어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우는 제 스스로 나서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마름소랑의 눈이 어둡게 빛나며 그런 서우를 지켜보았다.
그녀는 먼저 등을 돌려 처소 쪽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등 뒤로 그가 걷고 있었다. 아주 작은 소리도 없었지만 너무 가까워 목 뒤로 그의 뜨거운 숨결이 하나도 남김없이 그대로 느껴졌다. 목의 솜털이 보스스 일어나며 소름이 돋았다.
한 발을 내딛으니, 다시 한 발. 그 위로 또 한 발.
사뿐 성큼,
사뿐 성큼.
두 사람의 걸음이 그림자놀이를 하는 마냥 얽히었다.
그것이 참으로 오싹하면서도 간질거리는 기묘한 느낌이어서 서우는 저도 모르게 훅, 숨을 들이마셨다.
처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마름소랑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벽으로 밀치며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한 손으로는 작은 그녀의 머리를 받치고 나머지 한 손은 성마르게 옷깃을 헤치며 조금의 틈도 허용하지 않을 것처럼, 단숨에 마셔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엄청난 힘으로 그녀를 빨아들였다. 아까 정자에서 하던 입맞춤과는 너무나 다르고 광폭해 그가 조금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해주기를 바랐으나 그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딱.
“으음!”
이가 부딪치고 찌르르 하는 느낌과 함께 비릿한 피 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너무나 아파 서우는 작게 신음을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정도였다. 마름소랑은 오후부터 그녀를 찾아 이렇게 안고 싶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그녀의 체향이 불쑥불쑥 떠오를 때면 요동치는 분신을 주체하지 못해 내내 고통스러웠었다. 그래 때마침 추적추적 비가 오니 술 핑계로 그녀를 불러내었다. 마지못해 나온 티가 역력했지만 상관없다 생각했다. 어차피 그녀가 자신에게 속해 있는데 흥. 제까짓 것 앙탈을 부려보았자 어쩔 것이야, 하는 못된 마음도 먹었다. 헌데…… 그랬으면 되는 것이지 산국과 그녀가 마치 부부인 양 다정히 담소하며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 느껴지던 가슴 뜨끔하니 아픈 것은 무어냐.
그대로 짐승이 되어 달려들던 마름소랑은 그녀의 입술 사이에서 새어나온 작은 신음소리 때문에 멀어져 가는 이성의 한 가닥을 붙들었다. 그는 잠시 이를 악물고 숨을 가다듬은 후 서우를 내려다보았다. 하얀 가르마가 타진 머리꼭지, 그것을 따라가면 만나는 반듯한 이마. 그리고 그 밑으로 세상 어느 여인보다 맑은 빛을 하고 있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 이상 힘들지 않을 거야.”
“그러기를 바라요.”
두 손가락만으로도 감싸지는 작고 섬세한 턱을 지나자 거친 입맞춤에 부풀어 오른 입술을 스쳤다. 그녀의 입술이 그가 보아왔던 어떤 꽃보다 붉게 피어 있었다. 그의 손가락에 의해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신 치아가 가지런히 드러났다. 탐이 난다. 그 안의 혀도. 그의 혀가 안으로 밀려들어가 촉촉이 젖은 작은 혀를 빨아들였다.
어느새 흐트러진 옷깃 사이로 파고든 그의 손이 소담스러운 젖무덤을 감싸며 남은 한쪽으로 입술을 가져다 대는 순간 서우의 몸이 휘청하고 떨렸다. 늘 하던 대로 눈을 감고 고개를 옆으로 외면했다. 남은 일은 그가 하고 싶은 대로 실컷 자신의 몸을 탐하고 떨어져 나가기를 이렇게 죽은 듯이 견뎌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의 몸에 짓눌려지다가 끝도 없이 밀어치던 거친 파도가 멈추면 그 모든 것이 같이 끝이 나는 것인 줄 알았다.
“빨리 끝내 줘요.”
“싫어.”
“눈을 떠.”
“네?”
또 무슨 심술을 부리려고 이러시오. 서우는 그의 목소리에 파르르 떨며 눈을 떴다.
“눈을 감는 것은 네가 나를 아니라 외면하는 것 같아 싫다. 흐릿해도 보이긴 보일 것이 아니야. 날 봐. 그래 그렇게 네 눈 속에 나를 담아라. 너는 나만을 담아라.”
그는 서우의 눈동자에 비친 달과 자신의 모습을 음미했다.
열린 창으로 밤바람이 으스스하게 불어 들어왔다. 얇은 속적삼 하나만 입고 있는 서우는 추위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갑자기 뜨겁기까지 한 마름소랑의 몸의 온기를 나누어 받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차가운 어깨 위로 그의 입술이 닿았다가 옴폭 패인 쇄골까지 훑어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과 천천히 마주하며 작은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로 가져다 대도록 했다.
등줄기에 오싹한 소름이 끼쳐왔다. 온몸이 달뜨며 이상한 폭풍우에 휩쓸려 땅 밑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어 서우는 저도 모르게 마름소랑을 부여잡았다
쿵, 쿵, 뛰는 힘찬 그의 심장소리는 손바닥을 통해 그녀에게로 그대로 흘러들었다.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그라서 꼭 사나운 짐승 같기만 하였으나 심장소리는 틀림없이 건장한 사내의 그것이었다. 부끄러워 오그렸던 손을 조금 펴서 단단한 가슴을 매만지다 밑으로 내리자 작은 유두가 손끝에 걸렸다. 화들짝 놀라며 뒤로 주춤 물러나자 그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시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위로 올려놓았다.
마름소랑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는 갈망도 채워야 했지만 그녀도 이 짜릿하고 음란한 남녀 간의 줄다리기에 대해 알기를 바랐다. 그녀의 입술로 자신의 이름을 외쳐 부르고 어깨에 매달려 울부짖게 하고 싶다. 그녀 스스로 타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한 가지의 즐거움을 더 늘리고 싶은 욕심이었다. 물론, 그 속내에는 그녀를 생각하는 고운 마음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네가 그렇게 하찮게 내리깔며 보는 장사치의 몸 아래 깔리어 육욕의 기쁨에 몸부림 쳐보라. 내가 너를 기어이 정복하고 말리라 하는 심술궂은 마음도 다분한 것이기는 하였다.
침상 위에는 아신이 종종 그녀를 위하여 하던 대로 곱게 말린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다.
너무 밝은 달빛이 부끄러웠는지 그 위로 누운 그녀의 얼굴 위로도 붉은 능소화가 피었다. 그 붉은 기운이 목 아래까지 내려와 그 모습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으니 마름소랑은 그 모습을 천천히 음미하며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신의 손보다도 작은 발,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발등에 입을 맞추는 마름소랑의 입가에 웃음이 스몄다.
“이걸로 걸을 수 있다는 게 믿을 수 없었지. 하지만 넌 이렇게 작은 발로도 걷고 그렇게 작은 손으로 날 홀렸다. 현명한 입으로는 사람들을 다스리고 그 혀로는 노래를 하지. 이번엔 또 무엇을 해서 나를 놀라게 할 테냐.”
정신을 혼돈하게 만드는 이 향기가 꽃향기인가 아니면 그녀의 향기인가.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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