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쥐꼬리만 한 월급이 들어왔으니 오늘도 열심히 쥐꼬리만큼 일하고 앉아서 죽때리다 튀어야지.” 하루의 1/3 정도를 직장에서 보내는데 이렇게 시간이나 때우면서 지낸다면 행복할까요? 생계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넘어서 다른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는 없을까요? 물론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겠지만, 스스로 일을 어떻게 의미화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 p.21, '장원섭, 「일과 배움의 전범으로서의 장인」' 중에서
일하는 사람과 일의 의미를 재복원하면서 일과 일 외의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해요. 하지만 일 외의 삶에 대해서는 보여 주지 못해요. 일에 대해서는 조명이 되었는데 장인의 일 외의 삶에 숨어 있는 모습은 집중하지 않잖아요. 앞에 소개되었던 장인들은 대부분 남성들이었고 성공한 엘리트로 보였어요. 잠깐 스쳐 가듯이 장인 가족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사회에서 가볍게 넘어갈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장인의 노동과 재생산은 가족에게서 일어나고 그 백업 없이는 장인이 되기 힘들었을 거라고 봐요. 누군가의 희생이나 기여가 있었기에 장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이런 구조가 과연 오래갈 수 있을지 하는 질문을 하게 돼요. 일과 일 외의 삶의 균형에 대해서 말할 때에도 이 구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고요. 따라서 장인 당사자가 제자를 양성할 때 일과 일 외의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이거나 아니면 그런 삶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안내하면 좋을 것 같아요.
--- p.35, '박진숙 외, 「장인 교육은 가능한가」'
밧줄이 없었다면 문명은 가능했을까? 아마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인류가 밧줄을 사용한 흔적은 15,000~17,000년 전 화석으로 발견되었다. 풀과 포도 넝쿨을 함께 꼬아서 만든 밧줄이었다. 고고학자들은 밧줄이 적어도 25만 년 전부터 사용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밧줄 화석은 돌도끼나 바퀴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기원전 4만 년 즈음이라니 밧줄의 사용은 그보다 앞서고 대략 석기 사용 시기와 일치한다. 선사 시대부터 인류는 밧줄을 사냥, 올무, 낚시, 그물, 창, 작살, 이동, 운반, 등반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
--- p.58, '김성원, 「밧줄이 없었다면 문명은 가능했을까」' 중에서
2학년 녀석들이 쓴 시를 보니 좀 더 이야기를 나누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좋은 날, 적당한 때에 2학년 아이들과 만나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멋진 말을 늘어놓기보다는 ‘진짜 내 마음’을 잘 담아 보자 했어요. 여행 가서 자주 눈물지었던 태윤이에겐 여행에 대한 시를 써 보면 어떨까 물으니 오케이! 태윤이에게 물었어요.
“태윤아 여행 가서 울었어?” “가을 여행 가서 울었어.” “왜 울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그랬구나. 근데 언제 언제 울었어?” “밥 먹을 때도 울고, 그네 탈 때도 울었어.” “가을 여행 끝났을 때, 태윤이는 뭐라고 했어?” “만세!” “크크. 그랬구나. 그래서 줄리아한테 뭐라고 이야기했어?” “줄리아, 3학년 때 여행 가요?”
이렇게 태윤이 버전의 아주 멋진 시가 탄생했어요.
가을여행
김태윤
가을여행 가서 울었어
엄마 보고 싶어서
밥 먹을 때도 울고
그네 탈 때도 울었어
가을여행 끝났다
만세!
그런데 줄리아!
3학년 때 여행 가요?
--- pp.96-97, '에리카(여희영), 「딱! 그 순간! --- p.삶이 시가 되는 순간」' 중에서
생각은 곧바로 실천으로 이어져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한 벽면에 절전소가 세워졌다. 이정은네, 오유찬네, 지은이네가 전기를 아낀 만큼 도서관 벽면에 절전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어린이도서관이라 주 이용자가 아이들이라는 걸 활용해서 아이들 이름이 들어간 절전소를 만들었더니 아이들이 가정의 에너지 감시자가 되었다. 그렇게 60가구가 1년간 아껴서 모은 전력이 35,000kWh로 도시의 110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전력이었다.
--- p.136, '최원형, 「최원형이 만난 사람② 김소영 성대골 마을닷살림협동조합 이사장 -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을의 상상」' 중에서
우선 비눗방울이 생성되는 원리부터 살펴보자. 순수한 물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방울이 세제를 섞으면 만들어지는 까닭은 세제의 계면 활성제가 물의 분자 사이로 들어가 그들이 가까워지지 못하도록 밀어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눗물이 섞인 액체는 작은 물방울로 뭉치지 못하고 바람을 따라 늘어나게 된다. 과학 용어로는 표면 장력이 낮아진 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비눗방울은 용액 속 물이 증발해 그 막이 약해지기 전까지 버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그 비눗방울이 가장 오래 유지되는 물과 세제의 비율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 될 것이다.
--- p.148, '물고기(박지은), 「놀이해부도감② 비눗방울 놀이 --- p.비눗방울에 지구력을 허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