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원해. 영원히, 아니 그 이상으로. 지금 생에서뿐만 아니라 다음 생에서도.”
--- p.43
“그래, 샘. 하지만 네 아빠는 살아 있어. 다만 다른 방식으로 살아 있을 뿐이란다. 알아듣겠니? 코마도 삶이야. 다만 독특한 방식의 삶일 뿐이지. 경계 상황이란다. 위기, 그래, 그렇다고 너나 나나 탐린 부인이 살고 있는 삶보다 덜 중요한 삶은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코마로 살고 있다고 말한단다. 코마로 누워 있다고 말하지 않아.”
“하지만 이 이틀은…… ‘영원’의 시작이 아닌가요?”
닥터 사울이 내 질문에 또다시 너무 오래, 지나치게 오래 침묵한다.
--- p.98
“네 아빠처럼 사람 말을 잘 들어주었던……” 나는 말문을 뗀다. 목이 메는 걸 간신히 참고 말을 정정한다. “사람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없어. 네 아빠가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 순간 세상엔 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사람은 없게 돼. 네 아빠는 누구든 자기 이야기를 하게 만들어. 네 아빠 앞에서는 자기 자신을 더 잘 볼 수 있게 된 듯한 기분이 들어. 네 아빠와 함께 있으면,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인데도 다른 누군가가 웃거나 아니면 눈을 부릅뜰까 두려워 결코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말할 수 있게 돼. 또는 스스로 이해하지 못해서 말하지 못했던 일들을. 헨리는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게 만들어.”
--- p.132
“너 정말로 모르겠어, 발렌티너?” 얼마 후 스코트가 묻는다.
“뭘?”
“삶이 네게 호의적이라는 걸.”
“호의적이라고? 넌 그걸 호의적이라고 말하는 거야?”
“그래, 이 얼간아. 사실이 그래. 내 말 잘 들어.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삶은 이곳에 있는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살지 못하는 아마 가장 생동감 있는 삶일걸. 그건 어쩌면 잘 먹고 잘 자고 휴대폰 충전기만 있으면 되는 단순하고 편안한 삶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그건 네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올바른 삶이야. 이런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기회가 언제 있겠어?”
--- p.199
“옛 이집트에서는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 고양이 주인들이 고양이의 눈썹을 밀어버리는 관습이 있었다. 그런 다음 고양이를 쥐 미라와 함께 묻었다. 쥐들도 눈썹을 밀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좋아, 좀 낫군. 이제 매디에 대해서도 뭐라고 써야 하지 않을까.
“너는 대부분 눈을 뜨고 있었어. 이따금 감고 있기도 했는데, 그러면 네가 잠을 자는지 아닌지 아무도 알 수 없었어. 너는 지금 아무도 너를 찾지 못하는 곳에 있어. 네가 깨어나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 평생 눈썹을 밀고 다닐 거야.”
원래는 ‘죽을 거야’라고 쓰려 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때마침 우주가 내 말을 듣고 오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마침표를 찍는데 심장이 쿵쿵 뛴다.
--- p.206
“무엇이 제일 두려워?” 나는 매디에게 묻는다.
“저기에 아무도 없어, 샘. 이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다들 떠나버렸어.” 매디는 절망한 나머지 어둠과 빛의 경계에서 쓰러진다.
그런데 단지 한 걸음만 내딛으면 된다. 빛 속으로, 따사함 속으로 더도 말고 딱 한 걸음만.
삶으로의 귀환.
그리고 매디는 그걸 무척 갈망한다. 나는 그걸 느낀다.
--- p.363
나는 나 자신이 등대라고 상상한다. 헨리가 세계들 사이의 어둠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과 추억과 노래로 이루어진 빛을 비춰주는 등대.
--- p.392
내가 죽는 걸까?
아버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나는 다만 기다릴 뿐이란다.” 아버지는 말한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늘 우리를 기다린다.
--- p.408
우리는 행복을 가져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랑. 인생의 모든 아름다운 시간들. 우리가 조용히 바라보는 모든 빛들. 향긋한 내음, 웃음, 우정. 모든 입맞춤과 어루만지는 손길, 노래. 얼굴을 스치는 바람, 탱고. 음악, 밤이슬에 얼어붙은 가을의 풀이 부러지는 소리. 별들의 반짝임과 만족, 용기, 너그러움.
이 모든 걸 가져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중간 세계에 있다.
“텅 빈 심장으로 가지 마.” 나는 그들에게 속삭인다.
--- p.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