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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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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레이디

[ EPUB ]
최은경 | 가하 | 2012년 10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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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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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0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9.3만자, 약 6.4만 단어, A4 약 121쪽?
ISBN13 978896647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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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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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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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돼요. 선우 씨 그러지 마요. 그 사람 착한 사람이에요. 그저 제가 불쌍해 보여서…….”
“네가 왜 불쌍해! 남편이 없어 집이 없어 일이 없어. 뭐가 불쌍해? 착한 사람? 착한 놈이 남의 유부녀 꼬드겨 내서 그런 짓을 하는 건가!”
눈물로 축축이 젖은 손으로 제 손을 잡고 매달리는 주리를 참을 수 없는 선우는 그녀가 왜 불쌍해 보였다고 했는지 다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며 악을 써댔다. 사랑으로 한 결혼이 아니라 잔인한 복수를 위해 물건으로 치고 사 들여 한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여자. 분명 지옥이 되었을 그런 결혼생활을 사랑과 정성으로 극복해 온 여자. 그것이 강주리다. 눈이 멀고 귀가 먼 사람이라도 따뜻한 주리의 손길이 닿으면 그녀가 얼마나 사랑이 많은 사람인 줄 단번에 알아 볼 텐데 멀쩡한 놈이니 어찌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이해를 하던 선우는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먼저 제 인생을 저당 잡히겠다고 한 것은 강주리야. 내 강요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고 날 좋아한다고 한 것도 강주린데 무슨 이해?’
“이혼을 바라나?”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선우는 도리질을 해 가며 부인하는 주리에게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에 대해 설명하기를 요구했다.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길 바란다는 것은 매우 이율배반적인 것 같은데? 왜. 계약이 파기 되었을 때 보복이 두려우니 몸은 내 곁에 두고 마음은 그 놈에게 주겠다? 아니지. 앙큼하게 거짓말을 하는 법을 배웠으니 언제든지 몸도 그 놈에게 줄 수 있겠군. 이미 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요. 말 했잖아요. 키스 한번 한 것이 전부라고요. 정말이에요. 제가 거짓말을 한 건 그때 딱 한번. 회사에 나간다고 했을 때뿐이에요. 선우 씨가 물어봤다면 저 사실 그대로 말했을 거예요. 선우 씨는 이해해줄 거라고 믿었는데 왜 숨겼겠어요?”
“내가 이해를 해줄 거라고?”
“당신도 그랬잖아요. 당신 내 남편이고 내가 당신 아내이긴 하지만 마음은 항상 다른 여자들에게 주고 몸만 내 곁에 있었으니까 내 마음 이해해줄 거라고 믿었어요.”
“허어!”
주리의 괴변에 기가 막힌 선우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기함 하다 그녀가 얼마나 큰 착각을 했는지 똑똑히 알려주었다.
“마음이 어쩌고 어째? 나하고 2년을 살고도 그렇게 이 지선우를 몰라? 한 집에서 같은 밥을 먹고 사는 너한테도 주지 않았던 마음을 유희 따위나 하려고 만난 계집애들한테 줬을 것 같아? 멍청한 것! 이 지선우가 처음으로 마음을 주려고 했던 여자는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너 강주리뿐이었어!”
“어…….”
“제기랄! 제기랄!”
전기에 감전 된 듯 입만 벌린 채 미동도 하지 못하는 주리의 반응에 선우는 테이블이며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것으로 화풀이를 해댔다.
“왜…… 요? 왜 나에요? 난 당신 취향이 절대 아닌데…….”
“그걸 지금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그 동안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시지. 그렇게 죽을 둥 살 동 사랑을 퍼다 나르는데 어떻게 배기겠어! 네 잘나고 거창한 사랑에 나 같은 놈도 무릎이 꿇어지더라. 됐어?”
“나…… 난 몰랐어요.”
“나도 확실히 깨달은 건 오늘이었어. 강 씨 집안 피 정말 대단해. 언제나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군. 대단해.”
선우의 비아냥거림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주리는 울지도 못하고 제 첫사랑이 불륜이라는 구정물을 뒤집어 써 버리고 남편인 선우에게 상처를 준 사실이 믿기지 않아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다. 선우 역시 광분해 미친놈처럼 날뛸 것 같던 분노가 허망함으로 바뀌어버린 탓에 굳게 입을 다물어버렸다. 2분, 5분, 10분이 흘러도 사람이 둘이나 있는 방 안은 고르지 못한 숨소리와 시계초침 소리가 전부였다. 그 침묵이 파열 된 것은 그로부터도 한참 후 선우의 쇤 목소리로 인해서였다.
“너 만은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믿을 수가 없어. 정리 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어. 내가 널 너무 내버려둬서 외로워서 잠시 흔들린 것뿐이니까 해프닝으로 끝낸다. 그리고 그 정리는 네가 아니라 내가 한다.”
“선우 씨…….”
“말해.”
변해버린 주리를 볼 용기가 없는 선우는 등을 돌린 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그녀의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나 놓아주면 안 돼요?”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우의 어깨가 딱딱하게 굳는 것이 한 눈에 들어왔지만 주리는 또 다시 그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없어요. 당신을 어제 만났다면 새로 시작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 당신과 2년을 살았어요. 당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는데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하겠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것도 배신이니까.”
“그 녀석을…… 사랑해? 나보다 더?”
주리는 최악의 고백을 들어버려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떠밀려 버린 선우의 비참한 목소리에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앞으로 가 팔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그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당신만큼 절절하지는 않아요. 당신을 처음 봤을 때처럼 온 세상이 정지해버리지도 않고 심장이 그냥 뛰는 정도일 뿐이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마음으로 어떻게 당신 아내 자리에 있을 수 있겠어요? 나빠요. 당신! 조금만 더 일찍 말해주지…… 그랬으면, 그랬으면…….”
작은 손을 통해 전해져 오는 가냘픈 떨림에도 갈가리 찢어 발겨진 선우의 심장은 전혀 위로 받지 못했다. 그는 매몰차게 그녀의 손을 떼 내고 고통이 훤히 내다보이는 일그러진 눈빛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순서를 알려주었다.
“내 탓 하지 마. 언제까지나 나만 바라보겠다고 했던 것은 내가 아니라 너야. 절대 내가 강요하지 않았어. 그 녀석에 대해서 어떤 것도 알려 줄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 밤부터 넌 내 곁에서 자고 일어나야 해. 그리고 내 허락 없이는 이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서는 안 되고 전화도 안 돼. 내가 아이가 없을 것을 걱정했다지? 네가 낳아.”
“어…….”
비열함으로 버무려진 선우의 조소가 주리의 등골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선우는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잔인한 면모에 하얗게 질려가는 주리의 팔을 부스러뜨릴 정도의 힘으로 거머쥐고 사금파리처럼 박살이 난 저를 봐 달라 억지를 부렸다.
“지금 당장 발가벗겨서 그 녀석이 흔적이 있지 않나 샅샅이 살펴보고 싶지만 마지막 자존심까지는 허물 수 없으니 참아주지. 강주리. 넌 내 거야. 몸도 영혼도 온전히 다. 그렇지?”
“선우 씨…….”
눈물이 목을 막아 와 신음소리도 내지 못하는 주리는 비정상적으로 빛나는 눈동자로 웃고 있는 선우가 2년 전 장대비가 내리던 그 밤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날 이렇게 그가 두려웠었다면 절대 저를 사 달라 매달리지 못 했을 것이다. 아니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코…….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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