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똑같은 꿈을 꾼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 외국인처럼 길게 늘어진 금발에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미녀였다. 내 곁에서 나와 닮은 귀여운 아이가 어여쁘게 웃으며 엄마라고 조잘조잘 거린다. 그리고 꿈이 끝나 갈 때쯤, 나는 늘 항상 내 아들에게 살해당한다. * * * * * “근데 내가 네 엄만 건 맞아?” “그게 무슨 말이야?” 작은 손으로 아스카가 얼굴을 문질렀다. 이제 울음이 멎은 건지 꼬물거리면서 눈물을 닦는 것도 귀여워서 죽겠다. 내가 원래 이렇게 애들을 좋아했나? 아닌데, 난 애들 별로 안 좋아했는데. “네 엄마는 원래 금발에 파란 눈이었잖아. 난 검은 머리카락에 머리도 짧고 눈도 검은 색인데?”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그래. 네가 그 말을 왜 안 하나 했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지?” “어떻게 알았어?” 아스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나는 손을 들어 아직도 젖어 있는 아스카의 뺨을 닦아줬다. 입만 열면 엄마가 제일 좋다고 그러고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해 놓고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웃겨서 내가 웃자 아스카도 덩달아 웃는다. “무슨 책 읽고 싶어?” “엄마가 읽어 주는 책.” “엄마가 무슨 책 읽어 줬는데?” “모르겠어, 그냥 자꾸 뭘 읽었는데 하나도 모르겠어.” 하나도 모르겠다고 해 놓고 책은 또 왜 읽어 달래? 동화 같은 걸 읽어 준 게 아니라 다른 걸 읽어 줬나? 아스카는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엄마가 노래 불러 주는 것도 좋고 엄마가 책 읽어 주는 것도 좋아.” 그 말에 나는 다시 웃었다. 노래가 무슨 내용인지 책이 무슨 내용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스카는 그냥 엄마의 목소리가 좋았던 것 같다. 나는 등에 얹고 있던 손을 들어 아스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엄마 진짜 좋아하는구나.”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내 목에 팔을 감으며 아스카가 머리를 비빈다. 턱 밑에 얼굴을 밀어 넣고 꼬물거리면서 자꾸 비벼 대는 통에 간지러웠지만 나는 턱을 들고 아스카의 등을 쓸었다. 이렇게 엄마를 좋아하는 애가 도대체 엄마를 왜 죽였을까. 아니면 그건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꿈이었던 건가? “돈 생기면 책 사러 가자.” “나도 같이 가?” “그래, 같이.” 내 말에 아스카는 바보처럼 웃었다. 정말 바보 같다. 엄마밖에 모르는 바보.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