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관을 통해서 본 주자의 기(氣) 개념
주자 존재론의 기초개념은 ‘기(氣, 一氣)ㆍ음양(陰陽, 二氣)ㆍ오행ㆍ만물’의 네 가지인데, 종래에는 일기(一氣)에 어떤 한정이 가해져서 이기(二氣)가 생겨나고 이기에 더욱 한정이 가해져서 오행이 생겨난다고 말하여, 그 사이에 생성론이나 형이상학적 차원의 단계적 차이를 상정하는 것이 지배적 해석이었다. 야스다 지로는, 주자가 말한 바를 면밀하게 음미한 후 그런 해석이 지지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기와 음양이기의 사이에는 어떠한 차원의 차이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자에 따르면, 기의 움직임인 측면이 양(陽), 고요함인 측면이 음(陰)이다. 오행은 특히 ‘질’(質)이라고 불려서 기와 구별되고 있는데, 그것도 결코 음양이기와 다른 차원의 존재가 아니라 단지 기가 다양한 정도로 응고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음양이 오행에 배당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와 오행이 결합된 것이 곧 만물이다. 요컨대 주자의 존재론에서는 모든 존재는 음양이라는 두 가지 근원[二元]에 의해 파악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존재가 요컨대 하나의 기에 다름 아니라고 하는 연속관(連續觀)과 표리를 이룬다.
의미로서의 리
종래 여러 학자들의 리(理)에 대한 해석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간에 그리스 철학의 영향 아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리를 에이도스(이데아)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것과 로고스 개념에 가깝게 해석하고자 하는 것의 두 가지 경향을 구별할 수 있다. 야스다 지로는 이렇듯 에이도스와 로고스 개념을 통해 리(理)를 이해하는 입장이 지닌 한계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리는 존재의 최고원리로서 기보다 차원 높은 존재이기는 하지만, 기와 결합되어야만 진정한 존재성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한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리는 ‘의미’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 결과 주자의 존재론은 의미에 중점이 두어질 때 리일원론(理一元論)이고, 존재에 중점이 두어질 때 리기이원론(二氣二元論)이 된다고 그는 파악한다. 더 나아가서 그는, 리를 최고원리로 삼는 주희의 존재론은 도덕적 존재론이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쓰다 소오키치의 역사주의적 접근법을 비판
야스다 지로가 문제 삼았던 것은 쓰다 소오키치의 「주회암의 이기설에 대하여」라는 당당 백 페이지의 웅편(雄篇)이었다. 야스다는 먼저 주자에 대한, 아니 중국사상 전반에 대한 쓰다 박사의 연구 근저에 있는 것으로서 두 가지 지점을 지적한다. 첫째, 사상 혹은 사상가에 대한 매우 부정적ㆍ회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며 과거의 사상에 대해 애정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 둘째, 역사주의에 수반하는 위험한 편향이다. 역사주의란, 개념과 언어의 역사적 유래를 정밀하게 탐구하는 것으로, 예컨대 주자의 사상을 개념ㆍ언어의 역사적 유래로만 규정해 버리려고 하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의 고압적 태도로 인해 쓰다 소오키치는 주자의 사상을 모순적이고 무책임한 것으로 바라보았다고 야스다 지로는 비판한다.
습관론을 통해 바라본 주자학
야스다 지로는 『논어』 권두의 “배워서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는 구절에 대한 주희의 주석을 음미하면서, 주희의 윤리학에서 습관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논한다. 학습이란 습관의 획득을 뜻한다. 습관에서 마음과 리가 하나가 된다. 본래의 마음(道心)은 능동적이며 그 마음에서는 마음과 리가 하나이다. 현실의 마음(人心)은 ‘감정’적인 것이자 수동적인 것이며, 마음과 리는 여기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마음의 성격은 능동적 수동성이자 수동적 능동성이다. 이런 마음의 이중성은 습관의 사실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고 야스다는 말한다. 더 나아가 리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리는 “그러한 까닭”과 “마땅히 그러해야 할 원칙”의 두 가지 면, 곧 존재이자 동시에 관념이라는 이중성을 갖는데, 이 점을 설명하는 원리는 습관이라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고 야스다는 주장한다.
새롭게 바라본 양명학
야스다 지로는 양명이 주자학에 반대한 까닭은, 주자ㆍ양명 두 사람은 근저에서는 동일하였지만 이론구성에서는 방법의 역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두 사람은 마음과 리의 일치라는 동일한 체험을 겪었으면서, 주자가 그런 경지로 도달하는 과정에 입각하여 이론을 구성했던 것에 비해, 양명은 체험 그 자체로부터 출발하여 이론을 구성했다. 주자학은 “아래로부터의 이론”이며 양명학은 “위로부터의 이론”이었다. 그리하여 그 귀결로서 양명에게서는 물(物)ㆍ심(心)ㆍ지(知)ㆍ리(理) 개념 각각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리가 기와 대립하여 설명되는 것을 중단하고, 우주론적 원리로서 리와 기가 동일시되었다. 그러나 양명은 다른 한편에서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것은 리의 고요함, 선이 있고 악이 있는 것?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