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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첫키스

첫사랑 첫키스

김영두 | 청어 | 2012년 11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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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74g | 128*188*30mm
ISBN13 9788997706242
ISBN10 8997706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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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영두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1988년 「월간문학」에 소설로, 199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로 등단했다. 그후 ‘계몽아동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우리는 사랑했을까』『아담 숲으로 가다』『미투 Me too』『바다는 넘치지 않는다』『대머리 만만세』『열아홉 번째 그린』『신이 내린 스포츠 Golf & Sex』『오늘 골프 어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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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바람이 스치면 바다에서는 잔물결이 일고, 대숲에서는 댓잎들이 사이좋게 부딪힙니다. 문틈으로 스민 바람은 혓바닥으로 초의 불꽃을 핥아버립니다. 무르익은 바람은 가쁜 숨결로 꽃망울을 터뜨려놓고 종적을 감춥니다. 우리는 정작 사랑이 찾아와 머무는 순간에는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쉿, 바람이 지나가고 있어, 라고 낮게 속삭입니다. 사랑이 떠나간 후에야 바람처럼 가버린 사랑을 아쉬워합니다. 가슴을 치며 후회합니다. 사랑은 바람과 함께 떠납니다.
“앞길에 아름다운 희망이 있으면 이별 또한 축제야.”

기록하는 습관은 다분히 매력적인 데가 있다. 먹고 배설하는 행위가 육체의 살아있음을 의미한다면, 정신의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의식이 기록하는 행위이다. 나는 아마도 죽는 순간까지 이 습관을 삶과 병행하리라. 그러나 실재와 기록사이에 흐르는 단호한 침묵, 행간으로 숨어버리는 진실은 기록자에게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도 미진과 허무를 안긴다. 그래서 글쓰는 사람의 스스로는 벗겨내지 못하는 고독의 굴레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 본문 중에서
비가 온다.
집필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서, 컴퓨터를 켜고 동시에 배경음악을 틀어놓는다. 작품을 쓰는 동안 일관된 정서를 유지하는데 꽤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초혼」을 쓸 때는 주로 녹음된 빗소리를 들었다. 그래서「초혼」은 우울하고 습한 비 냄새를 풍긴다.「광복로 연가」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배경음악이었다. 애절한 사랑을 그리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내고향지구별」은 영화 ‘스타워즈’의 사운드트랙이 별나라의 분위기를 살려줬다.
그래서인지 내가 동명이인인 줄로 아는 독자도 있다. 작품마다 향기가 다르다나.
‘작가의 말’을 쓰고 있는 이 시각, 창밖에는 비가 내린다. 12시간 넘게 쉼 없이 내린다. 게다가 자꾸 반복해서 돌아가고 있는 음악은 모리스 라벨의 ‘포르노그래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관능적인 발레곡 ‘볼레로’이다.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 내 아이에게 옷깃을 여미고 겸허하게 덕담 한마디 하려는데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 그리고 ‘볼레로’가 정신을 흩어놓는다.
나는 전신마취수술로 첫아이를 낳으면서 죽어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는 아주 편안하게 잠으로 인도하는 전신마취가 시술되고 있었지만, 나는 완벽하게 의식이 꺼져버리는 전신마취 수술을 거부했다. 나는 언제나 깨어있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갈라진 내 배에서 쑤욱 밖의 세상으로 머리통을 내미는 눈부신 새 생명과 눈과 눈을 딱 마주치는 첫 대면을 했다.
세상으로 나간 아이는 독립된 개체로 살고 있다. 작가인 나는 어미처럼 소설 작품을 잉태하고 출산하지만, 내 작품은 독자들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소비한다. 그러나 나는 독자를 이해하거나 소비하는 데 영 자신이 없다. 오직 작품으로만 말해야하는 작가의 역량이 문제인가.
희망을 품어본다. 아직 내가 속한 세상에는 사랑이 있다.
작가와 독자의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 있겠지만, 서로 이해하기 위해 사랑으로 더 노력한다면 간극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 전, 또, 몸속에서 혹을 떼어 내는 수술을 받았다.
죽음의 나락으로 곧장 떨어질지도 모를 마취상태가 싫고 무서웠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후세계로의 진입이 겁이 났고, 내 존재의 소멸이 두려웠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삶과 죽음의 모호한 어름에서 길을 놓쳤다. 나는 순간적이나마 기억을 잃고 나를 잃고 완전한 망각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깨어났다. 수술은 상쾌하게 완료되었다.
나름 유언을 했다. 내 장례식에 발걸음 하는 사람들에게 암만의 돈을 나누어주라고. 그 돈으로 술이나 한잔하면서 곧 잊힐 내 이름을 잠깐이나마 불러달라고. 독자에게서 지인에게서 내 존재가 소멸되는 시간을 좀 붙들어 매고 싶었다.
여덟 번째 저서를 낸다. 그동안 절실하게 고독했고, 아팠다.
부끄럽다. 아직 소설 쓰는 작가로서 제 몫을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또한 괴롭다.
내가 진정 작가답게 살아왔는가, 라는 자문에는 회의적이지만, 앞으로 참다운 작가로 살다가 죽겠다고 각오한다.
수술 후 한 달이 지난 지금 깊고 단 숙면에서 깨어난 듯, 새로 태어난 듯 몸이 가볍다.
훗날, 영영 이승과 작별인사를 나눌 때, 내 삶에 갈채를 보내줄 독자 하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어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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