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산, 다산을 만나다
평소 독서법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다산의 뛰어난 학문적 결과물들이 그의 독서능력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확신했습니다. 다산은 그 당시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활용했던 몇 가지 독서법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책을 같은 방법으로 읽더라도 다산이 읽으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다산은 자신만의 의견을 내세우며 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독특한 창작물을 만들어 냅니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적 같은 방대한 저술을 남긴 대학자, 다산에게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프롤로그」 중에서
오래된 본성, 호모-리더스(homo-readers)여 영원하라!
우리에게도 이런 인물이 있다. (……) 그는 다산 정약용이다.
이 책은 ‘독서 전략’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쉽게 들이킬 수 있는 달콤한 꿀물이 아니라 두고두고 나눠서 힘겹게 참고 넘겨야 하는 쓰디쓴 약물이다. 고민 없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정형화된 비법과 기술 대신 진정한 책 읽는 인간인 ‘호모-리더스’가 가야 할 어렵고 힘든 길,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 본질적인 덕목을 일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추천사」 중에서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다산의 삼박자 독서 전략
상상력과 창조력이 화두인 요즘, 독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독서로 쌓은 지식과 아이디어가 풍부할수록 상상의 폭도 넓어지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도 높아진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사랑하고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독서는 꼭 필요한 요소다. 삶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 나는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조선 후기 독서론에 주목했다. 18세기 조선의 지식인이 경험했던 정보화 사회 양상은 21세기 지식 패턴의 변화와 본질적으로 비슷했기 때문이다. --- pp.18~19
다산은 어떤 환경에서도 책을 펼쳐서 본분을 지키려 했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박함을 책을 통해 멀리하고, 대신 우직하고 깊은 마음을 챙겼다. 좋은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확 트이고 눈이 열린다. 그러면 봐야 할 것이 제대로 보인다.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움켜쥐고 있는 걸 내려놓고 진정으로 챙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된다. 그로 인해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살피게 된다. --- p.51
단순히 책을 읽어 내려가는 것에 그친다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반감된다는 뜻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글자가 나오면 다른 여러 가지 서적을 동원해 모르는 글자를 찾고 세밀히 연구하면 한 권의 책을 읽는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서적을 읽는 효과를 볼 것이고, 그것을 통해 책의 내용을 더 자세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 p.97
표시가 안 된 책은 현상하지 않은 필름과 같고, 뚜껑을 따지 않은 와인과 같으며, 조율하지 않은 바이올린과 같다는 말이 있다. 메모는 책을 읽다가 나만의 발자취를 남기는 행위다. 사람의 머릿속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눈앞에 떠다니는 것을 바로 건져내지 않으면 금세 흘러가버려 영영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책을 읽을 때 떠다니는 생각, 금세 사라져버릴 것 같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으로 확실하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메모다. --- p.151
초서는 책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목적은 ‘의견 세우기’에서 정한 주제에 맞는 인용문이나 관련 글을 찾기 위해서다. 주제에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은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건너뛰며 빨리 읽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필요한 글을 만났을 때는 공들여 하나하나 베껴써야 한다. 베껴쓰기, 뽑아 적기는 인용문을 많이 저장해두라는 것이다. 한 편의 글이 오로지 자기 생각만으로 채워질 수는 없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글을 발견할 때마다 즉시 뽑아서 보관해야 훗날 좋은 책을 쓸 수 있다. --- p.169
연암 박지원은 문제해결을 위한 독서는 집중적인 노력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며, 과정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매일 경서 한 장과 강목 한 단을 읽되, 빨리 읽으려 하지 말고 익히 외우고 깊이 생각하며, 어려운 대목은 토론해서 잘 분별하도록 해야 유익하다고 했다. 이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광명정대한 목적을 가지고 독서를 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자세가 진지하고 겸허해야 하며,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라도 물어봐야 하며, 어린아이나 종이라도 자기보다 한 자라도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우선 배우라고 말했다. --- p.206
존 스튜어트 밀의 독서법은 초등학교 때부터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데카르트 같은 천재 사상가들의 책을 열심히 읽고 소화해서 그들의 위대한 사고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독서를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상가들의 책을 읽고 매일 아침 아버지와 깊이 있게 토론했다. 고전철학의 힘을 믿고 성실하게 고전을 읽는다면 처칠, 에디슨, 아인슈타인같이 창의적 사고능력을 갖게 되어 남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232
책을 읽으면 사람이 변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변하지는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반응하는 정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갖고 있는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면에 축적되어 있는 자원의 양만큼 반응한다. 배경 중에 사람 배경이 가장 큰 힘이고 자산이다. 사람의 배경을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일이다.
--- p.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