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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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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24건 | 판매지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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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 top100 4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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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542g | 128*188*33mm
ISBN13 9788901237053
ISBN10 8901237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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셴 할아버지는 고개를 들어 이마에 손을 갖다대고는 햇빛을 따라 서쪽을 바라보았다. 멀리 산등성이 위로 자주와 황금빛이 뒤섞여 내려앉고 있었다. 농염하게 붉은 연기와 먼지가 땅 위로 한 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셴 할아버지는 이것이 하룻밤을 쉰 땅의 기운이 햇빛을 오래 받아 피어오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쩍쩍 갈라진 땅바닥의 빈 틈새들이 마치 땅의 조각들을 가마에서 구운 다음, 다시 깨뜨려 산맥에 뿌려놓은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일찌감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밀은 이미 밭에서 다 말라죽었고 고산준령이 전부 황무지로 변했다. 세상 전체가 온통 말라죽은 빛깔이었고 농가들은 세월 속에서 기다림에 지쳐갔다.
--- 「연월일」중에서

넓디넓은 산맥은 한없이 넓게 주변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주변 수십 리 밖의 하늘과 산맥이 서로 잇닿아 있는 곳마다 이글이글 불빛으로 타고 있었다. 셴 할아버지가 산비탈에 이르자 눈먼 개가 달려와 맞아주었다. 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물이 말라버렸더구나. 물이 없단 말이다. 죽은 쥐들이 우물을 가득 채워버렸어.”
그러고 나서 눈먼 개에게 물었다.
“쥐들이 여기에 왔었느냐?”
눈먼 개는 셴 할아버지를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셴 할아버지가 말했다.
“너랑 나는 둘 다 여기서 쥐들 손에 죽게 될 것 같구나. 저 옥수수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며칠 버티지 못할 것 같아.”
--- 「연월일」중에서

셋째는 발작이 일어나지 않아도 하나부터 일곱까지밖에 세지 못했고, 마을 어귀로 기름을 받거나 소금을 사러 가서는 한 번도 잔돈을 제대로 거슬러 받아오는 법이 없었다. 매달 월경을 할 때도 요우쓰댁이 뒤처리를 해줘야 했다. 요우쓰댁은 셋째가 남자와 여자의 일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딸애는 시댁을 갖고 싶어 하고 큰언니와 둘째 언니처럼 남편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가을 옥수수가 무르익은 밭에서 흥분으로 옅은 홍조가 드리운 셋째 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요우쓰댁은 햇볕 속에서 옥수수 줄기 사이로 날아다니는 불꽃을 확인했다.
“셋째야, 너 방금 뭐라고 했니?”
셋째가 목을 꼿꼿이 세우고 말했다.
“저도 시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밤에 큰언니나 둘째 언니처럼 남편을 껴안고 자고 싶어요.”
요우쓰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떤 남자를 원하는데?”
셋째가 말했다.
“멀쩡한 사람이면 돼요. 절름발이도 아니고 애꾸눈도 아닌 좋은 남자 말이에요. 그리고 저더러 밭에 가서 옥수수를 따오라고 하지 않는 그런 남자요.”
요우스터우가 말했다.
“셋째야, 넌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보지 않는 거니?”
요우쓰댁이 말했다.
“어떤 모습이라니요?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전부 엄마 아빠네 집안에서 물려받은 거잖아요.”
요우스터우가 말했다.
“저 아이가 온전한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 「골수」중에서

비쩍 마른 몸에 다리를 저는 루류밍은 꼬박 1년 365일을 이렇게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처음 벽돌을 등에 질 때는 열여섯 개의 벽돌을 한 줄로 나란히 쌓았다. 엉덩이에서 목까지 전부 벽돌이었다. 그의 등에 커다란 둑이 얹혀 있는 것 같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등에 얹힌 둑이 요동을 쳤다. 다리를 절다 보니 처음에는 가마 입구까지밖에 못 왔는데 벽돌이 무너져내려 다른 죄수의 발등을 찍었다. 그 죄수가 툴툴거렸다.
“이런 염병할 절름발이 새끼야, 가서 편하게 양이나 몰 것이지 왜 여기에 와서 난리야.”
--- 「천궁도」중에서

“할머니, 젊었을 때는 예쁘셨지요?”
할머니는 예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면서 다시 예뻐지는 게 안 아픈 것만 못하다고 하셨다.
내가 말을 받았다.
“할머니가 예쁘지 않았다면 그 지주가 할머니를 데려다 마누라로 삼았겠어요? 우리 할아버지랑 리좡 할아버지가 동시에 할머니를 좋아했겠어요?”
할머니의 얼굴이 단번에 청백색으로 변했다. 나를 쳐다보는 순간, 겨우내 잠을 자던 할머니의 눈이 새하얀 빛을 발했다. 의자를 붙잡고 있던 할머니의 손은 대추나무 가지를 꽉 쥔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할머니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잇몸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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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의 풍자소설가. 현대 중국의 어두운 역사에 색다른 유머와 초현실적 이미지를 배치했다.”
- 파이낸셜 타임스
“자신을 둘러싼 현실의 부조리를 발견해내는 보기 드문 천재.”
- 워싱턴 포스트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가. 옌롄커는 실재하는 피 속에 상상의 상처들을 창조해낸다.”
- 뉴욕 타임스
“환각적인 상상력과 풍부한 위트를 보여주는 중편소설.”
- BBC
“강렬하다. 잔인함, 개방성, 심지어 교활한 유머의 혼합이다.”
- 라이브러리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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