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소설가·평론가. 오스트리아 갈리시아의 소도시 브로디에서 태어났다. 빈 대학에서 철학과 독일문학을 배우다가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군에 지원, 종군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 빈과 베를린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프랑크푸르터 차이퉁』 특파원이 되어 유럽 각지에서 기고했다. 이 시기부터 소설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여, 『거미줄』(1923), 『싸보이 호텔』(1924),『반란』(1924) 등을 발표했다. 구약성경의 「욥기」의 주인공 욥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욥, 어느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1930)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의 몰락을 비판적 관점에서 주도면밀한 정확성으로 그려낸 대표작 『라데츠키 행진곡』(1932)을 출간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잡게 되자 망명하여 각지를 돌아다니다가 빠리의 호텔에 자리를 잡고 집필활동을 계속했다. 이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타라바스』(1934) 『어느 살인자의 고백』(1936) 『카푸친 황제묘』(1938) 『성스러운 술꾼 전설』(1939) 등이 있다. 1939년 친구이자 극작가인 에른스트 톨러의 자살 소식을 듣고 쓰러졌고, 나흘 후 빠리 네께르 빈민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오스트리아-프로이센 전쟁은 요제프 트로타가 전역한 뒤 벌어졌고 오스트리아는 패전했다. 남작은 분노했다. 관자놀이를 덮은 머리털은 이미 은색이 섞이고 눈은 침침해지고 걸음걸이는 느려지고 손은 무거워지고 말수는 전보다 더 적어졌다. 아직 한창나이였지만 빨리 늙는 듯 보였다. 황제와 도덕, 진실과 정의를 순진하게 믿고 살던 낙원에서 쫓겨나서, 인고와 침묵에 빠져들어, 소령은 세계, 법의 권력, 황제의 영광을 지탱하는 것이 간계임을 깨달았는지도 몰랐다.―본문에서
카를 요제프는 황족의 이름을 빠짐없이 외우고 있었다. 황족 모두를 소년의 순수한 충정을 바쳐 진심으로 사랑했으며, 그중에서도 황제를 가장 사랑했다. 황제는 자애롭고 위대하며, 숭고하고 정의로우며,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매우 가까이 있고, 군 장교들을 특히 총애했다. 군악을 들으며 황제를 위해 죽는 것이 가장 훌륭할 것이며,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죽는 것이 가장 편안할 것이었다. 카를 요제프의 머리 둘레에 탄환들이 장단 맞춰 핑핑 날아다니고, 군도 칼날이 번득거리는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행진곡의 신명나는 경쾌함에 빠져들고 이 음악의 드럼 장단에 도취됐다. 자신의 피가 진홍색으로 가느다랗게 흘러나와 트럼펫의 반짝이는 황금색과 팀파니의 짙은 검은색과 씸벌즈의 우쭐한 은색에 스며드는 듯했다.―본문에서
민족들은 사라지고 제국들은 없어집니다. (역사는 사라지는 것들로 이루어집니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에서 기이하면서도 인간적이고 특징적인 것을 기록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입니다. 역사가 자신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떨어뜨리는 듯한 개인의 운명들을 모아 담아야 하는 숭고하고도 겸허한 임무를 작가는 맡고 있습니다. ―「나의 소설 『라데츠키 행진곡』에 부치는 머리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