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맨날 그 노무 날 지난 삼각김밥은.... 근데 금마 그것들은 사각김밥은 밥이 마이 들어가니까 짠대가리 굴린 거 아이가? 사각을 반 딱 쪼개믄 삼각이 되제. 그래서 한 개 들어가 두 개 팔라는 거 아이가? 하이튼 요새 물건 파는 것들은.... 쯧쯧...
근데 호태는 오늘도 뼁끼칠하고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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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알기는 지랄로 알아!!! 서더리탕이 뭐냐 하믄 생선뼈탕이다. 생선뼈탕. 어이? 서더리는 생선 이름이 아니고 회 뜨고 남은 뼈, 대가리, 내장, 껍질 뭐 이런 것들을 ‘서더리’라고 하고, 그런 것들 가지고 끼리 묵는 거를 서더리탕이라고 한다. 표준말은 ‘서더리’가 아이고 ‘서덜’ (객석에 질문) 그라믄 탕은? 그렇지 서덜탕이 원래는 맞는 말이지!(칼을 성준 쪽으로 향하며) 알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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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여보. 미안테이. 당신 병원에 있을 때 그림이라도 팔았으면 당신 그래 보내지는 않았을 낀데... 이제 와서 와 이래 후회가 되는지 모르겠다. 당신은 내가 그래 보냈어도 호태는 그래 키우믄 안 되겠더라. 아이구야 내가 이제 철드는 갑다. (사진 바라보며) 여보 내가 당신 몫까지 해서 키아보께. 장모님도 호강 시키주고...여보 오늘따라 당신이 억수로 보고 싶네. 남편 잘못 만나서 고생만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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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참 여러분들 프라이팬에 찌꺼기 떼는 법 압니까? 모르지예? 그냥 물 붓고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깁니다. 그런 다음에 물 붓고 닦으믄 됩니다. 사람한테 난 상처도 그런기라요. 자꾸 억지로 떼낼라고 하다보믄 사람도 다치고 프라이팬도 다치거든요. 화나는 일 상처 받은 일 있으믄 물이 끓을 때까지 기다리 보이소. 저 친구들처럼 틀림없이 좋은 날 올 낍니다. 지금처럼 옆에 같이 온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하고 같이 좋은 날 기다리다보믄 시간 금방 갈낍니더. 참, 좋은 날 기다린다고 오는 기 아이고 노력도 쪼매 해야 된다는 거 알고 계시지예. 담에 또 놀러 오이소. 다음에 다른 여자하고 와도 아는 척 안 하께예. 오늘 장사는 요까지 할랍니다. 다들 살피 가시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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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창문을 연 여자 배우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바닷가 길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러면 저기 멀리서 마치 거짓말처럼 백마 탄 왕자, 아니 하얀색 오픈카를 탄 남자주인공이 나타나는 거죠. 차에서 내린 남자배우는 멋지게 선글라스를 벗고 2층에 있는 여자배우에게 인사를 하죠. 꽃다발을 흔들면서....그러면 남자는 차 뒤로 가서 드렁크 앞에 서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차 드렁크 문이 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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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비웃음) 풍선 날아가고, 플랜카드 올라가고, 비둘기 날고, 포옹하고, 주디 주 빨고... 그거 너무 고전적인 방식 아니에요? 그거 프리티 우먼에서 리처드 기어가 줄리아 로버츠한테 다 했던 거잖아요. 그리고 비둘기 나는 건 영웅본색 할 때 오우삼 감독이 맨날 쓰는 거고... 영화는 말이야 그런게 아니지. 요즘 시대의 진정한 로맨틱한 장면은 그런 게 아니지.
--- p.101
택시 살다보니 이런 날도 다 있네. 나도, 여러분들도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갇혀서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비좁고, 좁은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다 똑같은 사람들 아입니까? 오늘 집에 가시면서, 아니면 내일이라도 버스든, 택시든, 대리운전이든, 택배든, 타거나 받으시면서 “고맙습니다. 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 이런 인사 한마디 건네 보이소. 그게 저희들에겐 진짜 큰 힘이 됩니다. 갑질! 갑질! 하는 데 대기업 회장이 사람패고 돈 주고 하는 것만 갑질이 아닙니다. 고객분들, 승객분들의 갑질도 만만치 않거든요. 물론 저희들이 더 친절하게 다가가야 되겠죠. 우리가 서로가 조금씩만 친절해도 세상이 조금은 바뀌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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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그때, 당신이 휴게소에서 호태랑 삼겹살 꾸버 묵을 때, 우리 식구 다 데리고 죽을라고 했었거든. 사는 기 너무 어려버서, 그래서 차에 농약병이랑 번개탄이랑 다 준비 해 갔었다 아이가. 근데 당신이 그 번개탄으로 고기 꾸버 묵는 바람에. 내가 그걸 보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꼬. 마누라는 소풍간다고 식당가서 묵으믄 비싸니까 아들이랑 내랑 고기 배불리 믹일 끼라고 쪽팔리는 것도 없이 이렇게까지 살라고 하는데, 그걸 보면서 마음을 고치 묵은 기지. 살아야지 그래 어떻게든 살아야지, 잘 살아봐야지. 그런데 먼저 죽어삐네. 아들이라는 놈이. 불효막심한 놈. 남들처럼 제대로 한번 잘 키아 보지도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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