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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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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90g | 128*208*8mm
ISBN13 9788960214507
ISBN10 896021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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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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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드리아해海의 바다 오르간을
함께 연주해도 좋겠네
그러면 코발트색 물결이
어깨를 출렁이리
이 가을, 빛나는 돌길
좁은 골목을 함께 걷다가
호박빛 가로등이 하나둘 켜질 즈음
천천히 항구로 내려가도 좋겠네
거기 선창의 푸른 갈매기들과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호텔 두브로브니크로 돌아와
지난 세월의 아픔을 이야기해도 좋겠네
다시 그대를 만날 수만 있다면
카페 마담 마리로 가서
붉은 맥주를 기다리겠네
거기 19세기의 등대 아래 다시 서겠네
밤이 이슥해지면
세상의 등을 다 끄고
폭설처럼 그대 품 안으로 자꾸 쓰러지리
새벽 동틀 무렵
새로워진 바다를 바라보며
푸른 시가 연기를 내뿜어도 좋으리
우리 아픈 추억들 다 사라진다면
아픔도 추억이 된다면
아드리아 해안海岸에 가서
그대 가슴의 고요한 풍금 소리
다시 듣겠네
--- 「다시, 그리운 그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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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지도는 스스로 갈증이 되어 갈증을 견디는 낙타의 발자국들로 어지럽다. 시는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자들이 내뱉는 한숨이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백석) 정신에게 세계는 그 자체 ‘견딜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이다. 세계는 용납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으며, 세계로부터 자신에게로 눈을 돌릴 때 주체는 자신의 내부 역시 용납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있음을 본다. 그러므로 지각知覺이란, 견딜 수 없는 주체가 견딜 수 없는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낙타에게 세계는 출구가 없는 사막이다. 낙타는 길 없는 사막을 그저 인내하고 걸을 뿐이다.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낙타가 갈증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낙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내의 목록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낙타는 그것들이 ‘당연한(natural)’ 것이 아니라 ‘구성된(constructed)’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낙타는 인내의 사전에 각인된 목록들이 (사막의) 권력이 ‘만들어낸’ 담론들, 즉 공리公理와 규범들임을 눈치챈다. 그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먼 과거로부터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강제해 온 것임을 깨닫는 순간, 낙타는 사자로 변한다. 정신이 이렇게 낙타의 인내를 버리고 사자의 자유를 선택할 때, 규범과 공리의 감옥들이 무너지는 굉음이 들린다. 시는 이런 점에서 (모든 형태의) 규범과 공리를 의심하고 그것에 도전하며 ‘자유’를 꿈꾸는 사자의 언어이다. 사자의 정신은 오로지 세계의 복잡성을 인내하며 그것과 고통스레 분투한 존재에게만 주어진다.
- 오민석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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