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1985년 9월 프랑스·독일· 일본·영국·미국 등 G5선진 5개국 재무 장관 중앙은행 총재회 국가 대표들이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 모여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라는 것을 체결했단다. 주요 내용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환율을 내리기로 한 거지. ‘플라자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 미국에 대한 일본의 연간 수출액은 수입액보다 무려 400억 달러나 많았어. 단기간에 일본 물품의 수입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환율을 내리는 것이어서 미국은 이런 합의를 이끌어낸 거야.… (중략) … 이렇게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환율이 내리면 일본의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단다. 그래서 미국은 무역 수지 적자가 큰 일본과 독일 두 나라에 엔화와 마르크화의 환율을 내릴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 거야. ‘플라자 합의’로 달러당 240엔대였던 환율은 지속적으로 내려가 1988년에는 123엔까지 내려갔단다. 독일 마르크화의 환율도 1주일 사이에 달러화에 대해 약 7퍼센트 정도 떨어졌지. 환율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미국이 일본을 이김으로써 미국 제조업체들은 1980년대의 불황을 딛고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회복했어. 반면 일본은 무역 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했고, 그 후유증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 불황이 계속 되었단다.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려면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두 나라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물건 가격을 정하고 돈을 주고받는 일이 적정하게 이루어져야 하지. 이런 일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이 바로 금이었단다. 일정한 무게의 금을 두 나라 화폐 가치로 바꾸고 이를 비교해서 상대방이 가진 화폐로 물건 값을 받을 때 적용할 환율을 정했단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이런 기준을 금의 무게만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금의 무게에 일정하게 고정되어 변동이 없는 화폐까지 포함시키자는 말이 나왔어. 당시 미국의 국내 총생산은 세계 국내 총생산의 50퍼센트에 달했고, 전 세계 금의 70퍼센트를 미국이 가지고 있었어. 그래서 미국은 자신 있게 이야기했던 거야. “금 대신 달러를 기준으로 합시다. 대신 언제든지 달러를 들고 오면 35달러에 금 10온스로 바꿔주겠소!” 그 뒤 실제로 통화와 금을 거래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불편했기에, 그 뒤로 언제라도 금과 바꾸는 일이 가능했던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한 거래가 늘어났단다. 그래서 미국 달러화가 국제 거래에서 기준 통화의 역할을 하게 된 거야.
1923년 독일에서 발행된 1백조 마르크 지폐는 지금까지 발행된 화폐 가운데 가장 금액이 크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당시 1달러를 바꾸려면 1조 마르크가 필요했으니까 1백조 마르크권이라고 해 봤자, 약 100달러의 가치밖에 되지 않았단다. 이 무렵 독일에서는 빵 한 조각이 800억 마르크, 쇠고기 한 조각이 9,000억 마르크, 맥주 한 잔이 2,000억 마르크, 감자 한 개는 500억 마르크, 이발 한 번 하는데 2,000억 마르크였다고 해.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려면 가방이나 바구니에 돈을 한가득 들고 나가야 했지. 도배를 할 때 벽지 대신 돈을 벽에 바르는 사람도 있었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걸까? 제1차 세계 대전에 패한 뒤, 독일은 전쟁에서 이긴 나라에 엄청난 액수의 전쟁 배상금을 갚아야 했어.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던 독일 정부는 돈을 마구 찍어 내어 배상금을 갚으려고 했지. 그런데 통화량이 갑자기 늘어나자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가 계속 폭등하는 일이 일어난 거야. 이렇게 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거지. 돈을 많이 찍어내면 왜 물가가 올라가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