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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동아리 사건일지

탐정동아리 사건일지

창비 청소년 시선-2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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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16g | 145*210*8mm
ISBN13 9791189228620
ISBN10 1189228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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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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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내내 아이들이 밤마다 소리 없이 다가와 내 잠을 깨워 놓았다. 혼자서 때론 여럿이 몰려와 함께 밤을 새웠다. 내 방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쿠키와 차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쿠키보다 라면을 더 좋아했다. 편의점에 앉아 라면을 먹으며 아이들의 손짓, 발짓, 몸짓, 표정 들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이들이 보낸 시그널 중 일부는 알겠고 일부는 아직도 모르겠다. 나는 끊임없는 생각의 오류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혹여 내가 섣불리 알은체했던 것들이 아이들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시인의 말' 중에서

1
우리 반 박진철은 공부를 잘한다
일등을 놓쳐 본 적이 없다
어쩜 그렇게 몽땅 다 맞을 수 있는지
박진철 시험지는 모범 답안이다
박진철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사람들은 박진철이
인성이 좋을 거라고 말한다
친구 사이도 좋을 거라고 말한다
욕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선생님 말씀도 잘 들을 거라고 말한다
박진철과 얘기해 본 적도 없으면서

2
우리 반 오진철은 공부를 못한다
꼴찌를 놓쳐 본 적이 없다
어쩜 그렇게 몽땅 다 틀릴 수 있는지
오진철 시험지는 예시 오답지이다
오진철이 맞는 걸 한 번도 못 봤으니까

사람들은 오진철이
인성이 나쁠 거라고 말한다
친구 사이도 나쁠 거라고 말한다
욕도 잘할 거라고 말한다
선생님께 뻑하면 대들 거라고 말한다
오진철과 얘기해 본 적도 없으면서
--- 「우리 반 진철이와 진철이」 전문


실장! 태블릿이 없어졌어. 어떡해?

실장은 당황하지 않고
규진이보고 한 번 더 찾아보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 가방 속에 잘못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각자 가방이나 사물함도 확인해 보라고 했다
없었다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CCTV를 돌려 보았다

비슷한 시간에 두 명이
교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영상이 잡혔다
한 명은 실장
또 한 명은 혁수

실장은 선생님 심부름 때문에 갔다는데
혁수는 왜 들어갔을까?

혁수가 들어갔다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53초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시간인데
반 친구들의 싸늘한 눈초리가 한곳으로 쏠렸다

CCTV는 복도에만 있어서
교실에서 일어난 일은 알 수 없다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지만 이게 처음은 아니다
선생님이 가방까지는 뒤지지 않을 테니
이번에도 범인을 찾지 못할 것이다
--- 「범인은 누구일까?」 전문


드르륵
앗! 깜짝이야 왜 이렇게 소리가 커

조용조용 살금살금 뒷문으로 들어가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맨 앞자리
창가 쪽에 있는 규진이 자리로 간다

고양이 걸음으로 최대한 몸을 낮추고
규진이 가방을 열고 태블릿을 꺼내
다시 혁수 자리로 가서 꽁꽁 감춰 놓고
휘리릭 몸을 돌려 아닌 척
주위를 살핀 뒤

실장 자리에 가서 학생증을 들고
드르륵
뒷문으로 나오기까지
3분 10초

다시 뛰다시피 재연해 보아도
1분 40초

일을 저지르기에는 택도 없는
53초
--- 「탐정 일지 ?범행 동선을 따라가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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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서 시인의 『탐정동아리 사건일지』는 시집 전체를 한 편의 성장 서사로 엮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탐정 일지」 연작시들은 화자를 행동하는 인물과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으로 구분하여 어린 시절 사랑과 보호의 존재였던 부모가 왜 통제의 존재로 돌변했는지, 어른들은 왜 더는 존경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지, 왜 그들은 심각한 도난 사건마저 은폐했는지 등 사건의 안팎을 두루 살핀다. 태블릿 피시 도난은 더 큰 범죄에 연루된 빙산의 일각일 뿐 이들이 도난당한 것은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 오세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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