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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센의 날개 세트

이나센의 날개 세트

[ 전2권 ]
꽃니랑 | 우신 | 2019년 10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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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040쪽 | 140*210*60mm
ISBN13 9788929832568
ISBN10 8929832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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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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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게, 이렇게 해 주시죠?”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대로 죽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것으로는 부족하나?”
아니, 부족하지 않아.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웃음이 나왔다. 저 대공은 알까. 아나벨라 스스로도 자신을 죽기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왜 당신일까. 왜 당신이 그런 말을 해 주는 거야. 물결처럼 흔들리는 제 마음의 풍랑을 느끼며 아나벨라는 잔뜩 터진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잡고 싶었다. 살고 싶었다. 더 이상 아프기 싫었고, 밝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다. 저 남자의 손을 잡으면 그리될 수 있을까? 불운의 별 아래 몸을 맡기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더 이상 자포자기하지 않고 살아가도 되는 걸까. 행복을 바라면서, 아주 어렸을 적의 꿈처럼 그렇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러니, 잡아. 그대로 시체처럼 말라서 죽을 셈인가?”
“다들 마녀라고 손가락질해요. 절 구해 주어도 대공님께는 해가 가지 않나요?”
“지금 다른 사람을 생각해 줄 처지야?”
그러게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잖아. 아나벨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남자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눈에 담았다. 정이 떨어질 정도로 잘생긴 얼굴 중에서도 가장 시선이 가는 것은 고집스럽게 다물려 있는 입술이다.
‘정말 이상한 사람.’
변하지 않는 자연처럼 처음 보았을 때와 같기만 하다. 기적처럼 그녀의 평온한 일상에 끼어들었던 과거의 그 모습 그대로. 그런데 왜 이다지도 느낌이 다를까? 그에게서는 더 이상 불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설명해 주세요. 이게 어째서 구원책이죠? 이건…….”
“서명하는 순간, 넌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자리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일 텐데?”
“하긴, 그러네요.”
픽, 마른 웃음이 나왔다. 구원의 천사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주제에, 굉장히 메마른 얼굴과 말투였기 때문이다. 네가 그리한다면 좋겠지만 거부해도 난 상관없다, 그리 딱 선을 긋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남자는 항상 이랬다. 아나벨라는 그에 대한 감상을 잠시 삭이며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 올렸다. 마지막일지라도 굳이 비굴해지고 싶진 않았다. 좋아, 살 수 있단 말이지. 그렇다면 거부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서명하기 전에, 조건을 따져 봐야겠는데요. 계약 만기일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요. 그리고 아무 조건 없이 이 자리에 앉을 수도 없고요.”
“……그래? 그럼 뭘 더 원하지?”
“후에 떨어져 나가도 홀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세요. 기간은 3년. 어떠세요? 사람을 알아 가기 제일 좋은 시간이더군요.”
“좋아.”
잠시 남자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으나, 아나벨라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우습게도 당장이라도 혼절해서 뒤로 넘어갈 것 같은 몸뚱이로도 힘이 났다. 지금 저 남자가 살아남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정신이 갑자기 명료해졌다. 또렷하게 형상이 잡히는 서류의 글자를 또박또박 읽는다.
“혼인서약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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