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스로를 옹호할 생각 같은 건 없다. 내 작품이 저절로 말해주리라 믿기 때문이다.『목로주점』은 민중을 묘사한 최초의 소설로 거짓 없이 진실을 얘기하는, 민중의 향기를 담은 소설이다. ---1권 서문 p.7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 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 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게 다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1권 p. 71, 72
제르베즈는 자신의 무덤 속으로 들어가듯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시각에 황폐한 모습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건물 입구가 마치 굶주린 짐승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때 그녀는 짐승의 시체처럼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이곳 한 귀퉁이에서 사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귀가 멀어 저 벽들 뒤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크나큰 절망의 음악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후로 추락이 시작되었다.
제르베즈와 랑티에는 결혼도 하지 않은 처지에 두 아이를 낳아 도망치듯이 파리로 온다. 그러나 여자에 빠져 낭비를 일삼던 랑티에는 제르베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사라져버린다. 제르베즈는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아이들을 위해 세탁부가 되어 부지런히 일한다. 그러나 함석공 쿠포의 끈질긴 구애에 못 이겨 결혼을 하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어느 정도 저축까지 하게 된다. 제르베즈는 그 돈으로 세탁소를 열겠다는 꿈을 꾼다. 그러던 어느 날 쿠포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큰 부상을 입고, 그를 치료하느라 가진 돈을 몽땅 날려버린다. 남몰래 제르베즈를 연모하던 옆집 청년 구제는 그녀의 꿈을 이루어주려고 가게를 여는 비용을 빌려준다. 제르베즈는 자신만의 가게를 열게 되고, 가게는 날로 번창한다. 그러나 사고 후 게으름을 피우는 버릇이 생긴 남편 쿠포는 술독에 빠져 제르베즈가 번 돈을 술값으로 날리곤 한다. 설상가상으로 동네로 돌아온 옛 애인 랑티에가 쿠포를 감언이설로 꾀어 제르베즈와 쿠포의 집에 얹혀살게 되고, 이렇게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