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목원대학교, 배재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연구논문으로는 「폴 발레리의 잠과 깨어남」 「프랑스 산문시의 한 행로-베르트랑, 보들레르, 자콥의 산문시를 중심으로」가 있고 역서로는 피아제의 『교육론』이 있다.
“저런! 우리는 태양을 오백 번 공전할 동안밖에 살지 못합니다(우리 식으로 계산하면 만오천 년쯤 된다). 태어나는 순간에 죽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아시겠지요. 우리 존재는 한 점이고 우리의 지속은 한 순간이며 우리 천체는 원소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뭘 좀 배우려고 하면 경험을 채 쌓기도 전에 죽음이 찾아옵니다. 나로서는 감히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드넓은 대양에 떨어진 물 한 방울 같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당신 앞에 서니 이 세상에서 내가 얼마나 우스운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어 부끄럽군요.” --- p.16, 『미크로메가스』 중에서
“모든 사건들은 가능한 최선의 세상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네. 왜냐하면 결국, 만일 자네가 퀴네공드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엉덩이를 발로 차이고 아름다운 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다면, 만일 자네가 종교재판에 회부되지 않았다면, 만일 자네가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고 다니지 않았다면, 칼로 남작을 찌르지 않았다면, 엘도라도 낙원에서 끌고 온 양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여기서 이렇게 설탕에 절인 레몬과 피스타치오 열매를 먹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시리우스 별에 사는 미크로메가스가 우주를 여행하던 중 토성에 도착해 한 토성인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된다. 길동무가 되어 함께 철학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두 외계인은 목성을 거쳐 지구에 오게 된다. 광대한 우주에 비하면 점 하나에 불과한 조그마한 행성, 개미집 같은 지구에 말이다. 미크로메가스는 생명이 살지 않을 것이라고 성급하게 단정짓는 토성인의 말에 반박하며 자세히 지구를 살펴보다가 인간들을 발견하게 되어 대화를 시작하는데……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독일의 한 아름다운 성에서 자란 캉디드는 남작의 딸인 퀴네공드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성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철학 스승인 팡글로스의 가르침을 따라 순진하게 낙관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후 그는 독일에서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을 거쳐 남아메리카의 부에노스아이레스, 파라과이까지 항해하고 이상향 엘도라도에 도달한 후 다시 수리남을 거쳐 프랑스, 영국, 베네치아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기나긴 여정 속에서 불가리아 군대에 붙잡혀 죽도록 곤장을 맞고 간신히 빠져나오는가 하면 추위와 굶주림에서 지진과 폭풍, 전쟁과 온갖 질병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온갖 불행을 체험하고, 종교 재판, 노예 제도, 갖가지 위선과 편견, 인간이 만든 악습 등 이 세상에 편재해 있는 악과 부조리를 대면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