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일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일본학회 이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일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근대의식론」「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연구」「나쓰메 소세키의 이문화체험에 관한 연구」등 이십 년간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연구만을 계속하며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세계』『최고의 고전번역을 찾아서』등의 저서가 있다.
‘너는 결국 무엇을 하러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그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누군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겐조는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가능한 한 대답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자 목소리는 더욱 겐조를 추궁했다. 몇 번이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겐조는 끝내 울부짖었다. “모르겠어.” 목소리가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모르는 게 아니지. 알아도 그곳에 도달할 수 없는 거겠지. 도중에 멈춰 있는 거겠지.’ --- pp.261-262
“이 세상에 진짜로 끝나는 일이란 거의 없다고. 일단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하니까 남도 나도 느끼지 못할 뿐이야.”
주인공인 겐조는 어린 시절 양가에 맡겨졌다가, 양가의 부모의 사이가 나빠지자 다시 생가로 돌아온 비참한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주변인으로 자랐지만 가족 중 가장 공부를 많이 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겐조 앞에 갑자기 양부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겐조는 천식을 앓고 있는 누이에게 매달 용돈을 주고 있으며, 회사 생활을 하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양부까지 찾아와 겐조에게 돈을 청한다. 장인도 보증을 서달라고 한다. 겐조의 주변에는 금전적으로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밖에 없는 듯하다. 고지식한 겐조는 평소 다른 사람들의 눈에 편협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겐조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고 받기도 싫다는 생각이 있지만 막상 타인으로부터 부탁을 받았을 때는 딱 잘라 거절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애를 끓인다. 아내가 그에 대해 질책 어린 시선을 던지면 ‘당신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라며 도리어 아내를 무시한다. 한마디로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인 그는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받기 싫어하면서도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며 고독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