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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걸의 시집

올드걸의 시집

: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꾸는 존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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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98g | 138*194*20mm
ISBN13 9788997162321
ISBN10 899716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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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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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에는 남녀가 자연스럽게 여관을 자주 가더라만, 난 그들을 육체적 쾌락에 눈 먼 속물이라며 혀를 찼다. 옷깃만 스쳐도 성기결합만 떠올리는 수컷들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섹스지상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상대를 쓰러뜨려 눕히지 않아도 남녀는 참숯처럼 뜨거운 밤을 새울 수 있고, 섹스는 정말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때 해야 한다고 믿었다. 무겁고 엄숙했다. 꼭 천국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사랑을 꿈꿨다. 성인남녀 사이에서 예측 가능한 반응인데, 살을 더듬는 남자를 흉악범 취급한 것도 조금은 미안했다. 성욕으로 영토화된 신체도 문제지만, 고슴도치처럼 중무장한 신체도 정상은 아니었다. 나는 성적자기결정권을 갖고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욕망은 80년대 시대정신과 사회규범에 의해 닫혀 있었다. 국민 여동생은 공백 없이 엄마가 됐다. 꽃다운 나이에. 그리고 엄마로 산다는 것, 그것은 무성적 존재로 살아가라는 ‘성모’ 지위에 ‘보모’ 역할을 부여받는 일이었다. --- pp.37-38

어른이 되고부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점 볼 기회가 많았다. 결혼을 앞두고 거의 스무 군데 정도 본 거 같다. 시어머니께서 궁합이 좋지 않다며 결혼을 반대하셨다. 그래도 남편이 완강히 버티자 점집 순회가 시작됐다. 이것은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내는 방식과 같았다. 인디언이 기우제를 지낼 때마다 비가 오는 것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도 점쟁이 입에서 좋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점집을 전전하셨다. 당시 텔레비전에 출연할 만큼 용하다는 점쟁이들에게 나와 남편의 사주는 전부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나’라는 동일인의 사주팔자임에도 점집마다 상이한 해석이 내려졌다. 이를 보다 못한 남편이 점쟁이의 소견을 엑셀로 도표화해서 어머니에게 제시하고 논리적 모순점을 따지기도 했다. 그 표를 나도 봤는데 기분이 묘했다. 특히 ‘결혼 두 번 할 팔자’와 ‘명이 짧다’는 점괘가 눈에 들어왔다. --- p.41

손 한 번 잡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사이가 아니라서 그에게 못할 말은 없었다. 그렇게 두 해를 넘겼다. 우리의 이상한 우정은, 결혼과 동시에 이상하게 끝났다. 그와 더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됐다. 가족의 배치 안에서는 알코올의 향이 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신혼 때 서로에게 사기결혼이라고 정의 내렸다. 술이 끊기자 말도 끊겼다. “술은 말의 예비자이며 말의 부피를 불리는 희한한 공기이다”라고 김현은 말했으되, 그와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당연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평생 나눌 얘기를 ‘우정의 기간’ 동안 이미 나누었는지 모른다. --- p.62

왜 엄마들에게 행복은 늘 충족유예 상태로만 존재해야 하는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인내하는 삶. 자식을 위해 당신은 포기하는 삶. 워낙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서 그러신 줄은 안다. 그래도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는데, 엄마가 호강 한번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심이 더 확고해졌다. 나의 일신의 호강은 주체적으로 지금 - 여기에서 챙겨야한다는 것. 그 엄정한 사실 말이다. --- p.95

그날도 아빠가 열한 시 삼십 분에 오셨다. 그즈음 아빠는 친구들과 이박삼일로 여행을 다녀오셨다. 경치가 좋았는지 나들이가 재미있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꾹 다문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점심만 차려드리고 부엌에서 반찬을 마저 만들었다. 아버지가 진지를 드실 때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라도 나눠드리면 좋으련만 도무지 그렇게 되질 않았다. 일찍 마누라 보내고 홀로 남은 아버지. 보면 밉고 안 보면 측은하다. 마늘을 다지면서 곁눈질로 흘금흘금 혼자서 점심을 드시는 아버지를 보았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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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시를 읽는 사십대 여성이라면 고상한 감수성의 중산층 여성을 떠올릴 것이다. 은유 씨는 그런 상상과 거리가 멀다. '대학물'도 먹지 않은 채 ‘글밥’을 먹게 된 문필하청업자고, 일찍 결혼하여 가사와 육아는 물론 생활비와 전세금을 벌어야 했던 노동계급 여성이다. 그에게 시를 읽는 일은 한갓진 정서의 사치가 아니다. 치열한 언어로 밖에 소통되지 못하는 곡진한 삶을 알알이 보듬는 살가운 행위이다. 그가 시를 읽고 쓴 글들은 설거지 통 위에서 느끼는 일상의 비루함을 바닥까지 가라앉혀 겨우 얻어낸 몇 방울의 각성들이다. 그 수액을 더디게 모아 한 모금의 더치커피가 만들어졌다. 입 안 가득 머금고 단내 나는 입을 가시어보자. 찬 커피도 마실 만 해…….
황진미(영화평론가)
시를 낳지도 짓지도 않았다. 다만 ‘배 위로 트럭 세 대’가 지나간 것 같았다는 고통으로 낳은 두 아이, 사는 게 고달파서 엉엉 울고 싶었을 때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지어야 했던 하얀 밥들처럼, 그녀는 시를 껴안고 산 사람이다. 그 많은 시들은 대체 어디에 두었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다 문뜩 알게 되었다. 밤새 눈이 내린 듯, 그녀의 모든 것들에 시가 덮여 있음을. 아침에 무뚝뚝하게 나가는 아들 녀석도, 늙은 아버지에게 건넨 반찬통들도, 시어머니에게 받은 이불들도 그 눈을 맞을 것이다. 그녀가 시집을 펼쳐들 때면 추억 속 연인들도, 치열했던 이삼십대의 상처들도 그 눈을 맞을 것이다. 그녀에게서 위로든 커피든 뭔가를 건네받은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것들이 막 녹아내린 시에 젖었음을.
고병권(철학자, ‘수유너머R’ 연구원, 『생각한다는 것』저자)
서문만 읽어도 이 책을 왜 여성들이 필독해야만 하는지 결론에 도달한다. 시에 대한 오독이어도 좋다. 시를 읽고 그 시에 힘입어 자신의 남루한 삶으로부터 유유히 탈주할 수 있는 것. 이런 삶이 어찌 남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너무 쉽게, 그러나 깊게 들어온다. 전문직이든 전업주부든 우리 여성들이 꼭 읽었으면 한다.
윤석남(미술가, 한국 여성주의 미술 1세대 대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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