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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내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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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32g | 148*210*20mm
ISBN13 9788939222045
ISBN10 893922204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맹문재
1963년 충북 단양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 『물고기에게 배우다』, 『책이 무거운 이유』가 있다. 전태일문학상, 윤상원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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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한 승객이 운전사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운전사도 지지 않고 응수했지만, 마흔의 나이라고 밝힌 승객에게 위협당하고 있었다.
곧 폭행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못 본 체했다.

할 수 없이 내가 나서서 한마디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줌마 아저씨 들도 그 승객을 나무랐다.
승객은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쏘아보았지만, 사람들에게 밀려 할 수 없이 물러섰다.
그가 흉기라도 꺼내 들고 덤비면 어쩌나 겁이 났지만, 나는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시집 이후 칠 년 만에 내는 시집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는 이 새벽의 기분도 그러하다.
나는 아직 젊다, 역사를 생각하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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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시인의 시를 읽으며 글이 주는 감동의 원천이 진정성에 있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의 시는 치장이 옅고 기교도 적어 수수하고 무덤덤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그 무표정한 것 같은 민얼굴이 그대로 겉과 속이 완전히 같은 진실한 사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솔직하고 정직한 시심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의 시를 나는 ‘투명함의 시학’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맹문재 시인은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들의 생각을 외치고자 하지 않는다. 시인은 다만 그들의 목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껴안고, 어루만지고, 위무하고자 할 뿐이다. 시인은 종종 일상에 매몰되어 그들과 함께 있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을, 또 그들과 함께하며 겪을지도 모를 신분적 불이익을 내심 걱정하는 마음도 내비친다. 이렇게 솔직하게 마이너리티의 삶에 다가가는 시를 읽은 적이 있는가? 맹문재 시인은 역설적이게도 ‘순수한 참여시’를 쓰고 있는 것이며 그래서 그의 시는 아주 선한 얼굴을 하고 있다.
시의 포멀리즘이 점점 기승을 부리고 위트와 기교에 의존하는 시들이 많아지며, 외부로 통하는 문을 닫은 채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들이 득세하는 풍조 속에서 마이너리티의 애환을 담담하게 그러나 뚝심 있게 전하는 맹문재 시인의 목소리는 오랜만에 시의 무게를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고형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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