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마셔서 더 많은 산소를 유입시킨다는 개념은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제공할 정도의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음식을 먹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 다수가 처음에는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비록 나쁜 의도는 아닐지라도 서구 매체는 말할 것도 없이 스트레스 상담가, 요가 강사, 물리 치료사, 스포츠 코치 들이 심호흡이 인체에 ‘도움’이 된다고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된 통념이 사라지지 않은 원인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사실 심호흡을 하면 몸에 해로울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기분은 정말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낮에 낮잠을 자고 난 고양이가 몸을 죽 펴서 스트레칭을 즐기듯이, 숨을 크게 들이마셔서 폐에 공기가 많이 들어가면 상체를 스트레칭하는 효과가 있어 이완되는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많은 사람이 이를 근거로 하여 호흡을 크게 할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라는 말이다.
--- p.42~43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은 바로 헤모글로빈이 “이산화탄소가 존재할 때” 산소를 방출한다는 것이다. 과호흡을 하면 폐, 혈액, 조직, 그리고 세포에서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가 씻겨 나간다. 저탄산증이라는 이 현상이 일어나면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그 결과 산소 방출량이 줄어 조직과 장기로 운반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든다. 그리고 전달되는 산소가 줄어들기 때문에 근육 역시 하고자 하는 일을 효율적으로 해내지 못한다. 언뜻 말이 안 되는 것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하는 동안 한계에 다다랐을 때 더 크게, 깊게 숨을 쉬고 싶은 충동에 따라도 근육에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산소의 양을 더욱 감소시킨다. 반대로 호흡량이 올바른 수준으로 유지되면 혈액 내 이산화탄소 압력이 높아져 헤모글로빈과 산소 사이의 결합이 느슨해지고, 결국 근육과 장기에 산소가 전달되는 과정이 촉진된다. 『호흡기 생리학(Respiratory Physiology)』의 저자 존 웨스트(John West)는 이렇게 말한다. “근육 운동은 열을 만들어내는 활동이고 이산화탄소를 생성한다. 그리고 근육 내 모세혈관으로부터 분리되는 산소의 양이 늘어나야 효과가 증가한다.” 활동하는 근육에 산소를 더욱 잘 공급할수록 근육은 강하고 오래 작용할 수 있다.
--- p.49~50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연구자들은 편안한 호흡 중지 시간의 길이가 개인의 휴식기 호흡량과 운동할 때의 숨 가쁨을 측정하는 간단한 테스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체내 산소 수치 테스트(Body Oxygen Level Test, BOLT)는 매우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개인별 호흡량을 측정하는 검사법이다. 이 방법, 볼트(BOLT)는 간단하고 안전하며 복잡한 장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모든 경우에 응용할 수도 있다. 또한 호흡하고자 하는 명확한 욕구가 처음 생길 때까지의 시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른 호흡 중지 테스트와 차별화된다. 호흡하고자 하는 자연스런 욕구를 처음 느낄 때까지 숨을 참으면서 얼마나 빨리 첫 번째 숨 막힘을 느끼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고 이를 활용하여 숨 가쁨을 평가할 수 있다. 다른 호흡 중지 테스트는 숨을 참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측정법은 의지와 결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
간단히 말하면 볼트 점수가 낮을수록 호흡량이 많다는 의미다. 호흡량이 많을수록 필요한 공기의 양이 많다는 뜻이므로 운동 시 숨 가쁨을 더 많이 느낄 것이다.
--- p.63~64
산소 활용 훈련은 일시적으로 인체의 산소 포화도를 줄여주는 방법이다. 주로 고지대에 거주하거나 이런 곳에서 훈련을 받아야 산소 포화도가 줄어든 상태가 될 수 있지만 호흡 중지 훈련을 사용하면 같은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호흡 중지를 최고 강도로 5회만 수행해도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액 내 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대부분 마지막 호흡 중지를 실행한 지 10분 안에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호흡 중지 훈련은 경기 직전에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일까? 대답은 ‘노(no)’다. 몇몇 연구를 통해 산소 농도가 감소 환경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면 산소 운반 능력을 영구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평소 훈련에 산소 활용 프로그램을 결합하고 휴식기나 일상생활 중에 비강 호흡을 실행하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을 높이고, 단기는 물론 장기적으로 지구력이 향상되는 실제 생리학적 변화를 확인하기 시작할 것이다.
--- p.186~187
수소이온수치(pH)는 1부터 14까지 산성과 알칼리성의 정도를 측정하는데, 1은 산성이 가장 강한 것, 14는 알칼리성이 가장 강하고 7은 중성을 나타낸다. 제1장에서 이미 살펴보았듯이 이산화탄소는 혈액 산도 조절에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 기능은 생존에 중요하게 작용하여 pH 수치가 6.8 이하로 떨어져 산성이 되거나 7.8 이상으로 올라가서 알칼리성이 되면 사망할 수 있다. 우리 몸은 혈압과 혈당을 정상치로, 그리고 혈액의 산도를 아주 좁은 범위의 정상치인 pH7.35~7.45라는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 혈액의 산도가 7.35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산성화된 인체는 올바른 pH 수치를 복원하기 위해 산성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므로 호흡량이 증가한다. 가공식품과 산성 식품을 섭취하면 혈액의 산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므로, 그 결과 호흡이 거칠어지고 복부 팽만, 탈진,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 p.239
천식 환자가 지나치게 크게 호흡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관련 증거가 충분하지만 천식이 호흡량 증가의 원인인지, 아니면 결과인지를 판가름해야 한다. 기도가 좁아지면 질식되는 느낌이 생기므로 이러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폐로 더 많은 공기를 불어넣으려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면 천식 환자가 천식 때문에 호흡을 크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크게 호흡해서 기도가 좁아지는 것일까? 그리고 어느 쪽이든,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도가 좁아져서 호흡이 커지고, 그 결과 호흡량이 증가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기도가 다시 좁아지는 식으로 상태가 악화되면서 나쁜 호흡 습관이 확립될 수밖에 없다.
--- 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