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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생

어느 인생

: 초라한 진실

[ 양장 ] 새움 세계문학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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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70g | 136*196*23mm
ISBN13 9791189271916
ISBN10 118927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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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은밀한 목소리들이 약속해 주던 남편, 지극히 선하신 신께서 이렇게 그녀가 가는 길에 던져 주신 남편이 바로 ‘그이’일까? 그녀를 위해 창조된 존재, 그녀가 삶을 바쳐 헌신할 존재가 바로 그일까? 그들 두 사람은 애정으로 결합되어 끌어안고 분리할 수 없게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낳도록 운명 지어진 존재일까?
--- p.67~68

두 사람은 서로의 눈 속에서, 눈길 너머에서, 헤아릴 길 없는 미지의 존재 속에서 서로를 찾았고, 말없이 집요한 물음 속에서 서로를 탐색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그들이 함께 시작한 삶은 어떠할까? 결혼이라는, 파기할 수 없는 이 긴 대면에서 서로에게 어떤 기쁨, 어떤 행복, 혹은 어떤 환멸을 마련해 두고 있을까?
--- p.90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이 결코 영혼까지, 생각의 깊이까지는 다가서지 못하리라는 걸, 때때로 포옹을 해도 하나가 되지는 못하리라는 걸, 각자의 정신적 존재는 평생 영원히 혼자로 남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 p.112

그는 그녀에게 낯선 사람이 되었다. 영혼도 마음도 그녀에게 닫혀 버린 낯선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만나서 사랑하고 애정의 격정 속에 결혼한 그들이 어떻게 갑자기 함께 잠을 잔 적 없는 것처럼, 거의 모르는 사람처럼 되었을까 하고 종종 생각했다.
--- p.138

사람들이 어머니를 관에 가두고 땅에 묻을 테고, 그러면 완전히 끝일 것이다. 더는 어머니를 보지 못할 것이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어떻게? 그녀에겐 이제 엄마가 없다? 눈만 뜨면 보였던 그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얼굴, 팔만 벌리면 사랑해 주었던 그 큰 애정의 배출구, 하나뿐인 존재, 모든 존재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한 존재인 어머니가 사라졌다니. 어머니의 얼굴을, 움직임도 생각도 없는 저 얼굴을 바라볼 시간도 이제 몇 시간밖에 없었다.
--- p.243~244

처음의 흥분 상태가 가라앉자 그녀의 마음은 다시 거의 평정을 되찾았다. 질투심도 증오심도 없이 경멸감만 들었다. 그녀는 쥘리앵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었다. 친구인 줄 알았던 백작 부인의 이중적 배신에는 화가 났다. 모든 사람이 신의 없고, 거짓말쟁이요, 위선적이란 말인가. 눈물이 흘렀다. 인간은 죽은 이들 때문에도 울지만 때론 착각 때문에도 그만큼 슬프게 운다.
--- p.229

“오! 나는 운이 나빴어. 모든 불행이 내게 쏟아졌지. 운명이 평생 악착스레 나를 따라다녔어.”
그러나 로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마님. 그렇게 말해선 안 되죠. 결혼을 잘못 하신 겁니다. 그뿐이에요. 그런 식으로, 약혼자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결혼하면 안 되지요.”
--- p.326

그녀는 수시로 되뇌었다. “살면서 나는 운이 없었어.” 그러면 로잘리는 외쳤다. “마님께서 빵을 얻기 위해 일을 하셔야 했다면, 날품팔이를 하러 가기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셔야 했다면 무슨 소리를 하실 겁니까?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너무 늙어 일을 못하게 되면 비참하게 죽어간다고요.”
잔느가 대답했다. “나는 혼자인데, 아들마저 나를 버렸다는 걸 생각해 봐.” 그러면 로잘리는 격렬하게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문제랍니까! 군대에 가는 자식들도 있어요! 미국으로 가서 사는 자식들도 있고요.”
--- p.366

“보시다시피 인생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결코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답니다.”
--- p.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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