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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 볶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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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 시인선-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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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2쪽 | 226g | 138*215*20mm
ISBN13 9788997445158
ISBN10 899744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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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나리
월간「문학21」 시 부문에 등단했다. 캐나다한국일보 제29회 신춘문예 시부문 가작, 미주한국일보 제33회 공모전 시부문 장려상, 제14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좋은생각 이달의시, 수필을 다수 발표했다. 현재 캐나다한인문인협회 회원, floristy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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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詩는 꽃이된다
꽃이라면 향기가 나야 하겠지만,
아직 여물지 못하여 향기가 없거나 꽃을 피우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기도, 그러나 실망하지 않으리라
향기가 없다 하나 모란은 여름의 화단을 불지르고 있다
꽃이 피지 못하는 무화과는 달콤함을 자랑한다
등 굽은 소나무가 나름으로 사랑을 받듯이
나에게 꽃과 시의 이미지는 같다
산고의 고통 속에서 시를 생산했다고 나는 말할 수 없다
명시를 탄생시킨다든가 생애 길이 남을 시를
생산할 능력이나 소질은 애초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게 날아온 풀씨 하나 소중히 가슴에 담아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났다
이민으로 내 생의 터전은 척박했고 비바람을 막아주거나
혹독한 한파를 견디게 해 줄 그 무엇의 바람막이는 없었다.
그러나 詩와 교감을 나누면서
해마다 울타리 근처 피어난 풀꽃, 그 여린 몸짓으로 보내오는
꽃의 정령은 위로가 되고 나에게 안식을 주었다
허리를 숙이고 풀꽃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꽃잎 열리고 쓰러지는 안쓰러운 모습, 눈 내리는 소리가
詩어를 통하여 전달되면서
눈을 감으면 해운대 앞바다와 낙동강 하구언 갈대의 군무
꽃꽂이 소재를 구하러 다녔던 고향의 늦가을의 여행길
밤, 깊을수록 별은 더욱더 빛나고 지겹도록 내린 눈 덕분으로
땅속 풀씨가 따뜻하게 추위를 견디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염없이 눈이 내리는 메디슨햇의 긴 겨울이 지겹지 않게 되자
시의 꽃이 피지 않아도 서럽거나 억울하진 않았다
내가 가꾸는 詩의 화원에 피어나는 푸른 잎새가 주는 뿌듯함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위로와 삶의 에너지를 나는 시에서 받는다
추운 겨울을 견디게 해주었고, 씨앗을 밀어 올려준
여리지만 강한 그 봄의 색 연두와 분홍에 감격하며
내 삶의 숨결 같은 풀씨 세상에 날려 보낸다
그대와 나, 우리 모두에게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며...
--- 여는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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