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관계, 세상을 향한 자신의 마음속 매듭, 또 스스로 만들어 마음속 깊이 품고 있는 오래된 내면의 매듭을 푼다는 것은 절대 간단하지도 않고, 쉬운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 문제들, 매듭들은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들로 단단하게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비겁하고 어리석었다 하더라도 마음의 매듭으로 생겨난 그 문제들을 마음속 깊이 가라앉힘으로써 그동안은 견디며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삶은, 우리의 생은, 끊임없이 우리를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독려하는 힘이 있다. 그렇기에 마음 깊이 가라앉아 없어져 버렸을 것 같은 마음의 문제들이 지금 떠올라, 우리를 깨우고 있다. 떠오른 매듭은 다시 아프고 괴로운 상처들을 건드리며 힘들게 한다. 그러나 그 매듭의 고통은 우리 삶의 새로운 방향과 에너지를 함께 갖고 있다. 매듭의 존재를 더듬고, 그 매듭이 꼬여 버린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마음속 갈등의 모습을 용감하게 마주해 보자.---프롤로그 중에서
시기심, 참 밉상스런 이름이다. 그 이름 앞에서 조금 불편하고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시기심은 상대방을 향한 내 마음속 부정적인 감정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싫다거나 밉다는 감정을 넘어선다. 한 단계 깊은 마음속 웅덩이가 거기에 있다. 그곳에는 자신의 비교 대상인 그 또는 그녀의 좀 더 멋지고 나은 모습이 보인다. 웅덩이를 통해 보이는 상대 앞에서 한없이 초라하고 자신 없는 자신의 모습을 함께 보지 않을 수 없다.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다. 조금 화가 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심지어는 상대를 향한 분노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웅덩이를 향해 돌을 던져 잔상을 없앤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더욱 미칠 노릇이다. 이 복잡한 감정의 전제는 자신이 상대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스스로의 판단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마음속 수치심이 자극되어, 더욱 고약한 모습으로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웅덩이 물 위로 더 잘난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나지 못하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p.19
외로우면서도 사람들 밖에서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원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다른 점을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이라며 마음속 깊이 생각한다. 그들에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불편하고 어색하다. 그러한 시간이 다가오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도 피하고 만다. 회피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은 결국 사람들과 섞이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만의 마음속 믿음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정작,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관계를 피하는 행동 속 숨겨진 불안이 사라져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p.34
누구나 문득 아련한 기억 속의 첫사랑이 떠올라 알 수 없는 먹먹한 마음이 될 때가 있다. 그 첫사랑이 이루어졌다면 하는 가정에 슬그머니 미소 지을 수도 있다. 또, 우연히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면, 하는 생각에 조금 설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첫사랑에 대한 감정과 미련들은 첫사랑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고 지난 추억과 그 시절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p.92
사실, 머물러 있을 이유는 떠나야 할 이유보다 많다. 머물러 있음으로써 떠나는 상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유보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는 결정에서 오는 불안을 잊을 수 있으며, 누군가가 결정해 준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며 막연히 낙관할 수 있다. 하지만 남녀 관계에서 그대로 머문다는 것이 단순한 정체나 정지 상태일 수는 없다. 부정적 감정의 골을 사이에 둔 채 거리 두기는 관계를 그 상태로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질시키기 때문이다. ---p.138
쓰디쓴 외로움, 마음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허기를 채울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 영혼의 배고픔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잘 가늠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간절히 누군가의 손을 잡고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원하지만, 정작 곁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긴 밤을 견디어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이다. 자기 자신과 미래, 이 불면의 시간 속에 불확실성의 불안으로 떨고 있을 때, 불안의 고통을 잠재워 줄 것 같은 무언가를 갈구한다. ---p.153
유독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다면, 단지 그 상대가 권위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또 그가 좋지 못한 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내가 상대를 좀 더 객관화시켜 바라보기 힘든 것은 아닌지,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랑은 포기하기에 너무 달콤하다. 사랑이 주는 삶의 마법은 어떤 환희보다 강력하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소망은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사랑도, 결혼도, 자신의 마음속 함정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불안과 갈등을 관계 속에 투영한다면 행복한 결과가 되지 못한다.
거대한 시대의 변화 흐름이 자신을 등 떠민다고 해도 그 방향이 나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사이에서 불안과 불만족은 더욱 커진다. 애써 무시하려 해도 불일치에 대한 마음의 외침은 점점 커진다. 그래서 시대의 불안에 감염된 채, 모두가 선택하는 경쟁의 전쟁터로 나가기 전에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전쟁터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