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고라스를 따르던 무리 중에 히파소스(Hippasos)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정확하게 분수로 나타낼 수 없는 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반듯하고 명명백백한 정사각형에도 이 기묘한 ‘무리수’가 숨어 있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의 경우, 그 대각선 길이는 √2인데, √2는 바로 무리수이다.(2장 ‘유명한 수학자가 되는 법’ 참고.) √2를 정확하게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사실에 피타고라스는 크게 분노했고, 전설에 따르면 정수의 완전무결성에 위배되는 이단적인 사실을 발견해 퍼뜨렸다는 이유로 히파소스는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히파소스의 생각은 옳았다. 무리수는 도처에 존재하며, 무리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π도 무리수가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그렇지만 그 사실은 18세기에 가서야 독일의 요한 람베르트(Johann Lambert)가 확실하게 입증했다. π는 무리수이기 때문에 그것을 소수로 표시하면 3.14159265358979323846264…로 끝없이 계속되며, 일정 부분이 다시 반복되는 일도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π는 기억력 테스트를 하기에 좋은 자료를 제공한다. 많은 사람들이 π의 값을 소수점 아래 몇 자리까지 외우는지 경쟁을 벌인다. 공인된 세계 기록은 2005년에 중국의 뤄차오(?超)가 세운 소수점 아래 6만 7890자리다. 다만, 공인된 기록은 아니지만, 일본의 하라구치 아키라(原口證)가 2006년에 소수점 아래 10만 자리까지 외우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pp.37-38
유한 단순군의 분류는 현대 수학이 거둔 큰 승리 중 하나인데, 거기에는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 수학 분야인 현대 복소해석학(12장 ‘수학의 위대한 업적을 감상하는 법’ 참고)의 깊은 바닷속에는 ‘모듈러 형식(modular form)’이라는 영역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강력하지만 비밀스러운 대상은 최근에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2장 ‘유명한 수학자가 되는 법’ 참고)의 증명을 포함해 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것은 유한군과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1979년에 존 콘웨이(John Conway)와 사이먼 노턴(Simon Norton)이 여기서 괴물의 선명한 발톱 자국을 발견했다. 그 괴물이 지닌 측면들을 나타내는 196883과 21493760 같은 수 역시 이 이질적인 형식에서 나타났다. 그들은 이 현상을 ‘달빛(moonshine)’이라 이름 붙였다. 그 연결 관계는 마침내 1992년에 리처드 보처즈(Richard Borcherds)가 분명하게 밝혀냈는데, 그는 이 연구로 필즈상을 받았다. ---pp.59-60
리처드슨이 연구를 시작한 이후로 프랙탈 기하학은 현실 세계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되었다. 해안선은 가까이서 보건 멀리서 보건 구불구불한 정도가 대략 비슷해 보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프랙탈에 가깝다. 망델브로는 인간 세계에서 같은 성질을 가진 측면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금융 시장이었다.
망델브로는 1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면서 목화 가격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그 결과를 분석해 1963년에 내놓은 논문은 경제학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평균이나 분산 같은 보통의 자료 측정값은 별 쓸모가 없었는데, 이 값들은 원 자료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게 변동이 심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학자들에게는 ‘변동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변동성 수준 자체가 매우 불안정해 아주 넓은 범위 안에서 종잡을 수 없이 변한다는 데 있었다.
거친 야생마 같은 자료를 유순하게 길들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망델브로는 놀라운 발견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놓았는데, 그것은 바로 분 단위의 시간 척도에서 바라보건 년 단위의 시간 척도에서 바라보건, 자료가 본질적으로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일종의 프랙탈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크며, 그 의미와 결과는 지금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물 시장이 지닌 고위험성을 잘 드러내는데, 가끔 일어나는 가격 급등이나 급락은 시스템의 변덕스러운 실패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특징이다. ---pp.98-100
제논의 역설에 숨어 있는 현대 분석적 요소는 수렴급수와 발산급수뿐만이 아니다. 두 번째 역설에서 제논은 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쳤다. 설사 주변에 함께 경주할 거북이 전혀 없이 아킬레우스 혼자서 달린다 하더라도, 그는 경주 코스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 논리는 다음과 같다: 경주를 주파하려면 아킬레우스는 먼저 그 절반 지점을 지나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전에 절반의 절반, 즉 1/4 지점을 지나야 한다. 그러려면 그 전에 1/8 지점을 지나야 하고, 그러려면……. 이번에는 아킬레우스가 첫 발을 떼기도 전에 무한 역행의 덫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아킬레우스는 첫 발조차 뗄 수가 없다.
제논은 이것이 운동의 환상적 성격을 명백하게 증명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무한 수열의 분석을 통해 운동을 이해한다는 개념은 훗날 수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받게 된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17세기에 그 개념을 되살려 새로운 수학 분야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적분’이다.(8장 ‘소용돌이에서 살아남는 법’ 참고.) ---p.108
현대 그래프 이론의 핵심 문제 두 가지는 중국인 우편배달부 문제(chinese postman problem)와 순회 세일즈맨 문제(traveling salesman problem)이다. 이 두 문제는 얼핏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깊은 차원에서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이 드러났다.
우편배달부가 도시의 담당 구역 내에 있는 모든 거리에 편지를 배달해야 한다고 하자. 배달 경로를 계획할 때, 우편배달부는 매일 걷는 전체 거리를 최소화하길 원한다. 최선의 경로와 비효율적 경로 사이의 차이는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시간을 좀 쓰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 문제의 핵심도 그래프 이론을 사용해 분석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그래프의 선이 거리를 나타내고, 정점은 거리들이 만나는 접합점을 나타낸다. 첫 번째 문제는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와 정확하게 똑같다. 각각의 선을 정확하게 한 번만 지나면서 그래프 전체를 지나가는 경로가 있는가? 그 답은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점들의 차수에 달려 있다. 만약 모든 정점의 차수가 짝수라면 그런 경로가 있는 것이고, 짝수가 아니라면 그런 경로는 없다. (…중략…)
이것이 바로 중국인 우편배달부 문제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문제를 1962년에 최초로 연구한 사람이 중국인 수학자 콴 메이코(?美?)였기 때문이다. 콴은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발견했다. 그는 중국인 우편배달부 문제에 항상 최선의 해결책을 내놓는 일련의 단순한 지시(즉, 알고리듬. 26장 ‘인터넷을 타도하는 법’ 참고)를 제공했다. ---pp.143-144
벤퍼드의 법칙은 기수법의 자릿값 체계에 나타난 예기치 못한 결과였다. 벤퍼드의 법칙은 예기치 못했다는 점 때문에 아주 유용한데, 수학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더 넓은 통계학 세계에서도 그렇다. 한 가지 유용한 응용 사례는 사기를 탐지하는 것인데, 그 연구는 1990년대에 마크 니그리니(Mark Nigrini)가 개척했다. 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비양심적인 기업가들은 벤퍼드의 법칙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반면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합법적인 회계 자료는 벤퍼드의 법칙을 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벤퍼드의 법칙을 아는 조사관에게는 조작된 자료(대개 첫자리 수의 분포가 균일한)가 바로 눈에 보일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벤퍼드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도 존재하기 때문에, 벤퍼드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범죄 행위가 확실히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상황은 상당한 의심을 가질 만한 증거가 되며, 미국에서는 다수의 사기범을 기소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pp.286-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