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눌리고 빼앗긴 이의 슬픔과 울분을 담은 시가 있다. 부자는 늘 부자고, 가난한 자는 늘 가난한 양극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시인이 있다. 밥 딜런은 노래가 된 시를 쓰고, 혹은 시가 된 노래를 부른다! 광기로 뒤덮인 세상 변두리에는 부랑자, 노동자, 외판원, 무명인, 떠돌이 노름꾼으로 넘쳐난다. 현실이 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늘 불경기이고,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며, 슬프고 울적한 기분은 여전하다. 세상은 “커다란 형무소 마당”이고, 우리 중 일부는 “죄수들”이고 나머지는 “교도관들”이다. 밥 딜런은 집 없이 사는 이들의 암담한 기분을 살핀다. “구르는 돌”의 실의와 낙담을 중계하고 성난 목소리를 들려준다. 밥 딜런은 호메로스에서 찰스 부코스키에 이르는 찬란한 시인의 맥을 잇는다. 노벨문학상은 그의 위대한 시적 재능에 대한 때늦은 인증이다! _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리드미컬한 방랑자. 이 말의 조합이야말로 시인에게 부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칭송이 아닐까 하였는데 글쎄, 예서 만났다. 그러니까 밥 딜런 얘기다. 세상사 욕심이란 것의 부질없음을 이미 알아버린 채 슬렁슬렁 어디론가 그저 걸어갈 뿐인 이의 관절에서 절로 새어나오는 노래, 그 묵직한 가벼움의 소유자라니! 서대경·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만난 밥 딜런의 시들은 그 어떤 대목에서도 ‘말씀’의 강요가 없다. 다만 ‘자연’처럼 함께 흐르자는 데서 제 목소리의 톤을 살짝 올려볼 뿐이다. 실은 별말 안 한 밥 딜런이다. 그 별말이 실은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우리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괜찮아” “웃는 건 힘들지만, 우는 건 기차 한 번만 타면 돼” 그렇게 “잠시 울어”…… 이 구절들이 뭐라고. 그런데 있지, 연필로 밑줄을 그었을 뿐인데 그 선을 따라 숨통이 트인다. 이러면 시지. 그렇지 않겠는가? _김민정 (시인)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것들은 이국(異國)을 지나 아주 멀리까지 퍼져나갔다가도 끝내 우리의 마음으로 가지런히 들어오곤 하는 것인데. 이것을 두고 음악이라 하기에는 너무 소슬하고 시라고 하기는 너무 소란한 것이어서. 그냥 밥 딜런이라고만, 단지 밥 딜런이라고만 부르고 싶은 것인데. _박준 (시인)
한 사람의 대중음악인이 이토록 강렬하게 사회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을까? 그는 시집을 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그의 장구한 모든 앨범에 실린 노랫말은 어떤 시보다 시적이다. 밥 딜런이 세상에 내보낸 노래들의 진정한 가치는 음반가게의 진열대가 아니라 시대와 의식의 진열대에 배포되었다. 그리하여 밥 딜런이 대중음악사에 남긴 결정적 공헌은 다름 아닌 ‘언어’다. 그는 무엇보다도 노랫말의 혁명가다. _강헌(음악평론가)
영원한 반전의 상징, 날개 달린 혀의 시인 밥 딜런은 바람과 길의 정치학을 독설 섞인 민중의 언어로 풀어낸 사람이다. 시의 영혼은 하나의 매체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는 여기저기 떠돈다. 밥 딜런은 ‘영속되는 순간적 이미지’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시의 혀가 풀리는 순간, 노래의 날개가 푸득거리는 순간, 우리의 무의식 깊이 들어 있는 신화 이전의 보편성이 떠오르고, 그 보편성은 숨김없는 열망을 담아 미래의 시간에 대한 진보적 전망이 된다. 밥 딜런은 바로 그 순간을 붙들어 거칠고 해학적인 민중의 언어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인 20세기 최고의 음유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_성기완(시인, 계원예술대학교 교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판단 유보로 일관했던 것은 ‘시인 밥 딜런’의 전모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 덕분에 지금은 안다. 그가 ‘가사도 잘 쓰는 가수’인 것이 아니라 ‘노래도 부르는 시인’이라는 것을. 자전적 술회의 허허로운 울림이나 진보적 발언의 지적 밀도 등은 얼마간 예상했던 미덕이지만, 그가 작품의 건축적 완결성에 얼마나 섬세한지, 시를 한 편의 소설처럼 읽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얼마나 능한지를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다. 1995년에는 히니를, 1996년에는 쉼보르스카를, 2011년에는 트란스트뢰메르를 읽었듯이, 나는 지금 밥 딜런을 읽는다. _신형철(문학평론가)
음악이나 대중문화와의 접점을 넓히고 육성으로서의 리듬을 중시하는 딜런의 노랫말은 소수의 지식인들, 특히 시작법을 구체적으로 훈련받은 이들에게만 허가되던 협소한 방법론으로의 시의 벽을 무너뜨리고 문학의 장을 확장한다. 자신들의 정서를 지배하고 통제하던 당대의 정치적 문화적 위기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대면했던 타협 없는 감수성의 언어가 딜런의 노랫말이라면, 이 노랫말을 시라고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전쟁과 경제 위기, 난민 등 전 세계적 재앙의 국면이 다시금 불어닥친 21세기에 ‘문학의 자리’를 되묻는 질문이며, 시가 눈으로만 읽는 활자가 아니라 소리를 가진 거리의 노래라는 점을 재확인시키는 사건이다. _정은귀(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밥 딜런은 어마어마한 양의 곡을 써내려갔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증거다. 너무나도 많은 별들이 요절해버린 이 로큰롤 왕국에서 그는 가장 오랫동안 생존해온 록의 레전드다. 그의 예술을 이해하려면 기존의 고리타분한 틀에서 벗어나 그 짓궂은 유머 감각에 몸을 맡겨야 한다. 마음을 열고 이 책을 넘기다보면 그대는 그의 위대함을 이해하게 되리. 로큰롤이여, 영원하라! 그리고 한때 로버트 지머먼이라 불리던 사나이, 시인 밥 딜런이여 영원하라. _한대수(가수)
열세 살 때부터 나의 영웅이었던 밥 딜런의 뒤를 이어 상을 받게 되어 더욱 기쁘다. 그는 어쩌면 나의 가장 큰 영웅이다. _가즈오 이시구로
밥 딜런의 가사는 내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의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 _살만 루슈디
밥 딜런의 가사를 문학으로 보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_조이스 캐롤 오츠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밥 딜런은 음악에 신화적 힘을 남겼고, 그의 걸걸한 목소리와 시적인 가사는 삶에 내재한 거대한 비극에 아름다움을 가져왔다. _가디언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이 싱어송라이터 그 이상의 존재임을 확인시켜주었다. _월스트리트저널
밥 딜런은 이제 신전에 올랐다. 음악에서 수많은 경계를 밀어냈듯이 ‘문학’의 정의라는 경계를 힘차게 밀어내면서. _로스앤젤레스 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