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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사람의 사계 북한산

산과 사람의 사계 북한산

: 한국의 산, 그 아름다움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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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606g | 152*225*20mm
ISBN13 9791196730314
ISBN10 11967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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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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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 오면 으레 백운대, 비봉, 문수봉까지 가겠다는 정복욕이 앞서지만, 그냥 한가롭게 아무렇지 않게 와서 아무렇지 않게 가는 모습을 좋아합니다. 가파른 산길이 싫은 사람은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면 좋겠지요. “그게 무슨 북한산에 갔다 온 거냐?”라고 물으면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이겠네요.
--- p.14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로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분명 산은 보이는 세계이지만 보이지 않는 다차원적인 세계다. 인간의 내적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마음이라거나 정신, 영혼과 사상들이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한 어떤 누구와도 경쟁하는 시합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일이기에 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고요의 중심을 향하여 걷는 걸음뿐이다.
--- p.31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가? 이 폭염 아래 홀로 배낭을 메고 거친 산비탈을 오른다. 펌프질을 하는 심장 소리에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이 고독한 평화는 무엇을 말해주는 것인가. 아무렇게나 내 던져진 부정형의 저 완고한, 그러나 아주 편안한 침묵의 바윗덩어리가 산을 이룬 너덜지대를 헐떡이며 올라 바위에 앉아 걸어온 길을 잠시 바라본다. 지나온 원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공간적 거리는 걸어서 온 시간의 길이와 비례하며 항상 자연을 느끼고 사고한 지금까지의 총체적인 나의 모습으로 읽힌다. 연이어 내달리는 웅장한 산줄기를 바라본다.
--- p.91

가을 산의 단풍은 사색의 결과물이다.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생각이 색으로 나타나는 나무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같은 수종의 나무에서도 똑같은 색깔을 찾아볼 수가 없다. 나뭇잎이 서로 같지 않듯이 그들 모두가 고유한 것을 의미하며, 어느 경우에도 남을 흉내 내어 다른 색으로 물들지 않는 제 모습과 색깔을 보여주는 것은 그들 각자가 남의 다르마를 좇지 않고 자신의 다르마를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망에 대한 집착은 우리의 다르마를 종처럼 예속되게 한다.
--- p.165

지금 다시 눈꽃의 만다라가 펼쳐지고 있다. 침묵의 눈발은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그 침묵 안에서 봄을 바라보고 있는 만물은 사유 아닌 것이 없다. 사유는 저렇게 명징한 침묵 속에서 두꺼운 얼음장 꼭꼭 여민 제 육신마저도 스스로 녹이는 힘이 있다. 지금까지 내가 찍어온 발자국과 말들은 다 어디로 가는가? 이제 저 샘물처럼 흘러야 한다, 침묵의 샘을 나온 사유의 물이 비로소 발원지를 떠난다. 모든 침묵을 적시고 적셔서 여전히 적설 깊은 영원한 침묵 속으로.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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