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만일 상처나 질병으로 기능을 잃은 내장이나 피부, 뼈 등을 재생할 수 있다면,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지금 의료 현장에서는 이런 꿈 같은 이야기가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조금씩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회복 불가능한 조직을 되살리는 재생의료의 현실과 발전 가능성을 설명한 것입니다.

제1장 의학을 격변시키는 만능세포 의료
줄기세포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줄기세포는 그 능력 때문에 ‘만능세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세포 자체로 정의하자면 다음의 3가지 조건을 갖춘 세포를 말합니다. ① 특정 장기로서는 기능하지 않습니다(미분화), ② 여러 가지 조직으로 변화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다분화 능력), ③다분화 능력을 유지한 채 증가할 수 있습니다(자기복제), 즉 이 3가지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모두 줄기세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다.---p.17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치료를 ‘재생의료’라고 합니다. 재생의료는 현 의료기술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를 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이다. 이 치료법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지금까지 치료하지 못했던 증상이나 질병도 완치가 가능할 것입니다. 재생의료가 발전하면 의학이 크게 바뀔 것이 틀림없습니다.---p.22

골수 줄기세포는 어떻게 배양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세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TGF-β라는 약을 넣어 배양하면 연골이 만들어져 관절 환자에게 사용합니다. 또 β-ME라는 약을 넣어 배양하면 신경이 생성돼 뇌 질환이나 절단된 척수 질환에 이용합니다. 그리고 전사(轉寫) 제어를 하는 약을 이용해 배양하면 심장세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만능세포를 몸에 주입하는 방법은 치료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간경화나 폐기종이라면 정맥주사를, 척수 손상이나 관절질환에는 국소주사를 이용합니다.---p.24

만능세포 치료는 통상 1회 치료 이후 평가를 합니다. 평가 방법은 치료할 질환에 따라 다릅니다. 영상진단이나 혈액검사, 기능검사 등을 합니다. 평가 후에 2회를 할지 유지요법인 약물요법이나 물리치료로 옮길지 검토합니다. 기본적으로 1회에 효과를 충분히 얻으면, 그 다음에는 유지요법으로 바꾸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증이라면 치료를 확실히 하기 위해 몇 번 추가하기도 합니다.---p.35

제2장 만능세포 의료가 적용 가능한 질병

관절손상
몸의 다른 부위에 있는 연골을 이식하거나 배양해서 덩어리로 만든 연골을 이식하는 등, 수술로 연골을 재생하는 노력이 계속돼 상당한 성과를 얻게 됐습니다. 줄기세포를 관절 안에 직접 투여해 손상 부위를 직접 회복하거나, 줄기세포가 가진 항(抗)염증작용을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 질환으로 인해 관절에 심한 염증이 생겼다 해도 줄기세포는 효과적으로 치료됩니다. 조혈줄기세포나 골수 유래 간엽계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한 관절 통증 등의 증상이 나았다는 결과도 있습니다.---p.47

간경화
간과 관련된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간의 줄기세포 중 하나라고 불리고 있는 타원세포가 골수 유래 세포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골수 속 조혈줄기세포가 간세포로 분화하며, 골수 속 세포가 간세포와 붙어 간을 재생합니다. 골수세포나 지방 유래 간세포에 어떤 종류의 물질(bFGF, HGF)이 작용하면 간세포계의 세포로 분화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 세포를 이식하면 간 기능이 회복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제대혈에 포함돼 있는 세포나 양막으로도 간세포와 같은 기능을 하는 세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세포를 이식하면 간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는 것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p.53

신부전
콩팥 내에도 줄기세포와 같은 기능을 하는 세포가 있어, 그 세포를 정맥에 투여했더니 콩팥 기능이 회복되고 혈관이나 요세관으로 바뀌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나아가 골수세포를 이식해 콩팥 기능이 개선됐거나 요세관이 생겼다는 치료 결과도 있습니다. ES세포나 iPS세포 등 줄기세포를 이용해 전혀 새로운 콩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해지면 그 콩팥을 이식해 기능을 회복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p.58

척추손상
줄기세포를 투여했더니 새로운 신경섬유가 자라 손상된 척수가 재생되고 운동기능도 회복됐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줄기세포가 신경교성반흔에 작용해 신경섬유를 잘 통과하도록 도와줬다는 치료결과도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뇌척수액 내에 직접 주사한 결과 운동기능이 회복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포르투갈에서는 코의 점막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이식 수술해 운동기능을 회복하는 치료가 실제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뇌경색
ES세포를 증식인자(FGF-2, PDGF) 의 어떤 상태로 배양하면 신경세포와 같은 세포가 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 뇌실이라는 부분과 붙어 있는 뇌실막세포나 뇌실 아래쪽에 있는 세포가 신경줄기세포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신경세포가 회복되고, 손상을 입은 부분과 입지 않은 부분을 이어주는 데 필요한 단백질이 방출되며, 뇌 손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색으로 손상된 부분에 줄기세포를 주입했더니 손상된 부분에 세포가 잠입해 뇌 세포로 변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이 밖에 뇌경색 후 배양한 지방 유래 간엽계줄기세포를 정맥 내에 투입했더니 증상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뇌혈관이 늘어나 신경세포의 손상이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거나 투여한 세포 자체가 신경세포로 변해 증상이 개선된 것입니다.---p.70

심근경색
사고로 심장이 손상된 사람의 혈액에서 뽑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했더니 심장 기능이 되돌아왔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 심근경색에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줄기세포로부터 심근세포의 소멸을 억제하는 물질이 나와 심장 기능을 보호했다는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식한 줄기세포가 손상된 심장에서 혈관이나 심근으로 변했지만 정상인에서는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고, 줄기세포가 손상된 부분을 회복시킨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ES세포 자체가 심근세포로 바뀌어 심장처럼 움직인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 밖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경색 부분이 작아졌다거나, 관상동맥이 좁아진 사람에게 줄기세포를 투여했더니 관상동맥의 혈액 흐름이 개선되고, 카테터와 병행한 줄기세포 치료의 성과 등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p.80

당뇨병
전 세계적으로 문제 되고 있는 당뇨병도 줄기세포로 치료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에는 몸의 인슐린 감수성을 늘리는 기능이 있습니다. TNF-α 등 사이토카인(cytokine)은 인슐린 수용체에 작용해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립니다. 실제 당뇨병 환자 중에는TNF-α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줄기세포는 사이토카인 기능을 방해하는 별도의 사이토카인(IL-10 이나 TGF-β 등)을 내보내 인체의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시킵니다. 이식한 줄기세포가 스스로 β세포로 변합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85%가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게 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ES세포를 이용한 연구에서는 ES세포 자체를 바꾸어 몸 밖에서 인슐린 분비 세포를 만들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당뇨병에 동반하는 신경통이나 신부전과 같은 합병증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줄기세포에는 혈관을 만드는 기능이 있어 당뇨병 합병증으로 다리가 괴사되기 시작했을 때 줄기세포로 치료한 결과 다리를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p.86

폐기종
폐기종 환자의 기도 안에 골수 유래 줄기세포를 이식한 결과 호흡기능이 개선되거나 투여 세포가 폐에 달라붙어 폐세포로 바뀐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맥을 통해 줄기세포를 투여했더니 투여한 세포가 폐의 세포나 폐혈관으로 변한 것도 확인했습니다. 폐섬유증과 류마티스관절염을 동시에 앓는 사람에게 줄기세포로 치료를 했더니 두 증상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폐 속에는 기관지폐포 줄기세포가 있어 폐포 상피세포로 분화된 기관지나 폐의 손상을 회복시켜 줍니다. ---p.96

암
3대 암 치료법 가운데 수술요법은 대부분 인체에서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입니다. 이때 ‘암’조직뿐만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제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수술 후에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방사선요법을 시행할 때에도 방사선을 쬐는 부분의 주위 조직이 손상되고 화학요법을 쓸 때에도 온몸에 미치는 영향으로 신체 기능이 떨어집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진 곳에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 약해진 기능이 회복됩니다. 그리고 이식한 줄기세포가 면역세포로 변해 저하된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좀 더 적극적인 면역적 항암치료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통상 암의 면역세포 치료는 혈액에서 림프구나 수상세포를 분리해 배양하고 활성화한 후에 체내에 투여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말초인 혈액이 아닌 인체의 근원인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더욱 강력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우 강력한 NK-T세포 등 항암 면역세포를 다량 만들 수 있어 향후 암 치료의 차원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직접 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을 만드는 현장에서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A씨의 피부로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합시다. 그 줄기세포는 여러 가지 장기가 될 수 있으니, 심장세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심장세포에 새로 만든 심장약을 투여하면 A씨에게 실제로 약을 먹이지 않고도 약효를 판정할 수 있습니다. <br/><br/>심지어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도 판별이 가능해 보여 이 방법을 사용하면 각 개인의 몸에 맞는 맞춤약을 제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쥘 베른(Jules Verne)의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실현 가능한 것이다”라는 말을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계속해 나가면 넘지 못할 장애는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해마다 그 수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ES세포를 이용한 치료 효과가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극복할 수 없었던 질환, 의료상의 문제 등이 하나하나 해결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