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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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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41g | 125*192*15mm
ISBN13 9788932035796
ISBN10 8932035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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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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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보기와 다르게, 그녀의 삶에는 난관이 많았었다. 이십대의 이른 나이에 어머니가 죽었고, 결혼 4년 차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즉사했으며, 사별의 아픔을 다 이겨내기도 전에 여섯 살이었던 아들이 실종됐었다. 납치설도 제기되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버지는 딸 또래의 여자와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녀는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그녀의 일상을 점철하는 그 깊은 침묵은, 가혹한 삶의 비극을 견디는 방식 중 하나일 거라고 건너짚곤 하였다. 이렇듯 가련한 그녀에게 더 이상의 불행은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 p.43

예물로 남아프리카에서부터 공수해온 5캐럿 다이아 반지를 받았을 때나, 굵은 한강 줄기부터 북한산까지 내다보이는 78평 초고층 아파트에 들어섰을 때나, 풀 옵션이 돼 있는 BMW535와 은빛 카이엔을 동시에 받았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심정이었을까. 단 한 가지라도 자신의 취향과 의사가 반영되었다면 조금 더 흡족했을까. 여자는 그때마다 몸속 내장의 일부가 조금 잘려 나간 것처럼 설명할 수 없는 아리아리한 통증에 부딪혔다.
여자는 그 감정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 알고자 골몰해본 적도 없었다. 무언가 알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전에 여자의 품에 안긴 모든 것에 매료되었다. 그것들은 정확한 이미지가 있었다.
--- p.96

엄마는 아름다웠지만 벌거벗은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했다. 드레스를 입은 후의 자신을 사랑했다. 아침에 샤워를 마치고 나온 엄마가 옷장의 손잡이를 잡을 때면 그 권태로운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곤 했다. 부신 아침 햇살 속에 늘 늘씬한 몸매를 고수했던 엄마의 실루엣이 선연했다. 엄마의 벗은 몸에서는 늘 은은한 모과 향기가 풍겼다. 옷장 문짝들이 분만실에 누워 있는 가랑이들처럼 차례로 힘껏 벌어졌다. 엄마는 단 한 번 옷장 속을 찬찬히 훑어보고는 산부인과 의사처럼 옷장 속에 손을 밀어 넣었다. 엄마의 손에는 바느질이 고르고 선이 잘빠진 감 좋은 옷이 물려 나왔다. 옷을 입은 엄마의 몸짓을 보며, 엄마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터득할 수 있었다. 엄마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우아함을 피력하는 샤넬 투피스와 관능미를 강조하는 현 디자인의 드레스였다. 아, 이제야 완벽해! 비로소 빙긋이 미소 지으며 무대 위 주연 발레리나처럼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꼿꼿하게 세우고 허리를 활처럼 펼쳤다. 창문 앞, 전신 거울 속에는 그런, 엄마가 있었다. 아름다움을 그토록 중요시 하는 엄마에게 내 존재는 어쩌다 충동적으로 딸려 온 싸구려 옷에 지나지 않았다.
--- p.121~122

벗어나고 싶었다. 하나 가시처럼 날카로운 플래시와 핏빛 트랙을 지나지 않고선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뻥 뚫린 하늘에서 쏟아지는 부슬비가 아이의 이마와 눈가와 뺨을 적셨다. 눈두덩과 뺨에 칠한 불긋한 가루가 빗물에 얼룩져 뭉개지고 흘러내렸다.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트랙 빛깔은 점점 더 짙은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까치발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트랙 위의 하얀색 선이 파란색 치맛단 쪽으로 달려들었다. 치맛단은 끌리지 않았으나 걷는 내내 아이의 종아리와 발등이 후들후들 떨리고 몸의 중심이 흔들렸다. 그대로 하얀색 선을 이탈하지 않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p.183~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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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첫 문장이 열리는 순간부터 하나의 단서라도 놓쳤을까 봐 숨죽이며 읽어 내려간다. 이내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에 내 이마를 훔치며 집중했고, 그 순간들이 지나자 약간은 서글픈 마음이 차올랐다. 인물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어둡고 섬뜩한 민낯이 드러날 때마다 문득문득 나를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박지윤 (방송인)
이홍은 평생을 범죄 곁에 머물렀던 한 여성을 단지,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이 오미나라는 인물이 가진 요령부득의 매력이다. 오미나를 진정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굴종을 요구하는 현실이다. 오미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 역시 자신이 갖고 싶은 것 앞에 놓인 장애물들이며 그것을 만끽하는 순간의 지연이다. 그런 점에서 오미나는 한국 문학사상 거의 본 적이 없는 매우 독창적인 악인이다.
- 강유정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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