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
당장 눈앞에 놓인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며 살아오다가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홈리스 출신 빅이슈 판매원 아저씨들에게 발레를 가르치는 사람, 제임스전(James Jeon)의 이야기입니다.
아저씨들한테 발레 가르치는 거 말고는 별 게 없는데 다큐멘터리씩이나 찍을 게 있겠냐고 하면서 처음 만난 날 쑥스럽게 미소 짓던 제임스전을 잊지 못합니다. 1년 가까이 제임스전의 발레수업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담은 내용이 늘어날수록 아쉬움이 더 많았습니다. 60분짜리 다큐멘터리라는 제한된 형식 안에서 모든 걸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는 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쓰기엔 너무나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임스전의 이야기를 더 많이 알리고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입니다. 제임스전을 만나고 발레수업을 지켜보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가슴에 담아두었던 많은 문제들의 해답을 찾았습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독자 여러분들도, 답답한 마음이 풀리고 평안해졌으면 합니다. 스스로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길 바랍니다. 기적이 가까운 곳에 있음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그래서 세상과 진정한 소통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본문 중에서
제임스와 서울발레시어터가 걸어온 지난 2년간의 사연들은 몸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몸이 있으니 얼마든지 꿈을 꾸고 달려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 꿋꿋이 발을 붙이고 있으면 기적이 찾아온다는 것을, 살아있으면 매일매일이 선물일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은 아주 조그맣게 시작해도 놀라운 에너지로 돌아온다는 것을, 그들을 지켜보면서 깨달았다. ---「그의 이름은 제임스, 제임스전」
‘나는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사람, 그들은 몸 하나만 가지고 잡지 파는 사람들. 나나 그들이나 몸으로 먹고 사는 거다. 어차피 우리 모두 맨몸으로 부딪쳐야 한다. 잡지를 팔든 발레를 하든 뭘 하든 사람들 시선을 이겨내려면 자신감을 찾아줘야 한다.’ 그날 거리에서 얻은 깨달음은 그대로 발레수업의 기본이 되었다. ---「발레리나와 홈리스 아저씨」
가족이 없어서 그런가? 따뜻하게 안아줄 누군가가 없어서? 따뜻하게 안아줄 사람이 없는 게 그들뿐인가? 결국 외로우니까 사람인 건가? 사람이 완벽하게 평안하고 풍요롭게 산다는 게 가능하긴 한 건가? 아저씨들에게 느껴지는 한없는 슬픔, 거기서 시작된 질문들은 제임스에게 영감을 주었다. 아저씨들과 함께 하면서 인생의 아픔, 외로움, 새로운 희망에 대한 단서를 얻었고, ‘솔로이스트(soloist)’란 작품을 만들어냈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
예술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는 거룩한 국가적 시도에 함께해 달라는데, 덮어 놓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임스는 콜롬비아 가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했다. ‘재능기부’가 흔한 말이 되어버려 쉽게 들릴지 몰라도 다 비용하고 직결되는 문제다. 콜롬비아에서 ‘자 돈은 펑펑 줄테니, 시간 내서 재능을 발휘해주시오.’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제임스전의 무모한 도전, 콜롬비아 원정 발레수업」
우리는 ‘엘 시스테마’나 ‘몸의 학교’ 같은 기적에 가까운 사례들에서 큰 감동을 받지만, 그건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이뤄놓은 결과들이다. 감동적 사례의 초기에는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없이 외롭고 미약하게 움직이던 누군가가 있었을 거다. 제임스가 툴루아에 가서 발레를 가르친 것이 반드시 ‘엘 시스테마’나 ‘몸의 학교’ 같은 창대한 결과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제임스가 간 길은 분명 미약한 시작이었다. 누군가 가지 않는다면 무엇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3일간의 툴루아 발레수업, 그 미약한 시작」
고등학교는 어딜 나왔냐고 물으면, “홈스테드 고등학교! 스티브 잡스가 내 고등학교 선배야.”
대학교는 어딜 나왔냐고 하면, “줄리어드. 줄리어드가 음악만 가르치는 줄 알았지? 줄리어드가 댄스로 얼마나 유명한데!”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하면, “59년생. 마돈나보다 한 살 어려.”
---「제임스딘도 제임스본드도 아닌, 춤꾼 제임스전 완전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