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흘리는 눈물 《꽃비》를 세상에 보이며.......
“내가 밟고 있는 땅이 흙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자신은 자연과 멀어져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002년 7월 스님들과 신부님, 신도,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북한산 관통도로를 막기 위한 고행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세 걸음에 절 한 번씩, ‘3보 1배’를 하면서 서울역에서 견지동 조계사까지 6시간 여 동안 기도 행진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직 한 가지 생각은 스러져가는 나무와 뭇 생명에 대한 참회의 마음이었습니다.
땡볕 아래 뜨겁게 달구어진 아스팔트 위에 이마를 맞대어가며 절을 하는 가운데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참회하고, 죽어가는 생명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와 함께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없게 되기를 서원하였습니다.
그 이후 영국 유학 생활 중 전해들은 한국의 환경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사람들의 편리를 위한 개발, 경제적 이윤 추구를 위한 무분별한 자연 훼손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었고, 환경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피땀 어린 노력이 너무 미력하게 전달되고 있음을 통감하였습니다.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구상하고 집필을 시작한 책이 바로 ‘꽃비’입니다. 자연의 입장이 되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을 대변하고 싶었습니다. 자연의 고통과 아픔을 호소하고 싶었습니다.
애초부터 《꽃비》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쓴 글이었습니다. 주인공 코코를 통하여 우리들 내면에 가려져있는 순수하고 맑은 심성을 다시금 일깨우고 믿음, 용기, 희망, 우정, 사랑의 메시지를 건네주고자 하였습니다. 13년의 짧은 생으로 한정된 코코의 운명은 인간의 한정된 생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런 가운데에서도 타인과 자연을 위하여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노력하는 삶을 그렸습니다.
책 속에 그려지는 요정과 목신 지신과 같은 가공의 인물들은 말없이 우리 곁에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자연을 개개의 인격체로서 의인화하였습니다.
도깨비라는 상상의 인물을 통해 삼독심(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투영해보았습니다. 이유를 만들어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연을 훼손하는 어른 도깨비들 때문에 후손들이 병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그려가면서 현 시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의 현실들 즉 도시의 거대화, 전쟁, 환경호르몬에 의한 질병 등 환경파괴의 문제점을 담아보았습니다.
이글의 마지막 장에서 채송화 요정이 보여주는, 코코에 대한 죽음을 초월한 사랑은 자연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
원고를 마치고 수없이 원고를 읽으면서 매번 스스로의 감성에 젖어 눈물을 글썽이곤 하였습니다. 내안에 슬픔이 밀려오는 것은 아마도 자연이 내게 준 은혜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새삼 깨닫게 된 때문일 것입니다. 꽃비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 위에 흩날려지게 되어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며 소중하게 가꾸어주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삽화를 그렸는데, 혹 책을 읽는 이의 상상을 저해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해보았습니다.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마음결의 울림과 염원들이 책을 읽는 이의 마음과 잘 어우러져 오랫동안 기억에 머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면을 빌어 글과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다음카페의 원동회 가족과 도반, 선배 스님들 그리고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은사 스님과 부모님께 이 책이 마음의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