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산 아래쪽을 내려다봅니다.
바깥세상을 버리고, 첫 산속의 아침에 저 멀리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인간세상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고개를 돌려서 돌 제단을 바라봅니다.
어제 임시로 만들었던 돌 제단을 지난밤 꿈속에서 보았던 돌 제단과 비교를 해보니 너무나도 작고 허술해 보입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다가 벌떡 일어서면서 나는 스스로 내 자신을 향하여 주먹을 불끈 쥐고 각오 한마디를 내어 뱉습니다.
“그래, 일생일대의 큰일을 도모하는데 처음부터 철저히 완벽하게 준비를 잘 해야지!”
나는 하늘과 신령님께 아침 예를 갖추기 위해 우선 옹달샘 물을 떠와 돌 제단 위에 정한수로 물 한 그릇을 올리고,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큰절을 3번 올리고 나서 맨바닥의 납작한 돌 위에 조용히 앉습니다.
지난밤 꿈들을 하늘의 계시로 생각하면서 계획을 세워봅니다.
이제부터는 이 깊고 높은 산속에서 오직 나 홀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생존을 해가며 도를 닦아야 하고, 그 기간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평생이 걸릴지 모릅니다.
그러하기 때문에 꿈의 계시대로 돌 제단도 다시 만들어야 하고, 옹달샘 주변에 돌담도 쌓아야 하고, 간이 변소도 만들어야 하고, 텐트는 비좁고 허술하여 비바람과 기온변화에 견디기 힘드니 아예 나무와 돌 그리고 황토 흙으로 움막집을 짓기로 합니다.
그리고 하루 한 개씩 돌을 주어와 돌탑을 쌓으면서 도를 닦아야겠다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서 각각의 공간배치를 구상해 봅니다.
그리고 부식으로 먹을 채소는 산속에서 산나물을 채취하기도 하고 조그마한 텃밭을 만들어 스스로 일구고 기본 생필품인 소금, 간장, 된장, 쌀, 콩, 양초, 향 등등은 산 아래 배나무고을 생가에 살고 있는 동생으로부터 조달받기로 했습니다.
나는 지금 첩첩산중의 깊고 높은 천등산 산속 옹달샘 옆에 앉아서 앞날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며 구상을 하고 또 구상을 합니다.
입산하기 전에 이미 유서까지 써놓았고 유언까지 해놓았기 때문에 마음 속의 각오는 단단합니다.
“하늘의 명기는 산을 통해서 땅에 내린다”
라고 하니 나는 이곳 천등산에서 하늘의 명기를 받으며 대자연을 벗삼아 직접 체험을 하면서 천기신통과 함께 도를 하나씩 깨치고 터득하면서 한 계단 한 걸음씩 나아갈 계획입니다.
옛날 옛적의 많은 명상가와 고승대덕의 수도자와 성자들처럼…….
나는 지금‘하늘로 오르는 산’이라고 하는 이곳 천등산에서 하늘의 명기를 받아 반드시 신통력을 얻고 그리고 그 신통력으로 내 자신의 운명과 내가 누구인지?를 꼭 알아낼 것입니다.
앞으로의 수도기간은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평생이 걸릴지 현재의 내 자신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배수진을 쳐놓았으니 반드시 이룩해 내고야 말 것입니다.
나는 목표와 계획 그리고 구상이 이쯤에 이르자, 지난밤 식사했던 빈 솥을 씻고, 공양미 밥을 지어서 솥 채 돌 제단 위에 올리고, 또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큰절을 3번 하고 일어서서 정성스런 마음과 단정한 태도로 가슴 앞에 합장으로 두 손을 모으고서 아침기도를 올립니다.
“하늘이시여! 신령님이시여! 있는 것 가지고 정성껏 아침 공양을 올리오니 공양 잘 받으시고 이제부터 제 스승이 되어 주시옵소서. 산에는 명기가 있고, 신통이 있고, 진리가 있고, 도가 있다고 해서 이 깊고 높은 고향 본산 천등산에 내 인생 마지막 방법으로 산 기도하러 들어왔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이 태어난 고향의‘본향산’이 그 사람 평생 동안의 기운을 조종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오니 직감으로 가르쳐 주시고, 영감으로 가르쳐 주시고, 꿈속에서 선몽으로 가르쳐 주시옵소서. 지난밤 꿈을 신령님의 계시로 받아들여 돌 제단도 크고 높다랗게 다시 만들고, 옹달샘 주변에 빙 둘러 돌담도 쌓고, 움막집도 튼튼하게 짓고 그리고 돌탑을 쌓으면서 산 기도공부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디 저의 간절한 소망을 꼭 이루게 해주시옵소서. 목숨 걸고 끝까지 해내겠습니다”
하고 넋두리처럼 혼자 중얼거리면서 보이지도 않는 신령님께 소망을 빌고 맹세를 합니다.
“하늘과 신령님께 올리는 맹세와 약속은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
라고 하는데 나는 그 맹세와 약속을 지금 해버렸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