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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미술관

혼자 보는 미술관

: 나만의 감각으로 명작과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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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568g | 152*200*18mm
ISBN13 9788925567891
ISBN10 89255678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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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케묵은 명성이나 해석을 무조건 신뢰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박물관의 오디오 가이드와 안내 책자, 전시장 벽에 붙어 있는 설명이나 해석을 도와주는 온갖 자료에 의지한 채 자신의 눈으로 보려는 의지는 없는 관람자의 잘못이기도 하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아지면 그게 걸림돌이 되어 무감각한 눈으로 그림을 본다. 스스로의 감각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온갖 자료에만 의지하는 게으른 관람자가 되어버린다.
---p10, 프롤로그 - TABULA RASA: 아무도 없이, 누구나 쉽게

[흐트러진 침대] 역시 들라크루아가 뭔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그렸을 수도 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우쭐거리는 멋쟁이로, 열정적이고 정치적이며 폭력적인 그림을 그렸던 이 유명한 화가는 사실 외롭고 쓸쓸했을 수도 있다. 구겨진 이불은 인간이 누웠던 흔적을 보여주고, 유령 같은 형태 때문에 들라크루아가 같은 해에 그린 서사적인 역사화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The Death of Sardanapalus]에서 살해되어 침대에 쓰러진 애첩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거대한 역사화와 비교하기보다 이 작은 수채화 자체에 담긴 슬픔과 정직성에 집중하고 싶다.
---p96, 2 보이는 그대로, 마음이 느낀 대로: 진짜 같은 장면의 속내

젠틸레스키는 열여덟 살 때 아버지의 동료 화가인 아고스티노 타시Agostino Tassi에게 강간당했고, 험난한 법정 투쟁 끝에 타시의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에서 치솟는 피와 포도주 색깔 옷감의 붉은 색이 어우러져 그림 전체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듯한 장면은, 젠틸레스키가 유디트의 복수에 얼마나 열렬히 공감했는지 느끼게 한다.
젠틸레스키는 침착하고 단호하면서도 무자비하게 남성을 죽이는 여성들로 화면을 채우고,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 역할을 완전히 뒤집었다. 그는 남자의 몸, 말하자면 남성 위주의 미술사에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하고 있다.
---p125, 3 그림은 무대고, 조명이고, 주인공이다: 화폭 속의 명연기

세잔의 그림이 비교적 견고하다면, 모네가 그린 연못 풍경은 모 든 형태가 해체되어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모네는 연못에 잔물결이 일 때의 순간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두꺼운 물감 덩어리를 거의 그대로 그림 표면에 바르기도 했다. 어지러울 정도로 여러 번 재빠르게 붓질하면서 물감을 쌓아 올린 흐릿한 형태의 수련은 밝게 빛나면서 우둘투둘한 촉감이 느껴진다. 모네 역시 같은 대상을 끊임없이 반복해서 그리면서 자신의 예술을 갈고 닦았다. 또한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꿔가며 일종의 보편적인 진리에 다가가는 게 목표였다. 적어도 미시적인 세계와 거시적인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려고 했다.
---p257, 8 액자 너머의 그림을 읽다: 그리는 이의 마음을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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