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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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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41g | 148*210*20mm
ISBN13 9788939222052
ISBN10 893922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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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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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줄

힘줄은 하나의 고리였다, 물결과
물결이 모인 곳
급물살을 타고 다시금
부서지며 깨진 곳, 강 하구언처럼 언제고
다시 힘이 치받힐 시간의 골반은
면도날 같은 바람이 훑고 간 성근 자리여도
체관부처럼
단단하게 그리 박혔으리라

부위별로 나누어져버린, 내 몸의
몇 배가 되는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면서
아랫배가 다 닳도록 그 자리 거슬러 올라간
연어 떼를, 턱뼈가 빠지도록
몸부림치다가
둥둥 떠가며 불곰의 밥이 되고
새 떼의 밥이 되어
발기발기 찢기는 모습을 떠올린다

봄눈의 잔설처럼 여린 지방층
내가 스스로 도려내야 할 지층인가 밥 앞에서
그늘져간 자리 마음 섣불러
빛나는 힘줄 하나 그렇게 지웠으리라
홀로 지키다 힘 쪽으로만 많이 기운 먹이사슬은
투망을 던지듯
破顔의 눈언저리마다 가닥으로 파인
붉게 얼룩진 도마
하, 칼자국마다 까맣게 때가 서린 곳



숫돌에 칼을 밀면 펄이 생긴다
썰물처럼 밀려갈 때 남기었다가 그 푸른빛으로
다시 거두어지는
진창 같다면 누가 믿을까, 펄
내 어미는 그 밭에서 꼬막을 줍고 낙지를 캐고
죽은 지 오래된
붉은 살덩이를 저미려 칼을 가는
오른쪽 날개에 눅눅하게 펄이 감긴다
욕심처럼 무뎌
힘준 자리마다 골 지는 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정제된 갯물만이 불콰한
놀을 담고 있는 저녁
파랗게 일어선 날은 한껏 당겨
사리 만조로 상현달이 물결의 정수리에 일렁였다
너도 닳고 나도 닳고
최소한의 나를 베이지 않기 위함으로
문지르는 결대로가 아닌 사선으로 엇나가는 골은
결코 진창이 아니었을
펄은 생긴 대로 부드러운 길 열어주었다
지나간
잠시 미끄러진 자리의 그림자였지.

날개

새라면 아마도 날개였을 것이다
푸른 죽지로 힘껏 창공을 날아오르거나
펄럭이며 어디고 사뿐히 내려앉을
어깻죽지 들여다본 까만 필름은
형광 불빛에 비춰지자
말간 뼈 많이 뒤틀려 있다

들어야 할 짐은 늘 무거웠다
창공을 비상하는 것만이 꿈이 아니라
모이처럼 꿈을 줍는 생물도 있다는 것을
들어 옮기고 힘을 써야
모이를 줍는 그 무게가 어찌 짐일까만

무조건 이 주간은 어깨를 쓰지 마세요
어찌하나, 지금 당장 나가
칼질을 해야 하고 무거운 것 들어야 하는데
깃털이 젖으면 안 되는데
저울추처럼 무게를 지탱하여야 할
저 말간 뼈

병원을 나서는데 막 새라도 날아오른 듯
온 세상에 깃털처럼 함박눈이 날린다
춘설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쉽게 젖지 않으리라
꽃가지마다 깃털처럼 뽀얗게 쌓인다.

증빙서류

학교 운동장 저편 아름드리나무 파랗던 기억들
숨결 같은 바람에도 우수수 진다
편편이 굴러가던 시간들 어떤 바람에 휩쓸리고
또 명치끝에 이름 묻고 살다가 부서져
켜켜이 쓴물처럼
질척거리고 싶지 않은 땅 어느 뿌리로 스며들었나

동네 초등학교 행정실 팩스 민원을 신청해놓고 덜 닦인
유리창 너머 막막한 햇살
새내기로 다시 세상에 편입하려는 하얀 가슴은
쭈뼛쭈뼛 제 용무로 드나드는 아이들을 보며, 하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설핏 넘어가는 초겨울 햇살의 눈동자가 붉다

타이어 공장 협력 업체 상하차 단순 노무직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요구하는데, 바로 옆 교실인가
잔디에 물을 뿌리듯
아이들 합창 소리는 물방울로 튕겨 오른다
정오를 이미 넘어선 행정실 벽시계 바늘
졸음처럼 목이 꺾이는데 얼른 일 끝내고
어디 중국집 얼큰한 짬뽕 한 그릇 먹었으면 싶다
욕스럽다

어찌 이리도 사방이 적막한가, 흐린 창 너머
나무들은 계속 기침을 해대고
텅 빈 운동장
그들은 더 무엇을 엿보려
한때 나풀거리던
삶의 기록을 훔쳐보려는 걸까
아이들 웃음소리에 잎들이 무리 지어 빙빙 돌다가
뒤엉킨 물소리로 수런거린다.

만추

이십 년을 넘게 산 아내가
빈 지갑을 펴 보이며
나 만 원만 주면 안 되느냐고 한다

낡은 금고 얼른 열어
파란 지폐 한 장 선뜻 내주고 일일 장부에
‘꽃값 만 원’이라고 적었더니

꽃은 무슨 꽃,
아내의 귀밑에 감물이 든다.


일어나면 숙소 창 밖 늦가을 밤나무 잎이 아침 햇살에 잉걸 같다. 곧 질지라도 새봄에 저 자리마다 새싹이 맺히리라.

보통 사람들과 리듬을 달리해 살아야 하는 조리사의 삶, 약 이백 인분의 갈비의 살을 발라야 하는 오른쪽 검지가 빳빳해져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삶이 붉다.

아직도 뜨겁다.

서리를 허옇게 뒤집어쓴 망초꽃 눈 끝에 맺힌 이슬이 맑다.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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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들이야말로 삶을 우려 만든 것들이라는 생각. 그것이 아니라면 시가 아니라는 듯 김광선의 언어는 세상의 육신을 빌려 살아온 목숨들의 숨소리로 가득하다. 칼과 뼈와 살들의 비유가 내뿜는 곡성에 사로잡혀서 독자들은 문득 생애의 비린내로 뜨거워진 자신의 삶과 만난다. 그렇다. 비린 목숨인 적이 없었던 사람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김광선의 시다.
박수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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