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아름다운 이유는 세상을 꾸며주기 때문입니다. 새벽은 아찔하고 눈부신 것을 예고합니다. 새벽은 이해할 수 없는 삶의 탄생입니다. 사랑하는 이여, 새벽을 바라본다는 것은 관조가 아니라 체험이에요. 그대는 다시 태어나기 위해 새벽 속으로 푹 잠겨듭니다. 여행의 행복은 온갖 일을 처음으로 해본다는 데에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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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보이지 않고 신비롭고 매혹적인 위협만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뭔가가 결핍되고 빠져있는지도 모릅니다. 방치된 결핍이랄까요. 그러한 일종의 버림을 느꼈습니다. 영원은 호기심을 죽입니다. 모든 것이, 삶조차도 붙잡을 수 없이 빠져나갑니다. 이따금 속에서 기어올라오는 음험한 욕망이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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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서 나갈까요? 내 눈으로 직접 밤하늘을 보고 싶군요. 당신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고 싶군요. 나는 이런 가상관측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냥 당신 곁에, 당신의 은하 속에 머물고 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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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의 눈은 삶의 일부밖에 포착하지 못하지요. 카메라로 잡아낼 수 있는 모든 것,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향해 달려듭니다. 겉모습 너머의 것에는 다가갈 수 없다는 좌절, 그게 바로 시네아스트의 좌절이지요. 부인, 내가 당신에게 글을 쓰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보이는 현실 너머, 나의 카메라로는 당신에게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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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아직 위력을 떨치기 전에 나는 그 모든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안개 자욱한 새벽이 몰고 오는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를 햇살이 조금씩 몰아냅니다. 땅의 색깔은 이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앙리 미쇼는 그림자야말로 가장 격한 감정을 감추는 법이라고 했지요. 빛은 그런 감정을 위협하고 태양은 제멋대로 끼워 맞춥니다. 사막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매력적인 여배우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지요. “사람은 해가 비치는 동안에만 늙는 거예요. 그러니 부디 나에게 그늘을 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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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들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약해지고 상상력은 폭주하는 법이지요. 지평은 너무 희미하고 저들에겐 방향이 필요합니다. 저들은 이 배에서 떠나면 배의 진로가 아니라 각자의 진로로 가겠지요. 어떤 이들은 그 가능성에 취할 것이요, 또 어떤 이들은 바다와 돌발이 펼쳐 보이는 백지에 아찔함을 느낄 겁니다. 그 백지에는 공감의 잉크가 이미 그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테지요. 그 막막함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진로를 짐작이나 할까요? 물론 그들의 꿈은 무한하지만 그들도 벌써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라는 거대한 책 속에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걸요. 나는 잠시 위에서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운명을, 그 놀라운 고백을 다 내다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들의 웃음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중략) 나는 세계일주를 하고 싶어요. 영원히.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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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믿음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향하든 중요한 것은 믿음이죠. 사랑에 대한 믿음, 타인에 대한 믿음. 당신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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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을 알아봤어요. 완벽한 당신, 완벽한 미지의 여인을. 당신에게 다가가 말했죠. 편지를 쓰고 또 썼지만 당신 주소를 알지 못했다고, 당신이 원한다면 편지를 모두 주고 싶다고. 당신을 오랫동안 찾았어요. 내 사랑, 어디에 있었나요? 나는 온 세상에서, 홍해와 푸른 바다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산에서, 내 젊은 날의 항구에서, 술집에서, 유곽에서, 따분해 죽을 것 같은 파티에서, 역겹고 화나는 쾌락의 밤에 당신을 찾았어요. 구름 없는 새벽, 조짐 좋은 새벽, 거짓 새벽, 빌어먹을 새벽, 우울해 미칠 것 같은 새벽, 해가 떨어지는 시각에 당신을 찾았습니다. 당신을 보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놓습니다. 당신은 지금 막 만난 남자, 아직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남자가 아니라 예전의 그 남자가 쓴 편지를 읽고 있을 뿐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읽어줄 건가요? 그날, 내 생애의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겁니다. 이미 겪은 스쳐간 꿈이었을 뿐이니까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