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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6
중고도서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6

: 광주항쟁, 한국 사회를 뒤흔든 시민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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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70쪽 | 614g | 150*221*23mm
ISBN13 9791187373896
ISBN10 1187373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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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쿠데타나 다른 지역 쿠데타와 달리 전두환·신군부는 왜 2단계 쿠데타로 갈 수밖에 없었느냐 하는 건 앞으로 학계에서 많이 논의하고 연구돼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12·12쿠데타가 일어날 때에는, 대세가 민주화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12·12쿠데타 핵심 세력은 당시 시민이나 정치 세력들이 일거에 권력을 탈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하지 않았나 싶다. 5·16쿠데타가 일어난 시기의 정치 상황과 10·26 직후의 정치 상황은 그만큼 크게 달랐다. --- p.80

5·17쿠데타가 쿠데타냐, 쿠데타라는 생각이 안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얘기했는데, 전두환·신군부의 쿠데타는 5·16쿠데타하고도 물론 다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쿠데타 역사상 아주 드문 사례를 제공해주고 있다. 어떤 사람 글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예라고까지 적혀 있다. 전두환·신군부는 12·12쿠데타가 일어난 지 무려 5개월이 지나서 국가 권력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는 5·17쿠데타를 일으켰다. 또 ‘통대’에 의해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건 그보다 3개월 후인 1980년 8월이다. 새 헌법에 따라 다시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건 1981년 2월이다. 12·12쿠데타부터 이때까지 따지면 1년이 넘는다. 사실 10·26 이후 상황을 살펴보면 쿠데타를 단숨에 일으켜 권력을 바로 장악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하여튼 아주 특이한 쿠데타를 일으킨 건데, 그래서 다른 쿠데타에 비해 사람들한테 잘 안 들어오는 면이 있다. 또 5·17쿠데타 때에는 무력 충돌이 없었다. 무혈 쿠데타였다. 이 점도 사람들 머리에 작용했을 것이다. --- p165

광주도 마찬가지였다. 18일에는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공수 부대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일시 피신했지만, 그 폭력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 피신한 이후부터, 더구나 그 폭력이 전두환·신군부의 권력 탈취를 위한 야수 같은 만행이었는데도 피신한, 그래서 그 이후부터 양심의 가책을 아주 심하게 느끼며 괴로워해야 했다. 그러면서 다시 거리에 나갔는데, 그 거리에는 자신만 있는 게 아니고 노도와 같은 민중, 시민들이 같이 투쟁의 대열에 서 있었다. 그걸 알게 되면서 시민들의 그러한 부끄러움, 자괴감은 강력한 투쟁의 힘으로 바뀌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 p.206

그러자 또 다른 대여섯 사람이 이번에도 태극기를 들고 나가 흔들면서 구호를 외쳤다. 공수 부대는 또 사격을 했다. 태극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또 쓰러졌다. 또 다른 사람들이 다시 태극기를 들고 나가 구호를 외쳤다. 이들도 공수 부대의 총격에 쓰러졌다. 이런 일이 대여섯 번이나 거듭됐다. 순식간에 30여 명의 젊은이가 숨졌다. 믿기지 않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 p.224

24일에는 공수 부대가 어린이까지 사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트럭에 나눠 탄 제11공수여단은 장갑차를 앞세우고 이동하던 중 진월동 원제마을 저수지 옆을 지나가게 된다. 그때 저수지에서는 15명가량의 소년들이 물놀이를 하며 멱을 감고 있었다. 공수 부대는 이 아이들에게 총을 쐈다. 결국 열세 살의 한 소년이 그 총탄을 맞고 숨을 거뒀다. 이어서 공수 부대는 근처에 있는 진제마을 쪽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마을 뒷동산에서 놀던 아이들한테 발포했다. 여기서도 열 살짜리 어린이 한 명이 숨졌다. 이 부대는 진제마을 쪽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놀라 하수구에 숨어 있던 박연옥을 향해 발포했다. 박연옥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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