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90~91_ 교육일을 하면서 종종 블로그나 대면으로 부모님들과 상담을 할 기회가 있다. 학업에 대한 상담과 자녀의 심리적인 측면에 대한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부모님의 3가지 반응인데 다음과 같다.
“예, 그렇긴 한데요.”
“일단 알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하면 될까요?”
자녀와 마음이 맞지 않는 부모, 교육방식에 문제가 있는 교사들을 종종 만난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 대화의 법칙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경청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가까이 지내는 지인 분께서 이런 질문을 하셨다.
“어떤 사람이 세차장에서 자동차 세차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사람이 어느 날, 앞으로 자기는 연봉 10억을 버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맞춰봐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면서도, 나름대로 해답을 생각해봤다. 가진 건 없는데 돈 욕심만 많거나, 다른 사람과 다르게 꿈이 큰 사람이거나, 아니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싶은 마음이 들어서 여차저차 말씀드렸더니 다 틀렸다고 하셨다. 그리고 “자네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야!”라고 하시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세차장 하는 게 부끄럽다는 마음이다. ‘지금은 내가 세차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 무시하지 마라, 앞으로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부자가 될 거다.’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p. 110~111_ 오래 전 일이다. 담임선생님이 사적인 일로 출근을 못하시게 된 초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옆 교실에 무섭게 생긴 담임선생님이 우리 반에 오셔서 한 시간 수업을 맡아주셨다.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왠지 모르게 날카로운 눈매와 일자로 그은 듯한 입술은 강인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필 저분이냐……’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그날은 서예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은 한마디 한마디 단어를 이야기할 때마다 매우 정제되어 있는 단어를 쓰셨던 기억이 난다. “너 인마 자세가 그게 뭐야? 제대로 잡고 똑바로 써.”라는 말을 “붓은 그렇게 쥐면 안 되고, 반듯하게 세워서 쓸수록 아름다운 글자가 나온다.” 하는 식이었다. 인상보다 괜찮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사히 그날의 수업은 끝이 났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괜찮은 선생님이라는 인상이 들었던 것이다.
다음날, 수업시간 중간에 노크소리가 들렸고 문이 드르륵 열렸다. 옆 반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 들어오셔서 50명 남짓한 학생들이 앉아있는 교실에서 이야기하셨다.
“여러분, 어제 나는 엉터리 선생님이었거든. 여러분한테 엉터리로 가르쳐줬기 때문에 나는 사실 엉터리 선생님이었어.”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 선생님은 전날 있었던 수업시간에서 본인의 실수로 오류가 있었던 부분을 이야기하시며 다시 정확하게 설명해주셨고, 오래지 않아 교실을 나가셨다.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셨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2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엉터리 선생님이었거든.” 하는 선생님의 그 음성은 내 마음에 깊이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p. 205~206_ “이제 고3이 되는데, 상담 좀 부탁드릴게요. 만나보시면 압니다.”
몇 년 전 어느 날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분이 아들 상담을 부탁하느라 아들을 데리고 오셨다. 자그마한 키에 눈이 예쁘고 잘생긴 남학생이었는데 술과 담배, 여자 친구에 빠져 있는 전형적인 10대 학생이었다. 손등에는 상처가 있었는데 수많은 패싸움의 흔적이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이 학생에게 이야기했다.
“네가 살면서 알아야 될 예의가 몇 가지 있어. 아주 중요한 거야. 첫 번째는 술에 대한 건데, 어른이랑 술을 마실 때는 고개를 돌리고 잔을 들이키는 거야. 이게 술에 대한 예의야. 두 번째는 담배인데, 담배를 피울 때는 세 가지 중요한 예의가 있어. 첫 번째로 담배를 태울 때는 숨어서 피워야 돼. 이게 담배에 대한 첫 번째 예의야. 두 번째는 담배를 태울 때 고개를 돌리고 담배연기를 내뿜는 거야. 이게 담배에 대한 두 번째 예의야.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담배를 피우다가 어른에게 발각되었을 때, ‘죄송합니다.’ 하고 이야기하면 돼. 이게 담배에 대한 세 번째 예의야. 이것만 지키면 너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얻게 될 거야.”
학생의 눈빛이 점점 반짝이기 시작했다.
모든 인생마다 기회는 다르다. 어디에 태어날지, 어떤 부모를 통해 태어날지,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시대적 변화에 따라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지가 정해진다. 인생에 교과서처럼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모든 사람들은 그 길로 가려고 애를 쓸 것이다. 하지만 삶은 매우 다양한 길이 있고 방향이 있다. 그러므로 삶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부모와 교사일수록 성공적인 인생을 창조할 수 있는 자녀를 인도하기가 쉬워진다. 나는 교육의 일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너는 내가 만난 학생 중에 가장 멋진 학생이야. 그리고 네가 와줘서 정말 좋다. 네가 몰라서 그렇지, 사실이야.”
어떤 학생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어떤 아이는 아니라고 발뺌을 하기도 하지만 나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고, 마음으로 받은 아이들은 빠른 성장을 보여주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