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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사다

희망을 사다

천년의 시-1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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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92g | 128*188*9mm
ISBN13 9788960214545
ISBN10 89602145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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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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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어르신이
오피스텔을 사셨다
두 달여 동안 사시겠다 안 사시겠다를
반복하시더니 최종 마나님
결재가 났다고 하신다
그동안 안방에만 계시던
할머니가 부축을 받으시며 사무실에 나오셨다
어르신이 80대 중반의 부인 이름으로 사주시는
계약 현장을 보시려고 안방마님이 직접 나오셨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입가에 연신 웃음이 맺힌다
마님의 미소가 창가에 비치는 유월 햇살을 타고
푸른 매실처럼 퍼져나간다
입속에 맴도는
‘그 연세에 오피스텔은 사셔서 뭐 하시려고 하십니까?’
라는 말은 결국 하지 못했다
나는 꿈을 팔고
할머니는 희망을 사셨다
--- 「희망을 사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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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권 시인의 시편들은 고졸하다. 자연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순간적 감응으로서의 깨달음이 직핍하게 와닿은 시정이 돌올하다. 구체적 생활 경험에서 얻어낸 소소한 느낌과 지혜도 꾸김없이 진솔하다. 강의 하류처럼 높낮음 없이 흐르는 지고지순한 서정의 세계가 온정의 손길이 되어 읽는 이의 마음을 순화시킨다.

전통 서정의 문법을 올곧게 승계하고 있는 시편들은 군더더기가 없이 단아하다. ‘일물일어설’에 부합하듯 꼭 필요한 언어만을 선택하여 유효적절하게 배열한 시편들은, 말의 과장이 심하고 장광설과 요설로 핵심을 흐리는 요즘의 시단 풍토에서 여러모로 귀감이 된다.

“이름만 똥풀이지/ 진짜 곱구나/ 똥도/ 애기 똥이면/ 이리도 이쁘다더냐/ 하기야/ 똥이 얼마나 좋으면/ 맛있는 봄배추를/ 봄똥이라고 하지 않더냐/ 여자들 몹시 갖고 싶어하는 것도 똥,/ 루이비똥 아니냐”(「애기똥풀」 전문) 동시풍의 이 단아한 시는 언어유희가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시대에 대한 은근한 풍자도 들어있다. 시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시다.
- 이재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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