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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들의 등에서 저녁은 온다

떠난 것들의 등에서 저녁은 온다

시작시인선-030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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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217g | 128*188*9mm
ISBN13 9788960214538
ISBN10 896021453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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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그늘은 울기 좋은 곳이다

매미 울음 받아내기 위해
느티나무는 그늘을 펼치는 것이다
깊이 꺼내 우는 울음
다 받아주는 이 있어
그래도 매미 속은 환해지겠다
느티나무 발등 흥건하도록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전생을 쏟아야 하는 슬픔인 것이다
어깨가 넓은 느티나무 그늘은
울기 참 좋은 곳이어서
언뜻언뜻 하늘도 눈가를 훔친다
느티나무도 덩달아 글썽해져서
일부러 먼 산에 시선을 매어두고 있다
저녁 산이 붉어지는 까닭이다

느티나무 어깨에 기대어
울음 송두리째 꺼내 놓고 나면
매미 허물처럼 가벼워질까
사랑, 그 울음이 빠져나간 몸은
한 벌 허물에 불과할 테니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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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의 시는 세상을 열어 보이는 큰 문이다. 그녀는 시를 통해 삶 밖의 삶을 사는, 젖은 그늘의 모습을 아프게 보여 준다. 그것도 시적 은유의 노련한 묘사로 현미경을 대며 우리의 부실한 온정의 매정함까지 보여 준다. 그녀는 무르고 허물어지는 인간의 마지막 자존을 따뜻한 시선으로 열어 독자를 사유케 한다. 모두가 스쳐 지나가는 사회의 그늘을 시인의 눈으로 그리는 언어의 그림은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급기야 비밀도 여자도 다 열어 보이는 인간의 마지막 내부 표정(「어머니를 씻기며」)은 섬찟하기도 하다. 유은희의 시가 물오른 대추나무처럼 단단하면서 싱그럽다.
시다운 시를 여기서 본다.
- 신달자 (시인)
시집의 키워드는 ‘청산도’이다. 청산도는 삶과 시편들의 자궁이고 배경이면서 돌아가 여생을 마치고 싶은 이상지理想地이기도 하다.
경험 현실을 재구성한 그녀 시편들에는 간난한 가족 서사와 함께 곤궁하게 나날의 일상을 연명해 왔던 이웃들의 가난과 고통과 슬픔이 곳곳에 부비트랩처럼 매설되어 있어 읽으면서 울컥, 감정을 돋게 하고 자주 눈가를 문지르게 한다.
이번 시집은 리얼리즘의 기율에 충실한 낱개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두꺼운 연대기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무방하다. 또한 사물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치환되는 신화적 상상력은 시인의 세계와 대상에 대한 지극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독자들은 시인의 시편들을 읽으며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자신의 것으로 읽는 감동을 맛보게 될 것이다.
- 이재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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