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이저 헤드」는 AFI에서 출연진과 스태프를 대상으로 비공식 시사회를 열었다. “데이비드가 우리에게 처음으로 영화를 보여줬을 때, 영화는 한없이 계속되는 것 같았어요.” 1시간 50분 동안 상영된 영화의 시사회에 대한 스튜어트의 회상이다. “나중에 데이비드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군요. 나는 ‘데이비드, 이건 치통 같아요. 너무 고통스러워요.’라고 말했죠. 상영 내내 앉아있는 게 고역이었어요.” 린치는 제작에 참여한 핵심 인물들이 어쩔 수 없이 털어놔야만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아직 영화를 가위질할 마음의 준비는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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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맨의 메이크업은 내가 직접 맡을 예정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런던에 도착한 후로 기이한 일들이 많이 생겼어요. 우리가 살던 웸블리의 집에는 내가 글리세린과 베이비파우더, 라텍스 고무와 다른 재료들을 써서 메이크업 작업을 하는 차고가 있었어요. 우리는 사방에 자그마한 장식품들이 놓인 진정한 영국식 소형 주택에 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식당을 가로지르다가 갑자기 데자뷔를 봤어요. 데자뷔는 보통은 “어라, 이 광경은 전에 본 거야.”라고 느끼는 거지만, 그때 내가 미끄러져 들어간 데자뷔는 미래를 보여줬어요! 그걸 본 뒤에 혼잣말했죠. “엘리펀트 맨 메이크업은 실패하겠군.” 실패하는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봤으니까요. 나는 미래를 본 거예요. 우리는 미래에 가볼 수 있어요. 쉬운 일은 아니에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죠.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그 시점에 나는 이미 메이크업을 상당히 진척시킨 상태였어요. 하지만 존 허트에게 그걸 씌웠을 때, 그는 그걸 쓴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가 말했죠. “고생 정말로 많이 한 거 알아요, 데이비드.”
-164쪽
앨런 스플렛은 「블루 벨벳」에 쓰일 독창적인 음향을 창조하기 위해 린치와 작업했다. 도로시와 제프리가 사랑을 나눌 때, 우리는 불길이 펄럭거리며 타오르는 소리로 변해가는 신음하는 포효를 듣는다. 프랭크 부스가 분노를 터뜨릴 때는 금속성의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가 부패하는 인간의 귀 내부로 여행을 나설 때는 음산한 바람 소리가 깊어지면서 확장되는 것 같다. “이미지와 사운드를 결합시키는 데이비드의 솜씨는 놀라운 수준입니다.” 엘름스는 말했다. “카일이 구타를 당한 이튿날 아침에 깨어나는 신이 있습니다. 관객이 보는 첫 이미지는 물웅덩이에 놓인 그의 얼굴 클로즈업이죠. 관객의 눈에 보이는 것은 흙과 물이 전부고, 관객의 귀에는 기묘하고도 반복적인 소리가 들립니다. 관객은 거기가 어디인지 감도 잡지 못하죠. 그러다가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 그가 벌목장에 있다는 게 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리는 스프링클러가 계속 나뭇더미를 적시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 사운드는 황홀할 정도죠. 그게 새소리였다면 관객들은 아무 느낌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설명이 되지 않는 기계적인 사운드에는 그 장면을 특별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순전히 감각적인 바탕에서 여러 요소를 한데 어우르는 방식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는 사운드와 이미지가 서로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 때까지 그것들을 갖고 노는 법을 잘 압니다.”
-216~217쪽
(「블루 벨벳」의) 시사회가 끝난 뒤에 릭이 카폰으로 전화를 걸었어요. 그들은 고함을 쳐댔죠. “제기랄, 끝내줘요, 데이비드, 정말로 끝내줘요!” 그런 후에 로라의 어머니가 친구와 함께 집에 왔어요. 두 사람은 식당에 앉아 있었는데, 별말이 없었어요. 걱정스러울 정도로 말이 없었죠. 이튿날 아침에 디노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를 받은 그에게 물었죠. “안녕하세요, 디노, 어떻게 됐나요?” 그가 말했어요. “래리 바꿔줄게.” 래리는 배급 책임자였어요. 그가 말하더군요. “데이비드, 이런 말을 해서 유감인데요, 내가 겪어본 중에 최악의 시사회였을 거예요.” 나는 말했죠. “장난치지 말아요! 릭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끝내줬다고 했어요.” 그가 말했어요. “끝내주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제출한 카드를 당신이 직접 읽어봐야 해요. 영화에서 제일 마음에 든 게 뭐였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개 스파키’나 ‘끝났다는 자막’ 같은 것들을 썼어요.” 그래서 릭하고 나는 디노를 만나러 갔는데, 그는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그가 말했어요. “이건 특정한 사람들에게는 안 맞는 영화야. 하지만 결국에는 다들 괜찮을 거야.”
-237쪽
“다들 알고는 있지만 자주 살펴보지는 않은 일들이 있습니다.” 트윈 픽스의 보안관 프랭크 트루먼을 연기한 로버트 포스터는 말했다. “어떤 것들은 영원하다는 걸 다들 압니다. 그런데 이름이나 집은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별들도 그렇지 않죠. 그래도 우리는 세상에는 영원한 것들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압니다.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와 관련이 있죠. 데이비드가 무슨 일을 하건, 그건 무척 고차원적인 작업입니다. 그는 영원으로 가는 관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인간의 내면에 있는, 영원과 이어지는 접점을 찾아내라고 우리에게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고립된 원자들이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의 작품은 영원과 이어지는 접점을 이해할 때, 우리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각각의 개인은 상황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데, 우리 중에서 충분히 많은 사람이 똑같이 긍정적인 방향을 향해 상황을 끌고 가면, 그와 같은 방향으로 인류 전체를 데려가는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 겁니다. 그는 관객들을 선한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4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