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인의 허영심은 전에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다비드에 의해서 어루만져졌듯이, 이 여인에 의해 어루만져졌다.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계속해서 그가 자리한 상상적인 토대를 치켜올려 주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분노한 그의 적들이나 친구들 모두가 그의 야망에 가득 찬 믿음들을 떠받쳐 주었기 때문에 그는 신기루의 세계를 걷고 있었다. 젊은이의 상상력은 그러한 찬사나 생각에 너무도 자연스레 동조하기 마련이어서,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미모의 청년에게는 모두들 앞다투어 도와주려 하기 때문에, 그러한 위세를 흐트려 놓자면 쓰디쓰고 차가운 교훈이 여러 차례 필요한 법이다. --- p.136
“싼값에 위대한 인물이 될 수는 없어요.” 다르테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재는 자기의 작품에 눈물을 뿌립니다. 재주란 모든 존재들처럼 병에 약한 유년기가 있는 정신적인 피조물입니다. 자연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피조물을 앗아가듯이 사회도 불완전한 재주를 배척합니다. 사람들 위에 오르고자 하는 자는 투쟁에 대비해야 하며, 어떤 난관 앞에서도 물러서지 말아야 합니다. 위대한 작가란 죽지 않는 순교자인 것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당신의 이마에는 천재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다르테즈는 뤼시앙에게 감싸는 듯한 시선을 던지면서 말했다. “만약 당신이 마음속에 의지와 천사의 인내를 갖고 있지 않다면, 또한 거북이들이 어떤 고장에 있든지 그들의 대양으로 가는 길을 찾아가듯이, 기구한 운명 때문에 당신이 목표에서 아무리 멀리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추구하는 무한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다면, 오늘부터 포기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형벌을 각오하고 있습니까?” 뤼시앙이 말했다. “모든 종류의 시련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의 중상, 배반, 부당성, 장사꾼들의 염치없음, 잔꾀, 극성스러움 등을 말입니다.” 청년은 체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의 작품이 좋다면, 처음 실패가 무슨 중요성이 있겠어요…” --- pp.237-238
이 아홉 사람은 한 서클을 이루었는데, 거기에서는 존경과 우정이 있어 가장 상반되는 사상과 교리들 간에도 평화가 유지되었다. ... 모두들 다투지 않고 논쟁하였다. 그들은 자기 자신이 청중이었기 때문에 허영심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작업을 서로 알려주었고, 멋진 청춘의 성의로 서로 상의하였다. 어떤 진지한 일이 문제될 때는, 반대자는 자기 의견을 버리고 친구의 사상으로 들어갔다. ... 우리의 좌절된 희망, 우리의 유산된 재능, 이루지 못한 성공, 상처받은 자부심의 그 끔찍한 보물인 질투를 그들은 몰랐다. ... 그들의 이마는 시적인 넉넉함으로 진가를 나타내고 있었다. 생기있고 반짝이는 그들의 눈은 오점 없는 생활을 증언했다. 빈곤의 고통도, 그것이 느껴지면 모두들 무척이나 유쾌하게 견디고 받아들였으므로, 아직 심각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은 젊은이들 얼굴 특유의 청명성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았다. 잘 견디지 못한 빈곤이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려는 욕심, 또 문인들이 배반당하거나 용서할 때 보이는 그런 손쉬운 영합 등이 유도하는 어떤 비열한 타협에 의해서도 왜소해지지 않은 그런 얼굴들이었다. ... 한 사람의 적은 모두의 적이었고, 그들은 마음의 성스런 연대감에 따르기 위해 자기들의 가장 긴박한 이익도 깨뜨려버렸다. ... 학문이나 지성의 영역에 대해 무엇이든 생각할 수 있었고, 무엇이든 서로 말할 수 있었다. 서로 이해한다는 확신에서 그들의 정신은 편안하게 배회했다. --- pp.246-247
이봐요 딱한 사람. 나도 당신처럼 가슴에 환상을 가득 담고, 예술에 대한 사랑에 밀리고, 영광으로의 거역할 수 없는 충동에 실려 여기에 와, 직업의 현실, 서점의 어려움, 궁핍의 확실성을 발견했어요. 이제는 억눌러졌지만 처음에는 흥분되고 격앙되어 세상의 메커니즘을 보지 못했어요. 그걸 보아야 했고, 모든 톱니바퀴에 부딪쳐, 축에 박아보고, 기름에 몸을 더럽혀보고, 쇠사슬과 핸들의 덜걱거리는 소리를 들었어야 했지요. 당신도 나처럼 알게 되겠지만, 꿈꾸던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 뒤에는 인간과 정념과 궁핍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작품 대 작품, 인간 대 인간, 파당 대 파당의 끔찍한 싸움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야 할 것이고, 그 싸움에서는 자기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체계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이런 비열한 싸움은 영혼에게 환멸을 느끼게 하고, 마음을 타락시키고, 아무런 쓸데없이 피곤하게 합니다.
---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