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및 부동산업은 막대한 비용과 인력, 시간이 투자되는 한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그래서 관련 산업, 이를테면 시멘트·제철·에너지와 운송산업 등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거시경제의 생산지수와 고용지수를 좌우하며, 미시경제의 소비자물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조사와 수요자 조사, 자금의 조달과 운용에 대하여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근거를 가지고 생산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과거 한 시절에나 통했던 획일적이고 일방적이며, 비상품적이고 비사업적인 공급방식이 정책과 생산, 유통 전과정에 그대로 남아 있다.
10년 전의 분양판매 과정과 절차는 그대로 모델하우스에서 반복되고 있고, 팔다 안 되면 컨설팅을 하고, 중개업체에 물건을 내놓고 팔리지 않아도 가격은 높게 불러놓고 프리미엄이라는 명목 등으로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하다. 고객은 전혀 없다. 오직 나만 있을 뿐이고, 나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마케팅이란 과잉된 시장에서도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내고, 내 것을 강요하다시피 포장하여 먼저 팔아치우는 재주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욕구, 동종 유사업체들의 생산규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보다 재빠르게 로비하여 많은 돈을 융자받아 부동산상품만 지어댔다. 결국 부동산상품은 팔리지 않고, 빚은 빚대로 산더미같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것이 현재의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현실이다. 변하자고 생존하자고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들을 부동산상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업이나 유통업체들은 아직도 고수하고 있다.
토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보유과세가 엄청나게 나온다. 그렇다고 매각하려고 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으므로, 결국 소비자와 관계없이 무조건 개발만 하게 되는 것이다. 개발부담금과 법인세만 내면 되니까 개발해서 남으면 이익이고,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최소한 본전은 뽑게 된다. 정부는 과밀부담금이다 교통영향평가다 해서 문제해결을 위해 문제를 만들어 놓고, 허가를 받아라 심의를 받아라 한다. 이는 순전히 정부의 이해에 달린 문제일 뿐 그들의 고객인 국민들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규제와 절차가 많으므로 시간과 비용은 늘어나게 되고, 결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부동산 거품은 바로 이러한 정책규제에서 출발하여 비생산적 조직인 정부 관료집단을 확대시키고 기업조직을 팽창시키면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된 거품은 최종소비자인 국민에게로 전가된다. 정부에도 생산업체에도 유통업체에도 컨설팅업체에도 고객은 없었고, 오직 자신들만 있었을 뿐이다.
마케팅이란 자본주의 이전에 진정한 민주주의적 제도와 사고방식 속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제도에서는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므로 어제와는 다른 생산적인 변화가 무한히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부와 기업이 관료화되어 생산분야·고객·서비스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이득만을 추구하고 있다. 부동산은 한 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시대, 그 민족의 문화이자, 대대손손 물려받을 역사적 유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모두에게 득이 되는 상품의 개발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고객화된 실천적 의식과 행동으로서 관련된 전부문의 마케팅 체질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습관, 의식은 오늘날에는 적합하지 않은 '버려야 할 것'들이다. 그것을 버리는 것이 사는 길이고, 마케팅이 사작되는 길이다.
본서는 위에서 밝힌 문제인식에서 바람직한 변화와 그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에서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감히 내놓게 된 것이다. 따라서 미흡하고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여러 선배 전문가, 동종업계 종사자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린다. 더불어 본서의 보완점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여, 고객과 공급자, 정책자 모두가 득이 되는 이상적인 마케팅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하나의 작은 계기가 되기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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