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해. ‘남의 염병이 내 고뿔(감기)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지만, 길을 묻는 여행자에게 도움을 주거나 할머니에게 버스 자리를 양보하고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인간의 또 다른 속성이야. 어떤 속성을 키우는 사회가 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렸어. 완전한 사회를 이룰 수는 없어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름다운 일이지.
그래서 이 법은 천사와 악마의 중간에 서 있는 인간이 천사 쪽으로 다가가기 위한 시도 같은 것이기도 해. 또 공리주의적으로도 효용이 있고. 내가 위험할 때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테니까.”
--- p.26, 27, 「착한 사마리아인 법」중에서
“불평등한 세상의 바탕에는 이기심이 깔려 있어. 여성의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마음속에는 남성만 편안함을 누리려는 생각이 있는 셈이야. 이런 사회에서는 아주 쉽게 약자를 폭력적으로 대하게 돼. 그런데 여성과 소수자 등 약자에 대한 폭력이 만연한 사회가 행복하고 안정된 사회가 될 수 있을까?”
--- p.38, 「젠더」중에서
“인류 공인 악마인 네로, 동탁, 히틀러도 아기 때가 있었겠지. 갓 태어난 히틀러, 한 살의 네로, 두 살의 동탁 얼굴을 상상해 봐. 그 얼굴에서 선과 악을 찾아내긴 어려워. 그렇다면 “히틀러도 아기 때는 착했을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착했다, 아니다’의 답을 요구하는 게 아냐. “어떻게 해야 제2의 히틀러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묻고 있는 것이지.“
--- p.50, 「성선설과 성악설」중에서
”영화 속 공무원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보여. 돈을 넣으면 음료가 나오는 자판기처럼 그들에게 ‘서류’와 ‘규정’을 넣으면 ‘결재’가 나오지. 이처럼 형식과 절차에 얽매이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 ‘레드 테이프 현상’이야. 17세기 영국에서 생겨난 용어인데 영국의 관료제도와 행정편의주의를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되는 말이야.“
--- p.77, 「레드 테이프 현상」중에서
“인류는 몇몇 사람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다가 소중한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마침내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어. 누구에게든 우주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야. 아직까지는 모든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오진 않았지만, 지구 전체의 인권을 무게로 잰다면 지난 한 세기만에 수백수천 배 무거워졌을 거야.”
--- p.93, 「인권」중에서
“국가나 기업이 나에 대해 많이 알수록 내가 안전하고 편리할 수도 있지만, 내 삶이 내 것이 아니게 될 수도 있어. 나에게 변비가 있다거나 내 수학 성적이 낮다거나 내가 야동을 자주 본다는 것은 남이 몰라야 살맛이 나거든. 그래야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고 내 삶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으니까. 내 사생활은 완벽하게 내 것이며 이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 권리에 속해. 스마트폰, CCTV, 블랙박스, 이메일, SNS, 신용카드 등 현대판 판옵티콘이 넘쳐나는 세상이야.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 삶을 사기도박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
--- p.104, 「판옵티콘」중에서
”‘공유지’는 ‘공유자원’에 속하는데 이는 경합성(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경쟁적 성격이 있음)은 있지만 배제성(주인이 없음)이 없는 재화를 말해. 바다 속의 물고기가 대표적이야. 누구나 잡을 수 있지만 총량이 정해져 있어서 다른 사람이 잡기 전에 내가 먼저 잡는 게 이익이지. 이러다가 우리 나라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거야.“
--- p.118, 「공유지의 비극」중에서
”인간소외는 ‘인간이 만든 것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인간이 그것들을 위해 존재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무조건 빠른 것만 좋아하는 ‘속도 숭배’, 나 이외의 다른 생명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는 ‘생명 경시’,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성적 지상주의’,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인종 차별’ 등도 크게 보면 인간 소외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어.“
--- p.137, 「인간소외」중에서
”뒤르켐이 가장 강조한 것은 ‘아노미적 자살’이야. 이기적 자살은 언제나 있는 것이고, 이타적 자살이나 숙명적 자살은 특정한 집단이나 조직에서만 나타나지만, 아노미적 자살은 사회가 병들어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았기 때문이야. 즉 전통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변하는 와중에 규범이나 도덕이 자리잡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므로 사회는 새로운 규범을 정립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어.“
--- p.167, 「뒤르켐의 자살론」중에서
“위험하고 더럽고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해.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야. 님비현상이 있는 사회는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밝힐 수 있는 사회, 즉 민주화된 사회라고도 볼 수 있어. 그래서 님비현상을 ‘지역 이기주의’나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여. 이기주의는 ‘남의 행복을 빼앗아서라도 내 행복을 키우겠다’는 부정적 행위를 뜻하기 때문이야. 님비현상은 ‘집단 반대’로 부르는 게 옳아.”
--- p.188, 「님비」중에서
“소설 속 화자가 삼종지도(三從之道)는 여자에게는 굴종을, 남자에게는 과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 삼종지도란, 여자는 어릴 때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하면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야. 2000년 전쯤에 지은 유교의 어느 경전에 나오는 내용이라고 해. 그런데 신기한 건, 아직까지도 은근하게 삼종지도를 기본 덕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분명히 잘못된 질서인데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수천 년 이상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 사회구성원의 비판과 반성이 부족해서야.”
--- p.202, 「삼강오륜」중에서
“인도인은 카레라이스를 손으로 먹어. 그들은 아무리 설거지를 깨끗이 해도 다른 사람의 타액이 묻었던 포크나 젓가락보다는 자신의 씻은 손이 더 깨끗하다고 생각하거든. 이런 사실을 잘 모르면서 ‘얼마나 가난하면 숟가락도 못 살까?’ 하는 생각은 천박한 것이고, ‘식사 도구를 만들 만한 문명이 없었군’ 하고 생각한다면 인도가 4대 문명발상지의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무식의 소치야.”
--- p.226, 「문화 상대주의, 문화 절대주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