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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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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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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4.9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5.8만자, 약 5.1만 단어, A4 약 99쪽?
ISBN13 978896647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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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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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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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백선로드
백선로드 (더로드&백선)

더로드와 백선이 만나 백선로드라는 이름으로
신영미디어와 로망띠끄, 별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활동 중.

“인생은 나이로 늙는 것이 아니라 이상의 결핍으로 늙는다.
세월은 피부에 주름을 보태지만 열정을 잃으면 영혼에 주름이 진다.”
- 사무엘 올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중요성,
마음을 위한 몸, 몸을 위한 마음.
포기하며 세상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꿈꾸며 세상과 타협하기를 바람.
앞으로도 100퍼센트의 열정으로 작품에 임하고 싶음.

출간작
『아름다운 태왕 을불』,『커피 그리고 설탕 한 스푼』,『남편의 유혹』,『셰리』 외 다수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 정말 잘 살아야겠어요. 봤죠? 나 걱정하는 우리 가족들.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를 만난 걸 행운으로 알고 잘하세요.”
그 말에 강희가 윤수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눈을 내려다봤다. 그리고는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윤수의 눈이 알사탕처럼 커졌다. ‘갑자기 뭐 하는 짓이에요!’라는 말을 꺼내기 위해 입이 벌어졌지만, 윤경이 한 발 빨랐다. 덜컥, 소리를 내며 윤경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윤수만큼이나 놀랐던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아, 저기…… 화, 화장실 좀 잠깐…….”
윤경은 말까지 더듬으며 도망가다시피 사라졌다.
넓은 테이블에 둘만 덜렁 남겨졌다. 윤수는 그에게서 몸을 최대한 멀리 떨어트렸다.
“언니 앞에서 뭐 하는 짓이에요? 언니가 놀랐잖아요!”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여자에게 잘하라고 해서 그런 것뿐인데, 뭐가 잘못됐나?”
“키……스가 잘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키스는 모든 애정표현의 기본이야.”
윤수는 손사래를 치며 대화를 중단시켰다.
“됐고요. 앞으로 가족 앞에서 이런 짓은 자제해주세요. 한국은 아직 유교사상이 남아 있어서 남들 앞에서는 스킨십을 조심해야 한다고요.”
“글쎄, 난 한국에서 자라질 않아서 그러질 못하겠는데.”
윤수는 고집스런 그의 대답에 두 손을 들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가족 앞에서는 자제 좀 해주세요.”
“우습군.”
“네?”
“그대가 지금 가족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건, 우리 둘의 다정한 모습 아닌가?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면서 왜 내가 다가가면 도망가려는 거지? 연기를 하려거든 제대로 해.”
생각지도 못한 날카로운 지적에 윤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희는 느긋하게 찻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를 빼곤 다들 이 결혼에 불만이 많아 보이던데…… 사랑 받고 자란 여자가 타국에서 날아온 남자의 갑작스런 청혼에 동의한 데엔 이유가 존재하겠지. 누군가에게 상처 입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백강희 씨…….”
“감추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이유는 묻지 않겠어. 그리고 당신 연극에 협조할 의사도 있고. 도망치고 싶어서 날 선택한 거라면 기꺼이 도피처가 되어주지. 얼마든지 이용해.”
“그 말…… 진심인가요?”
그는 차를 들이켠 후 맛을 음미했다. 야경을 바라보는가 싶더니 그는 다시 윤수의 얼굴로 시선을 모았다.
“어떤 이유로, 왜, 무슨 목적 때문에 날 선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바뀌지 않는 현실은 내가 당신을, 그대가 나를 원한다는 사실이거든. 한 가지만 약속한다면…… 당신 과거가 설령 시궁창에 처박힐 만한 것이라 하더라도 난 웃으면서 넘겨줄 수 있어.”
“한 가지 약속이요……?”
“배신. 날 배신하지 마. 만약 날 배신한다면 당신은 물론 당신 가족들까지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거…… 그것만 인지하고 약속할 수 있다면 난 당신의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할 거야.”
그의 말엔 형언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그것을 느낀 윤수는 그의 말을 나직이 중얼거렸다.
“배신…….”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응시했다. 윤수는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빨리 대답해.
윤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어디 무서워서 살겠어요? 배신하면 날 죽일 기세네요.”
“그대하기 나름이지. 평생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난 온순한 양처럼 그대에게 최선을 다할 테니까 무서울 일은 없을 거야.”
“누구한테 배신당한 일이라도 있었어요?”
단순한 질문이었는데 그의 얼굴이 얼음조각처럼 차갑게 변했다. 그는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것 같은 날선 목소리로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이 내 등에 칼을 꽂는 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거든.”
한기를 느낀 윤수는 일순 몸을 떨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알았어요……. 그런 일…… 절대 만들지 않을게요. 이제 됐나요?”
그녀의 대답에 강희의 굳었던 얼굴이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로 되돌아왔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다시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고 보니 당신과 언니, 전혀 닮지 않았더군.”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생긴 것만 보면 가족이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야. 하지만 성격이 닮았어. 그대만큼은 아니지만 약한 듯 보이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다하는 재밌는 성격, 아주 비슷해.”
닮았다는 그의 말에 윤수는 안도하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자매니까……. 하나밖에 없는 언니니까요.”
어두운 조명 사이로 오성과 정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정숙의 얼굴은 한결 나아 보였다. 오성은 자리에 앉으며 윤수에게 윤경의 부재를 물었다.
“윤경이는?”
“화장실 갔어요. 제가 가서 데려 올게요.”
윤수가 일어나서 나가자 오성은 그 틈을 타 강희에게 자신의 뜻을 전했다.
“집사람하고 의논한 결과 월요일 저녁으로 하기로 했네. 가까운 친지들 좀 모시고 호텔 레스토랑을 빌려서 할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저희 부모님께서는 중요한 업무가 잡혀 있기 때문에 그날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대신 다음 주 주말에 두 분을 따로 찾아뵙는다 했으니 이점은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걱정 말게. 안 그래도 형님이랑 어제 통화했는데 다음 주 주말쯤 식을 잡으라고 하시더라고. 그 전에는 시간이 안 난다고 말이야.”
“비록 약혼식은 급하게 치르지만 결혼식은 시간을 두고 부족함 없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말만으로도 고맙네. 여보, 당신도 할 말 있다며?”
오성이 아내의 팔뚝을 슬며시 치자 정숙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깐 나도 모르게 흥분했네요. 윤수가 아직 결혼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해서 내가 걱정이 많아요. 지금도 믿어지지 않고, 섭섭한 마음뿐이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딸 부족하지만 잘 좀 부탁할게요.”
“어머님의 그런 마음 십분 이해합니다. 처음 보는 남자가 딸을 데려가겠다니 많이 놀라셨겠지요.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윤수는 앞으로 제 약혼녀로서, 제 아내로서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지낼 겁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던 걸까? 정숙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그녀는 오성이 내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젖은 목소리로 무안함을 나타냈다.
“식장에서 흘려야 할 눈물이 주책없이 여기서 나오네……. 못 본 걸로 해줘요.”
“당신도 참…….”
오성의 타박에도 정숙은 쉽게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얼마 있지 않아 윤수와 윤경이 돌아왔다. 둘 다 눈이 시뻘건 게, 울다 온 것이 틀림없었다. 정숙과 윤경, 윤수는 서로 눈치만 보며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강희는 그런 세 사람을 흘끔 훑어본 뒤 오성에게 제안했다.
“아무래도 여자들끼리 할 말이 있는 것 같군요. 아버님만 괜찮으시다면 약혼식 얘기는 제가 묵고 있는 방으로 가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성은 차라리 잘됐다는 듯 냉큼 일어섰다.
“좋네. 어차피 굵직한 얘기는 자네와 내가 정할 거니 둘이 조용히 얘기하세나.”
강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윤수의 어깨를 두어 번 톡톡 두드린 뒤 짧은 인사와 함께 그곳을 벗어났다.
남겨진 세 사람.
아롱거리는 촛불과 어두운 조명이 세 사람 사이에 있는 동그란 테이블을 넘나들 때였다. 윤수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엄마…… 화는 풀렸어?”
정숙은 앞에 있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몰라! 나쁜 기집애 같으니라고. 내가 저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효도도 안 하고 그 먼 나라로 시집을 가겠다는 건지…….”
“미안해, 엄마…….”
정숙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윤경은 정숙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위로하려 애썼다.
“엄마, 그만 마음 푸세요. 그래야 윤수도 편히 떠나죠.”
정숙은 윤경의 손을 팍 쳐냈다.
“넌 네 동생이 멀리 떠난다는데 그런 속 편한 소리가 나오니? 원래대로라면 그 자리엔 네가…….”
“엄마! 그만 좀 해! 왜 자꾸 언니한테 화살을 돌려? 그 남자를 만나게 된 건 내 운명이야. 나하고 그 사람이 좋아서 결정한 거라고!”
참다못한 윤수가 언성을 높이자 윤경이 막아섰다.
“윤수야! 엄마가 속상해서 그런 건데 너까지 왜 이래? 너도 마음 틀어지면 아무 말이나 막 하잖니. 하물며 매일 매일 얼굴 보던 사람이 먼 곳으로 간다는데, 엄마 마음이 어떻겠니?”
윤경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윤수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언니는 바보야? 엄마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 잘 알면서……. 나 대신 떠났어야 한다는 그 말에도 어떻게 이해하라는 말이 나오니?’
윤수는 천천히 손을 내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윤경을 보았다. 이대로 한쪽이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불편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게 분명했다. 윤수는 하는 수 없이 결정을 내려야 했다.
“화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엄마도 이제 화 풀어, 응? 어차피 약혼도 할 거고 결혼도 할 건데, 자꾸 이렇게 인상 쓰고 있을 거야? 이왕 하는 거 웃으면서 해줘. 그래야 나도 거기 가서 귀여움 받어.”
윤수는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정숙의 얼굴을 보려했다. 정숙은 입을 삐죽이며 그녀를 향해 눈을 흘겼다.
“끝까지 언니만 챙기고 나만 나쁜 엄마 만들지? 나쁜 기집애, 엄마 가슴에 구멍 나는 건 보지도 않고.”
윤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숙과 윤경의 사이로 갔다. 그리고 윤경의 손을 잡아 정숙의 손등 위로 살며시 올려놓았다.
“구멍 난 거 너무 잘 보여. 그런데 난 프랑스 갈 거라 그 구멍 못 막아줘. 그러니까 언니한테 막아달라고 해. 나한테 못 받은 효도, 언니한테 다 받어. 그걸로…… 안 될까?”
정숙은 고개를 돌린 채 눈물만 흘렸다. 윤수는 무릎을 꿇고 정숙과 윤경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나 월요일에 약혼식 올리고 그 다음날 떠날 거야. 내년 봄까지 거기서 교육 받고 적응한 다음 결혼식 올릴 거고. 급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잘해낼 자신 있어. 가서 행복하게 잘 살게. 그러니까 엄마, 언니도 내가 걱정 안 할 수 있도록 오순도순 지내줘.”
윤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정숙은 끝까지 눈물만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도 더 이상 화는 내지 않았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원망스런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며 속만 태울 뿐이었다.
부드러운 피아노의 선율만이 어두운 테이블 위를 부드럽게 감싸며 세 사람을 위로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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