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Best Romance of the Year'에 두 차례나 지목되는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지은 책으로 『그들만의 축제』, 『베리디스의 향기』, 『꿈을 꾸는 너에게』, 『꿈의 낙원』, 『꿈의 화원』, 『프로포즈』 등이 있다.
케니는 눈앞이 피리링 돌았다. 이 아찔함의 일부는 갈비뼈 부근의 통증에서 유발되었을도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그야말로 영국 귀족다운 정 떨어지는 말투와 가로등 하나를 무색하게 할 만큼 환한 얼굴을 연결시키느라 머리를 핑핑 돌린 탓이었다. 그가 현기증에 시달리는 동안 엠마는 나름대로 상대의 점수를 매겼다. 현재 세인트 게르투루드 여학교의 책임자인데다, 그 전에는 동교의 교사로 재직했고, 또 그전에는 여섯 살 때부터 동교의 학생으로 재학했던 경험상, 엠마는 사람보는 눈이 빨랐다. 척 보기만 해도 미국 카우보이의 표상과도 같은 이 남자는 필요해 마지않던 그 남자였다. 성격보다 외모가 더 괜찮은 그런 남자.
노릇노릇한 비스킷 색조의 스테이슨 모자가 마치 몸의 일부이고, 그의 머리에서 둥지를 튼 것처럼 편안하게 얹혀진, 밑으로 윤기 흐르는 까만 머리칼이 굽실거렸다. 캐딜락 상표가 찍힌 남색 티셔츠는 잘 발달된 것 이상인 가슴을 보여주었으며, 빛 바랜 청바지는 꽉 조여든 엉덩이와 실팍한 다리에 착 달라붙은 터였다. 카우보이 부츠는 수제화였다. 여간 낡은 게 아니었지만 말거름의 반경내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듯했다. 이목구비로는 쭉 곧은 콧날과 강인한 인상의 광대뼈, 모양 좋은 입술에 하얀 이가 가지런했다. 그리고 저 눈! 히야신스와 제비꽃을 합해놓은 보라빛이었다. 남자가 저런 눈을 하고 있다는건 범죄다.
엠마는 짧지만 예리한 훑어보기를 통해 용모뿐 아니라 성격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는 전부를 파악했다. 구부정한 자세에선 게으름을, 고개의 각도에선 오만함을, 눈꺼풀을 반쯤 내리뜬 진보라색 눈에선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한 색기(色氣)를 읽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