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이프러스를 보면서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좀 더 역동적인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좀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 도전과 열정에 대해 생각했다. 죽음을 뚫고 일어서려는 생명력 있는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진리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아니라 중력을 뿌리치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세상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행복한 세상’은 내가 늘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법치의 세계다.
우리나라도 이제 법치주의의 내실화 과정에 들어갔다. 과거 법의 영역 밖에 있던 쟁점들을 법의 잣대로 재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나의 관심은 늘 법의 지배와 인권보장의 이념이 확산되는 추세에 맞춰져 있다. 나는 관련 법제도의 개선책과 입법적 방향까지 적극 제시하고, 비판보다는 대안별전망을 앞세우는 자세로 글을 써왔다고 자부했다. ---p. 7
문제는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의 숫자가 아니다. 그동안 법조계 내에서나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누가 보더라도 유능하고 정직한 법조인이 과연 정치권에 진입했는지는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법조인 출신이건 아니건 일신의 영달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 공직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이지, 법조인 출신 숫자가 많으니 적으니 하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 -pp. 20-21
여·야 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당직자들이나 보좌진들이 뒤엉켜 싸우며 울부짖고 폭력을 행사하는 생생한 장면을 보면서 한탄하고 비난만 하지 말고,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의회민주주의의 발전과 법치주의의 확립이라는 차원에서 근본적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 무슨 이유에서건 국회의 회의와 의결이 폭력에 의해 방해되고 입법권이 심각하게 제약되는 상황은 이제는 종식되어야 한다. 비슷한 예로, 사법부에서 법정질서가 그와 같은 식으로 침해된다면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p. 44
헌법재판소는 1988년 9월 창설된 이래 20여 년 만에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2010년 11월까지만 보더라도 무려 340건 이상의 위헌결정을 내렸다. 이웃 일본 최고재판소가 120년 동안 20건의 위헌판결을 선고한 것에 비하면 헌법재판소 출범 당시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p. 54
지난 시대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토대로 선진국에 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소득이나 무역규모 등의 가시적인 지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세계에서 존경받는 국격을 갖춘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법치주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간접자본을 튼튼하게 갖추는 일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조는 우리나라 헌정체제 내에서 법치주의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법의 지배를 사회 각 분야에 더욱 확산·삼투 틱쳔객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pp. 69-70
국민의 행복을 좌우하는 민생과 복지가 결국은 법을 통해 제도화되는 선진법치국가를 지향하는 이상, 법의 영역과 법조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우리 법조가 심기일전하여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자세를 더욱 혁신하여 법과 제도를 바로 세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함으로써 국민에게 더욱 봉사하는 모습으로 다가선다면, 국민의 신뢰 속에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법조로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이 우리 법조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세심하게 읽어내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p. 70
향후 사법개혁의 과정은 물론이고 대법원장의 각종 권한 행사과정은 결국 ‘제도’와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 어떤 인사를 대법관이나 법관으로 선발할 것인지, 재판과정을 어떤 방식으로 보다 투명화할 것인지, 재판의 독립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판결문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방안을 추진함에 있어, 사법서비스의 주된 수요자인 변호사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청하는 것만 제대로 한다면 국민의 신뢰 회복으로 가는 첩경이 열릴 수 있다. ---p. 89
상고심제도에 대한 논란도 헌법정신으로 돌아가서 타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헌법 제 102조 제2항 단서에 의하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법원에 대법관 아닌 법관을 둘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헌법규정에 따라 상반되는 양 입장을 절충할 수 있다. 현재의 대법관 수 12명은 그대로 유지하되, 대법관 1인과 대법관 아닌 대법원판사 2인 내지 3인으로 12개의 소부를 구성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이원화 방안이야말로 정책법원형과 권리구제형 사이에서 균형을 꾀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타협방안이라고 생각한다. ---p. 91
법관 수가 3,000명을 바라보는 현재, 법원 내부에서 알아서 적절히 법관평가를 하여 인사 운용을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외부의 시각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이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와 시대정신의 도도한 흐름을 외면하고는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p. 106
국가운영에서 하나의 축을 이루는 형사사법권도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에서 나온 것이므로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이는 중차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양형이야말로 형사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직결되므로, ‘형을 정함에 있어 국민의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실현하기 위하여’(법원조직법 제81조의2 제1항) 법관은 물론이요 검시 및 변호인도 가일층 노력해야 한다. ---p. 154
베이컨Bacon의 “사법은 신선할수록 향기가 높다”는 경구야말로 선거범죄 재판에 적확히 해당되는 말이다. 당선의 효력에 영향이 있는 자에 대한 재판을 최대한 신속히 하여 선거결과를 빨리 안정시키고, 부정선거를 한 자를 공직 수행에서 조기에 배제하여 재선거를 신속히 시행할 수 있게 하며, 신속한 재판을 통하여 부정선거와 선거부패에 대한 일반예방적 효과를 실효성 있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거범죄 재판의 신속한 진행은 반드시 필요하다. ---p. 158
이제 경영판단의 원칙과 배임죄의 관계에 관한 선진법치국가들의 입법례와 실무사례를 면밀히 검토하여 배임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에게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경제활동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는 데 사법의 본령이 있기 때문이다. ---p. 175
‘잠들지 않는 도시the City That Never Sleeps’ 뉴욕의 형사간이법원에서는 1년 365일 24시간 밤낮으로 피의자심문과 보석심사를 하는데, 그 모토가 바로 ‘잠들지 않는 도시에서 정의의 수레바퀴는 계속 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휴일과 야간에도 잠들지 않는 법정’을 보고 싶은 것이다. 사법도 대국민서비스라는 인식 하에서, 잠자고 있는 소액심판절차법 제7조의2를 깨워냄으로써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법원으로 거듭 태어났으면 한다. ---p. 192
그리고 법관으로서의 명예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지원이 충분히 되고 있는지 재점검하여 법관의 적성을 가진 우수한 인재들이 법원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 나아가 좋은 경험을 쌓은 유능한 변호사들을 법관으로 임명하여 국가에 봉사하도록 하는 것은, 법조일원화의 확대와 내실화에 더욱 힘써야 할 사법당국의 몫이다.
---p. 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