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중국이라 불리는 땅이 있다.” 대왕은 내대사 역할에 눈곱만큼의 흥미도 없었던 그리스 망명자들을 가지고 놀고 있음이 분명했어. 참으로 이상한 것은, 페르시아의 귀족들도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거야. 정복할 새로운 세계가 유혹하고 있는데도 페르시아 제국은 이 정도 크기면 족하다는 것이 그들의 견해였지. 그들에겐 항상 호기심이 결핍되어 있었어.
“멀리 떨어진 이 땅에는 강과 도시가 가득하고, 소와 황금이 널려 있다고 한다.” 다리우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있었어. 아마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도 몰랐지. “이 사람들은 누런 피부를 지닌 천신에게서 보호받는 사람들이고, 절대 마르지 않는 황하라는 강의 양안에 살고 있다. 옛날 옛적에는 천신이 보낸 대왕이 이들을 다스렸지만, 그가 죽자 남은 제후들은 서로 싸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게 되었지. 우리가 예전에 그랬듯이 말이다. 결국은 한때 부유했던 단일 왕국이 작고 소란스런 나라들로 쪼개진 불행한 땅이 되고 말았다. 이들에겐 자신들을 보호하고, 생활을 제대로 운영하며, 완벽한 정의를 실현시켜줄 위대한 왕이 필요하다. 동쪽의 인도를 넘어 더 동쪽에 위치한 나라들 중 하나가 이제 우리에게 흙과 물을 바칠 준비를 마쳤다. 우리에게 대사를 파견한 것이다.”
이건 아무리 줄여 말해도, 솔직하지 못한 짓이었지. 환치가 온 것은 무역 때문이었지, 대사직 수행은 아니었거든. 그러나 다리우스는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 그는 자기 휘하의 관심을 끌어내고 싶었던 거야. 자신만은 언제나 잊지 않고 있었던 것, 즉 페르시아의 미래는 동쪽, 그리고 그 너머의 동쪽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키고 싶었던 거지. --- pp.52-53
식사가 끝나고 투박한 깔개에 무릎을 꿇고 앉자, 노자가 도道에 대해 말해주었어. “문자 그대로, 도란 길을 뜻하네. 대로나 좁은 길들 말일세.”
그때 나는 노자의 손이 마치 석고로 빚은 것처럼 가녀리다는 것을 알았어. 그때서야 그가 생각보다 훨씬 나이가 많음을 깨달았지. 알고 보니, 그는 백 살이 넘었다더구나.
내가 물었어. “어디에서 그 길, 곧 당신의 길이 시작하나요?”
“나의 길은 나와 시작하는 걸세. 그러나 나는 길을 갖고 있지 않네. 나는 도의 일부분이네.”
“길과 도는 어떻게 다른데요?”
허는 만족스러운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어. 그러고는 이를 쑤시기 시작했지. 그는 이런 종류의 담론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단다.
“바로 이렇다네. 도는 모든 사물들의 원초적인 집합체일세. 인간이 도를 따르는 첫 번째 단계는 우주의 법칙, 곧 항상성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네.”
“그것은 어떻게 이루는 겁니까?”
“도를 물이라고 생각해보게. 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르네. 그리고 모든 것에 스며들어가지.” --- pp.218-219
공자는 나를 흘깃 옆 눈으로 쳐다보았는데, 나와 어느 정도까지 얘기해도 좋을지 결정을 못 내리는 눈치였어. “글쎄,” 그가 운을 뗐어. “귀신을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이 있었네. 내가 항상 묻는 질문은 딱 한 가지인데, 이들을 항상 놀래키곤 하지. 그 유령이 벗고 있던가? 예외 없이 나오는 대답은 땅 속에 묻을 때 입혔던 옷을 입고 있다는 거야. 지금 우리는 비단과 면, 모직 같은 것들은 무생물이고 영혼도 없음을 잘 알고 있네. 우리는 또한 사람이 죽으면, 사람과 함께 옷 또한 썩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네. 그런데 영혼이 어떻게 그 옷을 다시 입을 수 있단 말인가?”
공자의 의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자신 없는 목소리로 내가 말했어. “영혼이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마 영혼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닐까? 아마도 영혼은 공포에 젖은 사람들 마음속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네. 자네가 태어나기 전에는, 자네는 원초적인 힘의 일부였네.”
“그건 조로아스터의 가르침과 가까운데요.”
“그렇다네. 나도 기억하고 있지.” 그는 아주 건조하게 말했어. 나의 진리의 길로는 결코 그의 관심을 끌 수 없었단다. “죽으면 우리는 태곳적 힘에 다시 합쳐지게 되네. 태어나기 전의 태곳적 힘에 대한 기억이나 의식이 전혀 없고, 일단 죽으면 다시 태곳적 힘에 합쳐지는데, 어떻게 그 짧은 인간이었을 때의 의식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인도에서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어떤 것으로 이 땅에 다시 태어난다고 믿죠.”
“영원히 말인가?”
“아니요. 이 창조의 윤회가 다할 때까지만 계속해서 되돌아온답니다. 유일한 예외는 깨달음을 얻은 자 뿐입니다. 그는 이 창조의 순환이 끝나기 전에, 스스로 촛불이 꺼지듯 꺼질 수 있습니다.”
“일단…… 꺼지면, 어디로 가는 건가?”
“그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공자가 미소를 지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네. 나는 항상 인간의 육체를 살아 움직이게 했던 영혼은 죽음으로 돌아가 원래의 태곳적 힘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었네.”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요? 아니면, 심판을 받나요?”
공자가 어깨를 으쓱했어. “그 무엇이든.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네. 꺼져버린 불꽃을 다시 당길 수는 없다는 걸세. 생명이 활활 타고 있을 때 자네의 씨는 새로운 인간을 만들 수 있네. 그러나 일단 불이 꺼지면, 절대 생명을 되돌릴 수 없네. 친구여, 죽음은 차가운 재일세. 아무런 의식도 남아있지 않지.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에 대한 기억과,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을 기리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네.” --- pp.380-381
일만 이천에 달하는 공화국 병사들의 시체가 말뚝에 박힌 채 바이살리에서 슈라바스티에 이르는 길 양쪽에 세워져 있었어.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 때가 타는 듯한 태양이 내리쬐는 건기였기 때문에, 썩지 않고 저절로 미라가 되어버린 거였지. 숨을 헐떡거리거나 비명이라도 지르는 것처럼 입을 크게 벌린 채 말이야. 마치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았단다. 그렇게 높은 나무 말뚝에 박힌 그들에게 죽음은 분명 서서히 찾아왔을 거야. 그리고 그들은 아주 빈틈없이 거세되어 있었어. 인도인들의 이런 관습에는 이맛살이 절로 찌푸려진단다. 나중에 슈라바스티에 가보니, 앙증맞게 생긴 말린 음낭 주머니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어. 최소한 그때만큼은 사람들이 돈 지갑만큼이나 아주 좋아하는 유행상품이었단다. 숙녀들은 허리띠에 그걸 차고 다녔는데, 일종의 애국심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하더구나. --- pp.390-391
아이스킬로스의 「페르시아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에 대해 아느냐고? 그래, 내가 맨 처음 아테네에 왔을 때 누군가가 읽어주었지.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엉터리야. 우선, 너에게 맹세코 나는 단 한 번도 크세르크세스가 아테네인들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단다. 물론 다른 그리스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그는 절대로 아테네인들을 가리켜, 용감하다느니, 용맹스럽다느니 하는 말을 한 적이 없어. 그리고 그 터무니없는 대사가 뭐였더라? ‘슬픈 눈으로 잔인하면서도 용감한 행위를 지켜보았다’였던가? 내가 웃음을 금치 못했던 그 대사를 다시 읽어주겠니? 그래. 그거야. ‘비참한 운명 때문에, 나는 조국을 쳐부수고 망가뜨리기 위해 태어났도다.’
실제로 크세르크세스는 조국을 망하게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자신이 아버지의 유산을 아주 잘 유지했다고 생각했단다. 그는 그리스인들에게 한 수 가르쳐주기를 원했고, 그렇게 했지. 그가 오직 불평한 것은 전쟁에 소요되는 경비뿐이었어. 그는 이렇게 말했지. ‘바빌론에서 가져온 마지막 금붙이까지 전부 그리스에 털어 넣었네. 교훈은 명백하지. 가난한 나라와 절대 전쟁을 벌이지 말라는 걸세. 왜냐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결국에는 패배하기 때문이야.’
그리스는 작고 가난하고, 페르시아는 크고 부유하다는 것을 그리스인들이 인정하기는 힘들 테니, 이런 감상이 아이스킬로스에게 먹히기는 어려웠을 거야.
--- pp.456-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