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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이들은 모두 소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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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74g | 128*188*8mm
ISBN13 9788960214576
ISBN10 896021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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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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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북쪽 창문을 열면
어린 새소리가 들려옵니다
등 뒤 거실과 안방 베란다에서도 일제히

롤랑_발터_알들_꼬나_크림_벨라_꼬두_민트_테오_꼬네_초검
베드로와 함께 우린 곧 최소 열두 명 이상의 대가족입니다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로또가 되지 않는다 해도

조롱산 자락 북쪽 작업실에서
2019년 10월 안개 자욱한 날 아침
--- 「시인의 말」중에서

백야에 보았던 불룩한 심장은 어떤 빛깔이었나요

심장 이전의 눈
눈 이전의 눈빛
눈빛 이전의 목덜미

어떤 방향에서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오래 살아온 약속

누가 멀리 보낼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다는 고향에도 그늘은 있어요

무지개의 눈빛과 숨소리
감정의 빛깔이 밤을 유예하는 거기들

우리는 매일 내려앉고 거처를 찾아 헤매지만 정착하지 않아요
같은 이름을 먹어치우고도 한 번도 배부른 적 없죠

아버지, 순정한 아버지
몇 개의 눈알을 먹어치우셨나요

백야에 박히는 웃음들 울음들
툰드라의 꽃은 늑대개의 발톱에
늑대개의 발톱은 소년의 검은 눈으로
소년의 검은 눈은 아버지의 눈알을 먹고
등가죽을 후려치며 눈으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어,
--- 「타룩」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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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있는, 혹은 남겨진 소녀들은 저마다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이 노래가 되어 날아가는 사이 한때 ‘무엇’이었던 한 소녀의 가슴속엔 ‘무엇’의 고향이 뭉클하게 피어나고, 한 소녀의 눈앞에는 “지난여름 사공을 먹어치운” 검은 강이 펼쳐진다. 어느 외딴 나무를 덮친 칡덩굴처럼 실언들이 무성히 자라는 여름. 꽃은, 그리고 꿈은 늘 저 ‘건너’에 있었고. 한 소녀는 늘 “당신 같은 눈빛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지. 꿈속에서마저 피 맺힌 채 얼어버린 꿈들에 이어, 깨어나면 범람하는 가혹한 현실들. ‘건너’는 감히 꿈꾸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던 날들. 그러는 사이 어둠이 내리고 그만 ‘당신’의 눈은 깜깜히 닫혀 버리고 말았다. 환한 눈빛이 열어놓은 “환대의 장소”는 어디쯤일까. 부디 저 강 너머, 그 너머의 너머로 이 노래가 스미기를. 소녀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날려 보낸다. 그러므로 “새는 많은 것들의 기도”다. 이 시집은 ‘건너’를 열망하며 날아가는 희멀건 노래이자, 기도이자, 눈물이자, 마지막 꿈이다.
- 이근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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